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산행기

지리산의 왕시루봉 봉애산에서 첫 눈산행

열린생각 2014. 12. 11. 00:00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갑오년 한해가 어느덧 내곁을 떠나려 한다

마지막 남은 잎새처럼 파르르 떨고 있는 한장이 주는 의미는 뭘까

포근했던 날씨마저 엄혹한 추위에 몸은 자꾸 움츠러 드는데

민족의 영산인 지리의 드넓은 폼이라면

과히 허망하거나 쓸쓸하지는 않을거 같았다  

 

 

 

 

 

 

어쩌다 한번 지리품에 안겼어도 멀리서 바라만 보았던 그 산

정상부는 넓고 펑퍼짐한게 시루떡처럼 생겼다는 말앞에 왕이라는 접두사를 덧붙여 부르는 산

왕시루봉이다

 

 

 

 

 

노고단 옆 돼지령에서 갈래치는 유장한 줄기 하나는 볼수록 유혹하는 마력을 지녔으나

비탐구간이기에 속으로만 흠모했던 산이다

그 줄기에는 구례 광양 하동을 끼고 도는 순하디 순한 섬진강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요처가 숨어 있다고 한다  

 

 

 

 

 

산  행  일 : 2014년 12월 7일

진행 경로 : 한수교((10시 40분) - 묘봉우리(11시14분) - 552봉(11시59분) - 습지(13시48분) - 헬기장(14시10분) - 왕시루봉(14시56분)

                통천문(15시38분) - 봉애산(17시10분) - 안한수내마을(17시50분)

진행 거리 : 약 12km

 

 

 

 

 

기회란 아무때나 오지 않는법

지인의 소개로 모처 안내산악회를 이용하여 그 산에 들게 된다

구례군 토지면 송정마을 한수교로부터 지근거리에 있는 이 지점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만차로 이동하는 산악회에서 네자리를 독차지 하고 이동한 산악회라 그 느낌이 낮설었지만

산에 들면 다 똑같은 산꾼이 되어 공통분모를 쉽게 나누게 된다

 

 

 

 

 

날머리 지점을 가늠하고선 서둘지 않고 사박사박 세멘트 포장로를 따라 오른다

밤나무 밑에는 차밭이 있었는지 아직도 진한 녹색잎을 띄고 얼크러져 자라고 있었다

새로이 묘목을 심어 놓은 풍경과 등로변에 밤나무밭이라 그런지

성글어진 알밤이 눈에 띄어 호기심에 까 보는 산우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시기를 착각한 쑥부쟁이 한송이

몇개체가 아직도 눈에 띄었다

 

 

 

 

 

짧은 포장로가 끝나는 지점 잔듸밭에서 밤나무 밭으로 질러 오른다

 

 

 

 

 

여기 산악회는 대포로 무장한 산꾼들이 많은게 특이해

 

 

 

 

 

잠깐 오른거 같은데 된비알인지라 지나온 족적을 보니 뒷 그림이 좋다

구불구불한 산길과 부드럽게 산줄기 사이로 미끄러지는 섬진강 줄기가

서둘지 말고 느긋하게 살라고 말을 하는거 같다

 

 

 

 

 

족적도 없는 산에는 잎을 떨군 성긴 산초나무 가시가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다

진행중에 좌측으로 허물어 내리는 돌탑이 있어 가 보니 일정한 높이로 일렬로 쌓여 있었다

용도는 뭘까

 

 

 

 

 

 

그 돌탑 주변에는 산불의 흔적이 아직도 뚜렷해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폭설이 내린다는 뉴스를 접하고 걱정하는 가족을 다독이고 왔는데

조망이 받쳐주는 포근한 날씨다

형제봉이 보이더니 이제는 계족산이 강 건너에 달려있다

 

 

 

 

 

송진이 발달한 소나무는 산불이 났다 하면 가장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

반면에 참나무는 내성이 강하다

그 하부에는 키 작은 관목들과 고사리가 많이 자라는 흔적을 본다

 

