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이어 올 겨울에도 눈꽃을 보지 못한채 봄이 온다고 말들을 할때에도
꽃샘추위때 기회가 올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기회는 길 끝에 있다고 하더니만
변산바람꽃과 노루귀가 도처에 봄소식을 전해오는 이때에
느닫없이 설경을 마주하게 되는 행운을 누렸다
수산교를 지나 보덕암으로 가는 포장로의 폭이 약 3m정도에 불과해 차로 올라간다는게
아름답게 변신한 주변 풍경을 대하는 예가 아닌거 같아
월악 하봉의 들머리인 보덕암 주차장으로부터 약 500m 아래에 주차를 한다
이후 꾸부정한 도로를 따라 가면서 주변의 풍경을 구경한다
봄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는건지 아니면 좀 천천히 오기를 반기는건지
알쏭당쏭한 과수목을 보면서
느긋하니 소소한 즐거움을 느낀다
소나무의 자태가 멋스럽고
자잘한 나뭇가지에 가려진 보덕암방향의 그림이 운치있다
현재 보덕암 주차장
편도 4.0km 거리를 왕복하는 여정을 3월 16일 걸었다
보덕암 가는 길에 뒤를 보니 주차장이 예상보다 넓고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었고
흐릿하지만 눈길을 붙잡는 등곡산을 가까이 불러본다
보덕암이 지척에 보이면서 은은한 대중음악이 고요한 산사를 흔든다
목탁소리 대신에 쎅스폰소리라니 영 불경스럽지 않고 신선했다
조금은 가팔은 산사길이지만 설경에 분위기가 그만이다
일하지 않은자 먹도 말라는 말라
수행의 정진을 강조하는거 같다
'가난은 돈이 없는게 아니라 욕심이 많은걸세'
욕심은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항아리
탐욕을 경계하는 좋은 말이다
이름에 비해 단출한 보덕암이다
지금도 좋지만 만물이 약동하는 계절에도 참 좋을거 같은 느낌이다
간밤에 찾아온 하얀 눈이 아니었다면 조금은 쓸쓸할거 같은 보덕암을 뒤로 밀어내고
눈덮인 숲속으로 파고 든다
부모님 뵈러 시골에 갈려고 했는데... ..
아버지의 배려로 뜻밖의 기회를 잡고서 이런 행운의 눈길을 걷게 되다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다
이후에 정신없는 시간이 찾아올 줄 모르고... ..
목교를 지나면서 오르막이 잠시 이어지더니 등로는 순해지면서
좌측으로 우회하면서 설경의 그림이 풍부해진다
가파른 게단을 걸어도 전혀 힘이 든줄 모르겠고
단풍나무 아래에 눈길을 헤집은 짐승들의 흔적을 보니
지난번 백덕산 산행때 만난 그 얼굴이 생각난다
이 얼마만인가
2016년 1월 31일 남덕유산 이후로 만나는 설경이다
누군가의 생일인가 보다
행복하겠다
이 바위를 만나면서 능선에 이른가 싶었고
고도를 높여감에 따라 눈꽃의 향연은 짙어만 간다
능선을 타는데 어느 순간부터 소나무들이 반긴다
가녀린 가지와 사계절 푸른 잎에 함박눈을 잔뜩이고 서서
건강이란 눈에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며
날 좀 봐 달래는 꼬리진달래의 자태가 아름답다
보기에 적당하니 눈을 뒤집어쓴 설경이기에 부담감이 없어 참 좋다
보고 또 보아도 물리지 않은 겨울 소나무의 굳센 기개에서
힘을 받는다
아! 발길이 떨어지지 않은데
그래도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보다
앞으로 전개될 설경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 훌훌 털어낼 수가 있었다
보덕암으로부터 1.6km진행한 지점은
하봉을 우회한 지점인데
이제는 낙석의 위험으로부터 해방된 능선을 타게된다
이런 설경을 만나는 날은 대체적으로 아주 추운날인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아
이런 설경을 마음놓고 편히 감상할 수 있다니
이 또한 행운이다
하봉까지 가는 여정에 무수히 많은 계단을 만나지만
오늘은 설경에 묻혀 그저 행복한 걸음이다
해가 없이도 행복한 길에
어느 한 지점에 이런 한줄기 빛이 내리쬐니
이 또한 생명의 환히같은 느낌이다
걷다보니 하봉의 전망대에 도착했다
발 아래로 깍아지른 단애 너머로는 그림같은 펼쳐진 충주호는 없지만
바람따라 이리저리 내몰리는 흰 연기의 춤사위를 지켜보다
이른 점심상을 펼친다
시간이 지나가도 시계는 기대만큼 넓어지지 않으니
이 또한 자연의 선물인거 같아
그래
이 풍경도 어디 복에 겨워 웬 욕심을 내는가 싶어
좀 전에 탐욕이 문제라고 배웠으면서 벌써 잊어 버리다니
속세를 벗어나기엔 아주 부족한 사람임이 증명된다
그래 이정도로 만족해야지
드디어 하봉 정상이다
등고선상 약 930봉이다
조망처로 보이는 바위에서 중봉방향을 살펴보지만 ... ..
