명산 산행기

오대산 상왕봉 눈꽃(0210130)

열린생각 2021. 2. 1. 15:30

2019년 6월초에 한바퀴 돌아 보았던 오대산을 이번에는 설경을 기대하며 3시간을 달려 왔다 입장료 인당 5천에 주차비 4천을 지불하고서 상원사 주차장에 이르니 부지런한 40여대의 차량들이 먼저 와 있었다 

채비를 갖추고 9시 10분이 지나서 하얀눈발이 나리는 산속으로 들어간다  

하늘에서 나리는 눈보다 바람이 일으킨 지면의 눈발이 더 몽환적인 그림을 연출한다 

정상에서 조망과 능선에서 펼쳐질 상고대를 기대하며 화려한 산행이 되겠지 하는 소망은 횡성휴게소를 지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중대 사자암으로 오르는 계단길에 귀여운 다람쥐 대신에 하얀눈들이 조용한 산사의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오르는 사람들의 그림이 평화롭지만 

사자암이 보이면서부터 조용하던 산속은 요동을 친다. 바람이 휘젖고 지나칠적마다 싸래기 눈발들이 어지러이 흩날리며 앞을 가린다 

 

 

계단위의 눈을 누가 쓰러갔나  바람에 실려갔나 했더니 낙엽을 쓸고 다니던 아저씨가 한겨울 눈밭에서도 하얗게 뒤집어 쓰고서 고생을 하고 있는 범인이었다 

계단길 옆에 서 있는  석조각품 안에서 블리는 염불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니 적멸보궁과 만나는 지점에 이르러 

100여미터 거리에 있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셔 둔 적멸보궁으로 향한다 

방한 대비를 철저히 한 창문에 바람은 쉴새없이 노도처럼 몰아대낀다 

뒤로 돌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읊조리며 이후  아이젠을 착용하고서 등로에 복귀한다 

계단길이 없고 눈을 덮어쓴 나무들이 보여  이제서야 산행길에 들어선 기분이다 

적멸보궁 공원지킴터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서 그런지 자신의 체력에 맞게 자율적으로 알아서 조정한다 서울에서 아들과 같이 온 양반을 비롯하여 6할이상은 하산하는 지점에서 선답자들의 족적을 쫒아 오른다   

바람이 지나가는 숲에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않은 풍경이지만 눈길을 계속 보낸다 

 

 

 

 

고도가 급박해지는가 오를수록 앞서간 님들의 모습이 무거워져 보이고 

벌거벗은 나무 사이로 바람은  소리만 질러대고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 나간다 

 

예보상으로는 습도가 발달해 상고대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희망사항으로 그칠거 같은 풍경의 연속이다 

 

봄의 얼레지 밭을 가로질러 오르는 끝에 이르러 

텅빈 오대산 정상에 이르니 바람만이 매섭게 지나간다 해발 1563m  고도 약 710m정도 올랐다 

조망이 좋았던 오대산 최고봉 지금은 암흑같은 세계다 

정상 북쪽으로는 나름대로 상고대가 피고 있었다 

상왕봉 방향으로는 눈꽃이 발달했을거 같기도 해 

진짜 정상이 있는 방향인 호령봉쪽으로도 바람따라 하얀 상고대가 피어 오르고 있다 

정상에서 10여분 알짱 거리다가 다들 볼게 없다는 핑계로 하산하는 분위기중에 

상왕봉 방향으로 진행한다 

조금 진행하니 비로봉과 다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래 이 맛이지 

이때만 해도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이 이제껏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을 하게 할줄은 몰랐다 

 

아직은 피어나고 있는 꽃이지만 

햇빛의 도움이 없는 그저 칙칙해 보이는 꽃이지만 

이것마저 보지 못하고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감사 할 눈꽃이기에 

한컷 찍고 나면 방전되는 카메라를 품속에 넣고 다시 찍어 댄다 

 

 

두번의 헬기장을 지나 내려서면서 살아 천년 죽어도 천년을 산다는주목을 만나게 된다 

 

함백이나 태백에 비하면 약하지만 

여기는 오대산에 자라는 주목이다 

 

내려서는 비탈은 바람도 없고 푹신한 눈길인지라 참으로 신나는 길이다 

오대산 하면 떠 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풍채 좋은 거목이다 

드디어 평탄한 고원능선을 걷게 되면 오대산을 잊지 못하게 하는 나무들의 자태에 이번에도 만나게 된다 

같은 나무이지만 모습이 생경한 나무도 있고 

 

 

 

도깨비 나무도 잊지 못하게 하는 숲이다 꽃피는 계절에는 온갖 초화류가 넘실대고 

이 계절에는 수형이 아름다운 나뭇가지 끝에 

하늘을 향해 핀 설화들이 매혹적이다 

강한 바람의 기세를 타고 두텁게 발달하려는 상고대. 이 정도도 해살만 들이치면 그만인데 오늘은 이정도에서 만족하라 한다 

상왕봉 오르막길은 맞바람이 아니고 부드럽게 오르는 길에 니가 함께 하니 강한 바람에도 수월했고 

 

 

더불어 앞서간 산님의 덕분으로 러셀하는 수고로움으로부터 해방 되었던게 힘이 되었다 

 

 

 

드디어 상왕봉이다 

비로봉으로부터 2.3km 

 

호령봉 다음으로 넘버 3인 상왕봉. 비로봉보다 72m 낮지만 상고대는 월등히 매력적인 구간이다 

상왕봉을 뒤로 하고 내려서는 길은 부드럽고 삼거리까지 한번의 듬성이를 지나 도착하는데 바람에 손이 꿩꿩이다 

 

 

 

 

 

 

 

상왕봉 삼거리로 두로령 방향을 외면하고 1.1km 거리에 있는 북대 방향의 임도로 향한다 

내려가니 바람으로부터 조금은 피난처가 될 줄 알았는데 ... ... 갈수록 입술은 퉁퉁 붓고 손은 애리지만 산행 이후로 처음으로 가져간 손난로는 밧데리 보온용으로 주로 사용되었지만  그래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삼거리에서 바로 내려 가지 않고 조금은 애둘러 오르다가 내려서는 등로에 또다시 만난 거목이 힘을 내라고 한다 

왠지 눈에 익은 풍경이지만 느낌뿐이었다 

임도에 이르니 앞서 가면서 러셀한 6-8명의 산객들이 식사를 마치고 방을 비워주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냥 하산한다  북대사까지 400m 주욱 가면 두로령으로 이어진다 

이정목은 주차장까지 4.6km 안내도는 5.0km. 결론적으로 오늘은 12.7km-13.1km를 걷는 여정으로 1시 50분에 마쳤다

상왕봉 오름부터 허기가 졌지만 여기까 오는데 있어 물한모금 마시지 않았지만 식사는 하산해서 편하게 하기로 정한다 

걷기좋은 임도길이기에 부담이 없다 

바람도 없으니 얼굴이 화끈거린게 느껴지고 손가락 움직임도 편해져 좋았다 

하산하는 중에 하늘이 열리고 있다. 90분정도 늦게 왔더라면 눈꽃의 그림이 아주 달랐을텐데 뭔 조화람 

매섭게 불어대는 바람에 먹거리를 베냥에 짊어지고 한번도 쉬지않고 걸었다.  다행인건 손이 시렸지만 견딜만해서 다행이었는데 막상 젖가락질 하려는데 힘을 전혀 쓸 수 없었던 이상한 산행날로 좋은 경험이 되었다. 덕분에 해 지기전에 귀가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