 

 

 

 

묘지가 있는 봉우리에 도착했다

땀을 식히며 기다린다

 

 

 

 

 

 

성가신 넝쿨과 산초나무도 없는 좋은 솔밭을 잠시 걷고

 

 

 

 

 

의승재다

우측 송정마을 좌측 오미마을을 이어주는 재다

등로는 이정목 뒤로 직진하면 바로

 

 

 

 

건조한 산속에 난데없는 물기가 느껴진다

과거에는 집터로 추정 되는데 지금은 산짐승들의 샘터요

멧돼지들의 공동 목욕탕으로 변했다

 

 

 

 

 

소나무를 삼킨 화마가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생명들이

군집을 이뤄 생존경쟁이 아주 치열해  

 

 

 

 

 

 

지도에 없는 묘지를 지나 오르는데 조금씩 고삐를 틀어 쥔다

 

 

 

 

 

언뜻 보기엔 길이 없는듯 하지만 낙엽이 쌓였어도 가물하니 보여준다

 

 

 

 

 

푹푹한 오름길 끝에 능선에 닿으니 하얀눈이 반긴다

 

 

 

 

 

말잔등 같은 능선을 타며 가야 항 왕시루봉을 찾는다

 

 

 

 

 

비탐인지라 이런걸 보면  죄지은 마음이 든다

그렇지만 보고 싶은걸 어떻해

그저 왔던 몸 그대로 흔적 남김없이 지나가는게 최소한의 도리다

 

 

 

 

 

 

소삼각점이다

1963년도 국립건설연구소에서 설치한거 같다

지도상의 552봉으로 10시 방향으로 짧게 내려섰다가 다시 길게 오르는 등로가 기다린다

 

 

 

 

 

 

 

오르는 등로끝에 왕시루봉이 있겠지

여기서 보기에 만만해 보이는 능선이다

 

 

 

 

 

 

안부에서 봉애산으로 이어지는 줄기를 슬쩍 본 후 오르다 보니 파평윤씨 쌍묘다

이 봉분을 바라보고 좌측으로 진행하면

 

 

 

 

 

 

바로 짧은 조릿대 구간을 만난다

 

 

 

 

 

 

 

이어서 부드럽게 오르는 능선을 타고 약간 내려서는 길에

나무 숲사이로 암봉이 우측 사면에 걸쳐 있는게 나탄난다

지도상의 717봉이 아닌가 싶다

 

된비알을 오르다

그 바위에서 조망을 즐긴다

좌측부터 백운산 똬리봉 도솔봉 그리고 형제봉(?)과 우측의 계족산이다

 

 

 

 

 

 

그리고 오늘의 괘적을 그려보며 족적을 살핀다

파란점이 첫 묘가 있었던 봉우리다

그점 뒤로 보이는 삼각뿔처럼 생긴게 무슨산이지...

하천산일까 그 뒤 우측으로는 밥봉일까 추측만 한다

 

 

 

 

 

 

전면에 보이는 가야 할 오늘의 봉애산과 그 뒤에 불무장등의 황장산이 보이고

맨 뒤 능선 좌측에 내삼신봉이 길게 이어지더니 성제봉(형제봉)에 이어 신선대까지 보여준다  

 

 

 

 

 

 

전면의 봉애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뒤로 지리의 지존이 환하게 나탄난다

 

 

 

 

 

 

좌측부터 선비샘이 덕평봉과 칠선봉 그리고 남부능선의 기점인 영신봉

그리고 촛대봉과 조그맣게 보이는 천왕봉이다

 

 

 

 

 

 

 

볼수록 신비롭다

촛대와 천왕이 사이좋네

오늘은 천왕 좌측의 제석봉이 외로워 보인다

 

 

 

 

 

섬진강 물줄기따라 하동의 금오산이 흐릿하나 뚜렷하고

그 좌측으로 분지봉 구제봉이 또렷하고 맨 좌측에 칠성봉으로 추정된다

 