좀더 진행하니
선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봉과 930봉 사이에 구름다리가 펼쳐져 있고 보이는 뒷봉우리는 960봉이다
정말 아름답다
누가 빛었을까
신이 빛었나 자연이 빛었나
3년이 지나면서 많이 채색이 될 줄 알았는데
이런 설경에 이런 감흥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내가 놀랜다
하봉방향
빛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욕심은 어쩔 수 없었고
빼어난 설경을 두고서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은 팀이
돌아서기 너무 아쉽다고 한다
중봉과 하봉 사이에 있는 960봉
960봉을 향하는 길에도 다리가 있다
설경이란게 거센 바람에 메달린 상고대가 아니라도 좋다
꼭 눈이 흠뻑 쌓이거나 거칠은 추위에 햇빛이 부족해도
이렇게 때와 장소가 맞다면
적당히 내린 눈에도 행복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960봉을 향해 약 60여미터를 오르는 길에 하봉을 쪽을 보니
잠시나마 충주호의 모습을 보여준다
송계리 방향
철계단에 자리잡은 상고대지나서
960봉에서 조망은 하봉방향이 주요 조망점이었고
중봉과의 안부지점을 향해 내려간다
그 지점까지 과거에 우회로였다
그 안부에서 중봉까지는 약 100m의 고도차를 극복하는 가풀막을 타게 된다
중봉을 가는데 만나는 촉스톤이다
바위아래부분 일부에 크랙이 보인다
진행방향은 시계가 막혀 있어
시계가 그나마 열린 하봉방향을 주시하게 된다
아울러 문수봉부터 어래산까지 이어지는 능선부는 시계가 없지만
용마산(말뫼산)이 있는 우측방향은 아주 미약하지만 이렇게라도 보여준다
중봉 오름길은 끝없는 계단길이다
마치 하늘로 오르는 길로 연상된다
자연의 신비라는게 무궁무진하다고 말들 하지만
그 만남이 어디 쉬운가
막상 이렇게 대면하고선
그 느낌을 필설로 표현할 수 없어 참으로 안타깝다
그저 찬탄만 하면서 보고 찍고
그러기를 반복한다
지나가는 바람을 막아줄 이 없는 나무들의 가지 가지마다
간밤의 애린 아픔이
고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어
그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은 귀하디 귀한 상고대다
간밤에 바람이 제법 세게 지나갔는가 싶은데
지금은 적당한 바람만이 지나간다
중봉 전망대에 도착했지만 시계가 가려 그냥 지나치게 되고
영봉을 향하여 진행하게 된다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색감의 연속이다
그 단순함이 강렬하게 심금을 울린다
중심을 잡는 기둥에
사방으로 간결하게 가지를 뻗친 소나무를 보면
왠지 안도감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오늘은 조망에 대한 기대는 접어두고
설경으로 만족해야 하는 산행인가 싶다
영봉으로 이어지는 줄기를 본다
오르다가 좌측으로 우회하다
우측으로 코스 이동 후 다시 능선을 타고 직등한다
영봉과 중봉 안부에 이르니 바람이 제법 기운차게 지나간다
안부에서 영봉까지 약 200m의 고도를 극복하게 하는데
막판의 하늘로 오르는 계단길
거기서 고대한 풍광이 다음에 오라 하였다
지나가는 바람이 나무에 매달린 눈꽃을 사정없이 떨어뜨리고
벌써 발밑에는 제법 그 흔적이 쌓여 있었다
산신령이 기거하는 숲속같이
분위기가 착 가라않은 모습도 좋고
신륵사와 동창교에서 오르는 등로와 언제 만나나 했지만
그 삼거리는 만나지 않고서
천길 단애를 낀 능선을 타고 직등하는 형세다