 

 

 

 

한번 더 족적을 살피고

 

 

 

 

 

봉애산을 기점으로 하산하게 될 안한수내마을을 확인한다

 

 

 

 

가운데 똬리봉으로 이어지는 저 능선이 참 궁금하다

 

 

 

 

 

 

 

볼수록 힘을 돋우는  천왕봉을 보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조망바위를 물리고 좌측으로 애돌은 등로를 오르니 이런 돌을 지나

능선에 붙게 된다

 

 

 

 

 

 

이 추운 겨울에도 이끼는 꿋꿋해

날등을 타며 오를것 같은 진행은 우측으로 완만한 사면을 타면서 애둘러 진행하는데

오후 1시가 지나니 배가 고프다

식사대용으로 준비한 간식으로 일행과 어울려 간단히 요기를 한다

그럼에도 여러가지가 모이니 충분했다

 

 

 

 

 

 

우측으로 진행하는 등로 옆으로

건천인지 군 개통호인지 눈때문에 판독이 불가능한 길을 따르다

 

 

 

 

 

등로는 어느 지점에서 좌측으로 오르는데

그 우측에는 유천인 안한수내골을 두고서 진행한다

 

 

 

 

 

 

그 골을 건너 좀더 진행하니 지도상의 습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해발 약 970m인 이곳에 습지가 있다니....

물도 있어 비박지로 괜찮은 장소였다

 

 

 

 

 

앞서간 동료분들은 거기서 식사중이었고

식수부족할까 노심했던 마음은 여기서 수통 가득 물을 채웠다

 

 

 

 

 

왕시루봉 가는길에 이런 습지를 지닌다는게 신기했으나 계절탓으로

식생의 모습은 감지하기엔 지식이 짧았다

 

습지에서 유천을 지나 우측으로 걷다가 다시 좌측으로 지나는데

잣나무 숲을 좌측에 두고서 지나게 되더라

 

 

 

 

 

그러다 완만한 등로가 날을 세우는가 싶더니

숲의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였다

자연의 심술을 어찌 인력으로 막을수가 있을까

이것도 다 자연의 순환이려니 하고 본다

 

 

 

 

 

 

쓰러진 나무에 등로가 혼선을 이루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키만한 싸리나무가 숲을 이루며 고산의 분위기를 띄운다

그런 숲을 빠져 나오니 훤한 등로가 반긴다

구만리에서 오르는 등로와 합류하는 지점이다  

그곳에서 본 하늘은 막혔던 가슴을  뻥 뚫어준다

 

 

 

 

 

 

진행길을 버리고 너른 공터로 뵈는 지점으로 가니 너른 헬기장이다

그곳에서 사성암을 끼고 있는 오산과 둥주리봉을 보고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산은 조계산으로 추정된다  

 

 

 

 

 

백운산을 끼고 있는 호남정맥길에 눈을 보내고

 

 

 

 

 

 

너른 장소를 보니 여수에서 살고 있는 두 분이 생각난다

완만해 보이는 저 길을 무거운 박짊지고 올랐겠지

그러나 난 가볍게 거닐어야지

아! 아름다운 풍경이여

 

 

 

 

 

 

여기까지는 마음대로 와도 되는가

짜가 정상석이 떡하니 버티고 있게

 

시루봉의 왕은 지존인지라 몸을 보호하기 위해

호신용으로 하나 남겨둔걸까

 

 

 

 

 

 

날이 춥다고 그리도 호들갑이더니

고산임에도 포근하고 날씨만 좋아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고 감사한 마음이다

 

 

 

 

 

 

 

선교사 기도원 삼거리를 목전에 두고서 오르는 등로 분위기도 짱! 이다

 

 

 

 

 

 

구제봉 금오산 백운산의 세봉우리를 바라보며

예상단속지점으로부터 소식을 기다리며

느긋하게 풍경을 감상한다

 

 

 

 

 

 

선교사 분기점인 삼거리에는 이렇게 멋진 조형소나무가 길잡이가 된다

진행방향 좌측으로 가고 싶었으나

단속원이 있다는데...  다음를 기약해야 했다

 

1900년대 선교사들의 포교활동 중 가족들이 풍토병에 사상자가 발생하는 관계로 철수명령을 받았으나

일본과 협의하여 노고단에 건물을 짓고 선교활동을 계속 진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건물이 소실되어 1962년에 휴튼선교사에 의해 이곳에 건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각 1동의 예배당과 창고건물 그리고 거주용의 10동을 합하여 12동이 있는바

기독교 성역화를 넘어 단체에서 현재 문화재로 등록하고자 준비중에 있는바

이를 지켜보는 불교권의 시각은 관리인인 인요한씨 가계의 성역화가 아닌가 주시하며

별 특색이 없이 낡고 구조적으로도 불안한 이 건물들이 문화재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에 반대를 표명했고

도의 시각도 한차례 반대시킨바 있다고 한다

 

이곳이 문화재로 등록된다면 비탐구간으로 보존되고 있는 생태계나

곰 출몰지로서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여겨진다

문화재로 지정되기 위한 요건도 맞지 않는 건물에 대해 그걸 시도하는 분들의 의지는

사회의 일면이 아닌가 싶어 씁쓸한 마음이다

 

 

 

 

 

 

삼거리를 지나자 섬진강을 바라볼수 있는 조망처가 몇군데 있었다

그 첫번째 조망처에서 바라본 섬진강이다

 

산은 물길을 가르지 아니하고

물은 산을 넘지 않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며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풍경이다

 

 

 

 

 

 

 

물은 물대로 산은 산대로 각자의 영역을 서로 지키며 지켜주는

자연의 조화가 부럽다

 

 

 

 

 

 

두번째 조망처에서

왕시루봉과 봉애산 분기점 그리고 사자바위

 

 

 

 

 

 

사자바위부터 내려서는 저 등로가 보기보다 참 까칠했다

 

 

 

 

 

지리산의 남부능선이 참으로 유장하다

사자바위에서 봉애산으로 내려서는 등로의 모습을 살필 수 있어 좋다

 

 

 

 

 

청산님이 부른 섬진강 사랑

그 매혹적인 왕의강을 여기서 담았을까

 

 

 

 

 

 

금오산도 멀지 않네

마음같아선 ...  ㅎㅎ

 

 

 

 

 

 

암봉이 있는 3번째 조망처에서 봤던 풍경을 다시 반복한다

 

 

 

 

 

 

여기였을까

여기가 맞는거 같은데 ...

 

 

 

 

 

 

남부능선이 여기서는 밋밋하게 보인다

속살은 그렇지 않는데

 

 

 

 

 

모두가 사라져 간 숲으로 잰걸음을 하고

 

 

 

 

 

 

 

직감으로 봉애산과의 분기점임을 알겠고

전국의 시루봉중 왕을 알현하기 위해 더 진행한다

 

 

 

 

 

그러다 우측의 댕기는게 있어 본능적으로 가보니 조망 요처였다

그곳에서 길게 배부르게 즐긴다

좌측의 흰모자를 쓴 명선봉과 가운데에 제석봉과 촛대봉이 천왕봉을 받치고 뫼산(山)을 뚜렷하게 나나태고 있다

 

 

 

 

 

 

남부능선의 내삼신봉 관음봉 그리고 성제봉이 유장하게 흐르고

맨 우측의 구제봉이 평사리 들판을 굽어보고 있겠다

 

 

 

 

 

 

산과 산이 끈어진곳에 물줄기가 발달하고

그 주변에 옹기종기 인가가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는 전경이 왜그리 포근해 보이는지

 

 

 

 

 

 

 

 

실폭이 천을 이루고 그 천들이 합하여 큰 강을 이루는데 별 탈이 없건만

어이하여 사람들이 뭉쳐 사는 도심공간은 .....