덕주사로 이어지는 능선의 유려함이 좋고
송계리 동창교로 이어지는 하산로를 상상해본다
한여름에 피해가기 어려운 장소였지만
오늘같은 날은 발길이 없어 고혹적으로 다가온다
누가 이런길을 닦았을까
공단에서 참 많이도 신경쓰고 배려해 주어 감사한 마음의
계단길이다
게단의 끝이 보이지 않아
마치 선계로 이어지는 미로길처럼 연상된다
아찔한 길에
뒤를 보면 이런 그림이 산행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월악산을 상징하는 영봉에 도착했다
천지사방이 막힘없이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데
그건 다음에 와서 누리고 가라고 한다
비 좁았던 영봉에도 둘러보기 좋게 노력한 분들의 수고로움에 편히 돌아보게 되고
건너편의 정상부에도 편안히 쉬어갈 수 있게 하여
참 좋았다
영봉에서 백덕산을 보고 싶었는데 망애봉과 삼봉능선으로 대신하고
기다리면 뭐좀 건질까 싶기도 하지만
워낙에 설경에 만족하였으니 하산하는 마음이 가볍다
어허
이 또한 선경일세
이 계단길의 끝은 어디일까
진귀한 보물을 찾아가는 스릴넘치는 길일까
안부가 가까워지면서 일부 하늘에 청명한 기운이 감돌고
나무가지를 더 붙들지 못하고
떨어져 내린 눈꽃들의 잔해
중봉 오름길에 용마능선과 북바위능선
그리고 북바위봉의 형체만이 가뭇하다
바람이 더 기운을 내는거 같아
일말의 기대감을 안고서 중봉으로 향하는데
중봉전망대에서 도착해
혹시나 했는데 엮시나 별반 다를게 없는 조망이다
미련을 갖지않고
그냥그냥 내려가자
기다린다고 될일이 아니다
오를때보다 하늘빛이 조금이라도 더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고
하산중에 느낌은
같은 그림이라도 생기가 더 있어 보인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주어야 하는게 자연의 세계에도 있어
눈이 녹고 눈꽃이 바람에 떨어진다는 약점을 받아들여야 했다
적당히 감춰주는게 있어 좋았는데
지금은 자연의 신비감이 사라져
맨숭맨숭한 분위기다
신비감 대신에 주는게 있었다
중봉 오름길 계단과 암봉에 사람
시계가 오전에 비해 열렸지만 춘설의 운치는 많이 바랜 하봉 전망대다
하봉 전망대에서 등곡지맥과 충주호를 보고서 철계단을 따라 내려선다
이후 황홀했던 눈꽃 축제가 짧음을 실감한다
춘설이란게 부지불식간에 사라지기에 더 애뜻함이 느껴졌다
시루떡 바위
불과 몇시간전과는 완전 딴 세상이다
보덕암 주차장을 경유하여 아침에 주차한지점으로 복귀하는데
언제 눈이 왔었나 하고 시치미를 딱 잡아떼는 모습이 귀엽다고 해야 하는지
어리둥절하게 하는 풍경이다
이후 산행 목적외로 추가 사항이 있어 용하구곡을 주마간산격으로 돌아 나온다
귀로에 주유소 부근에서 하봉 960봉 중봉 그리고 영봉까지 담아 봤다
용하구곡에서 아버지의 화급한 상황을 접하고서
춘설의 여운을 되새겨 보지도 못한채 어떻게 운전하며 갔는지 정신이 없었던 하루였다
황홀한 춘설여행을 만끽하고서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
어래산 접근성과 용하구곡의 교통상황 등 몇가지를 점검하기 위해 찾아온 오늘의 나들이길이기에
용하구곡을 다녀왓다
승용차는 용하대교 앞까지 갈 수 있었으나 그 이후로는 더 이상 가지 말라는 경고문과 철책이 굳게 서 있었다
이쪽으로 문수봉부터 어래산의 동정을 살폈는데
산불감시요원의 순찰도 두번이나 조우하게 되니 이 코스로는 안되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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