 

 

 

 

 

낙조로 유명한 반야봉과 3도의 분기점인 삼도봉이 왜소하게 보이고

한번은 가보고 싶은 불무장등이 3번째에 있다

지리종주때 화개재에서 토끼봉 오르는 길이 힘들었는데 여기서 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생각보다 긴 토끼봉

백설기를 흠뻑 들이킨 명선봉을 가까이 불러 보았다

 

 

 

 

 

형제바위가 있는 형제봉과 시원한 물맛과 콸콸 쏱아지는 선비샘이 있는 덕평봉도 가까이 불러본다

 

 

 

 

 

 

숨 좀 고르기 위해 행복의 강 섬진강도 불러보고

 

 

 

 

 

 

 

연곡사가 어디 있나 하며 찾다보니 불무장등의 황장산의 골체미를 감상한다

 

 

 

 

 

 

 

가까이 불러보니 삼신봉과 내삼신봉 그리고 쇠통바위도 여기서는 구분이 된다

그리고 독바위를 끼고 있는 봉도 우측에 뚜렷하다

 

 

 

 

 

지리의 품이 넓다고 익히 봤지만

여기서 보는 폼새도 여간 깊은게 아니었다

 

 

 

 

 

 

 

조망의 요처를 물려준 후 산죽이 자라는 신갈나무 숲길을 따라 왕시루봉으로 간다

도중에 삼거리가 있었는데 오르는 길이 왕시루봉길이요

좌측길이 문바위로 가는 편한 길 우회길이다

 

 

 

 

 

 

왕시루봉 (1242m)

 

들머리로부터 고도차 약 1200m이상을 치고 왔는데  

유명세에 비해 평범한 정상이다

그 흔한 코팅지나 정상을 알리는 아무런 표식이 없다

작년에 있었던 스텐 정상판도 제거해 버렸다 한다

 

 

 

 

 

 

너는 어디서 온거니

폼새가 대단한 개였다

홀로 산행하다 마주쳤다면 순간 띵! 하지 않았을까

순한 이 개는 안한수내 마을 입구까지 함께 왔다가 진한 여운을 주고 헤어졌다

 

 

 

 

 

 

 

왕시루봉

 

정상은 사방이 막혀 있다

왕이 사는 궁궐이 그렇다고 한던데 시루봉의 왕도 그랬다

헐벗은 나무가지 사이로 히끗히끗 보이는 게 전부인 왕의 거처

그 아래는 아주 넓게 세상이 보이던데... .. 

세상밖의 세계도 세상 사는거와 별반 다를게 없다는게 뒷통수 한대 맞은 꼴이다

 

 

 

 

 

 

정상에서 문바우등 질등을 경유하여 노고단까지 걷는 기쁨은 다음을 기약하고

봉애산엘 가기 위해 왔던길을 물린다

 

 

 

 

 

삼거리에서 좌측길로 들어간다

 

 

 

 

 

지도상에 표기된 바위인가

 

 

 

 

 

들어가보니 요새바위같기도 해

 

 

 

 

 

 

 

조금 더 진행하니 진행방향으로 훤하게 열려 있는 조망처가 기다리고 있었다

 

 

 

 

 

 

왕시루봉 정상직전에 본 풍경과 대동소이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아주 좋은 풍경이다

 

 

 

 

 

천왕봉 앞에 불무장등의 당재가 있다

좌측의 통꼭봉과 우측의 황장산을 연결하는 고개다

통꼭봉 아래에 피아골로 유명한 직전마을도 보인다

피아골 단풍을 접하면 '산도 붉고(山紅) 물도 붉어(水紅) 사람도 붉게(人紅)된다'고 한다

 

 

 

 

 

 

 

지난번에 내삼신봉에서 왕시루봉 능선을 보고만 갔는데 이제는 반대쪽에서

마르고 닳도록 남부능선을 바라본다

이제는 불무장등인가

그곳에서는 양쪽을 다 보게 되는 행운이 기다리네

 

 

 

 

 

오늘 산행 사진은 어쩌면 단조로울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루하지 않는 풍경이다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님은

"서럽도록 아름답다"라고 섬진강을 예찬했다

아름다운 풍경에 서러운 마음까지 어찌 스며들었을까

삶은 고단한데 섬진강은 변함없이 평온하여 서럽다고 했을까

그럼 내게 들어온 섬진강은 뭘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단지 '조화''어울림'이라는 단어 하나만 생각난다

 

 

 

 

 

 

 

전 사진이 가야할 진행길이라면

이 사진은 지나온 과정을 보여주는 전경이다

최초로 조망을 즐겼던 바위(717)도 대충 짚어 본다

 

 

 

 

 

 

 

보이지 않는 습지 구간도 헬기장도 가늠해 보고

산행후에 복기하듯이 짚어 보는게 즐거운 소일 거리다

 

 

 

 

 

봉애산을 가까이 불러보니 안한수내로 내려서는 지점도 가늠이 된다

구제봉이 참으로 옹골차게 보이네

 

 

 

 

 

 

덕평봉 칠선봉 그리고 영신봉이 길게 남부능선을 이루고

가운데 천왕봉을 중심으로 좌 우로 제석봉과 촛대봉이 山을 형상화 하고 있다

 

 

 

 

 

 

 

노란점인 불무장등 그리고 지리의 주릉인 삼도봉 토끼봉 명선봉 형제봉도 한눈에 들어온다

 

 

 

 

 

 

광각으로 보여주는 지리의 너른 품

 

 

 

 

 

형제봉의 형제바위는 보이고 벽소령 대피소도 가늠이 된다

 

왕시루능선과 불무장등 능선 사이의 골이 피아골이라면

사진상의 불무장등과 토끼봉에서 흘러내린 능선 사이가 목통골이다

여기서 보니 토끼봉에서 내린 능선(가운데)도 멋져 보인다

 

 

 

 

 

이렇게 길게 조망을 누린 사자바위를 지나면서 이 계절의 등로는

매우 까탈스러웠다

 

 

 

 

 

 

좀전에 조망을 누린 사자바위

 

 

 

 

 

 

아직도 미련을 털지 못한 일행들이 머뭇대고 있다

 

 

 

 

 

사자바위를 실감나게 바라보는 바위에서

 

 

 

 

 

 

다시 또 갈길을 잃어버린 소년이 된다

 

 

 

 

 

 

 

 

 

 

 

 

 

지도상의 선바위를 잡아보고

 

 

 

 

 

 

다시 까칠한 등로를 지나다

암릉  조망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거와 하나도 다를게 없다

 

 

 

 

 

 

 

 

 

 

 

 

 

아직도 사자바위에는 있네

 

 

 

 

 

 

 

그러니 더더욱 여유를 부리며 시간을 물쓰듯이 사용한다

 

 

 

 

 

 

 

아무리 먹어도 탈이 없는 저 산은 무슨 마력이 있나

 

 

 

 

 

 

오늘따라

산과 하늘이

 

 

 

 

 

 

 

그리고 강이

 

 

 

 

 

너무도 보드럽게 하나가 되어 다정하게 어울렸다

 

 

 

 

 

 

자연에 비해 언제나 나약한 존재인 나

하늘을 향한 끝임없는 구도의 열정을

천왕봉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조망처를 빠져 나와

이제 통천문을 향한 걸음길이다

통천문 앞에서 좌측길은 족적이 희미한 홍골 좌골이며

봉애산 가는 길은 조릿대가 반짝이는 우측길을 따르게 된다

 

 

 

 

 

통천문을 지키는 수호신인 커다란 노각나무에게 인사를 건넨다 (15시38분)

그리고 베냥은 내려놓고

고드름이 달린 음습한 골에 조심스레 안으로 몸을 밀어본다

 

 

 

 

 

정면에 남부능선의 내삼신봉을 비롯한 줄기가 먼저 보이고

 

 

 

 

 

우람한 제석과 촛대가 기단이 되어 천왕봉을 올려 세우고 있다

 

 

 

 

 

 

그곳의 하늘도 바라보고

다시 몸을 조심스레 움직이며 후임에게 방을 내어 드린다

동행인은 산부인과 바위라고 하던데 딱 맞는 표현 같았다

 

 

 

 

 

 

 

 

통천문을 나오니 하늘빛이 현란하게 춤을 춘다

반짝이는 산죽길 따라

 

 

 

 

 

 

커다란 바위는 좌측에 두고서 진행하지만

생각보다 편한 등로는 아니었다

 

 

 

 

 

 

오늘 산행에 보지 못한 노고단을 보려고 수시로 좌향좌를 한 보람이 있다

가까이 불러보니

설화로 피어난 노고단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면한다

 

 

 

 

 

 

 

이젠 그저 볼거 다 봤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좋은 숲길을 편안하게 쭉쭉 내려만 간다

 

 

 

 

 

 

조릿대가 더러 눈에 띄지만 노쇠의 기미가 역력했다

 

 

 

 

 

 

 

벌써 산정은 노을빛으로 물들어

겨울해가 짧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후 부지불식간에 봉애산을 우회하고서야

다시 백해 오르게 되는 수고까지 한다

 

 

 

 

 

 

산불감시탑이 있어 사자바위 아래 조망처에서도 쉬이 눈에 띈 봉애산 (17시10분)

 

 

 

 

 

 

정상에는 조그마한 묘가 하나 있다

보이는 산이 왕시루봉이다

 

 

 

 

 

지나온 괘적이 쉽게 알게 된다

 

 

 

 

 

섬진강 끝에 금오산이 걸려 있다

 

 

 

 

 

 

당재(당치) 뒤로 보이는 형제봉과 형제바위도 쉽게 보인다

 

 

 

 

 

봉애산을 우회만 않고 바로 왔으면

멋진 저녁노을을 보는건데

우회하는 바람에 이걸로 만족한다

 

 

 

 

 

 

겨울산은 해가 짧다는걸 실감한다

이후 섬진강 조망처도 놓치고

직진하면 원점회귀가 가능한데 시간상

여기서 우측길로 내려선다

 

 

 

 

 

 

안한수내 마을로 내려서는 길은 낙엽이 두텁게 쌓여

낙엽 밟는 재미를 느꼈다

 

이후 몇장의 사진을 찍었으나 어두워서 생략한다

옛날 집터 부근에서 일행과 합류하니 왕시루봉에서 만난 개가 함께 하산중이었다

그러나 인가가 가까워질수록 멈칫멈칫하더니

마을 앞 직전에서 개 울음 소리가 들리니

가자는 내눈을 물끄러미 처다만 보더니 결국에 오지를 않았다

 

그 개는 어디서 왔을까

외로워서 따라왔는데 낮설은 분위기에 오지를 않는거 같기도 하고

이 춥고 캄캄한 밤에 어디가서 잠을 잘까 무척이나 염려가 되었다

개는 영리하고 빠름을 믿고 싶은 귀가길이었다

 

 

 

 

 

 

 

 

월출산 옆에 있는 월각산 문필봉을 가고 싶었는데

일기상 이유로 대체 산행지가 된 오늘의 왕시루봉 여정길

언제고 가고 싶었던 산이기에 안내해준 분께 고마운 마음이다

 

 

 

 

 

블친님의 방에서 본 섬진강과 그 주변의 산들의 현란함은 아니었지만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

직접 거닐고 내눈으로 보았다는 만족감속에

지리의 주릉선과 남부능선의 유장한 산줄기

그 속에 진주처럼 빛나는 천왕봉의 위세를 느끼며

한해가 저무는 이 시기에 기쁨과 행복함으로

을미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