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다운 산행을 한지 언제였던가
앉았다 일어서면 다리에 힘이 없어 주저 앉고 싶어지는 몸을 느끼면서
조용한 산에서 장거리를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요즘 날이 좋아
화단에 백목련 자목련이 피는가 싶더니 개나리와 벗꽃이 함께 피고 덩달아 진달래까지 활짝 피는
기이한 현상을 보면서 예전과 다른 육신을 달래려
예전부터 눈여겨 보았던 횡성군 청일면 신대리를 찾아든다
산 행 일 : 2014년 4월 5일
진행 경로 : 신대리(9시20분) - 주능선 (10시49분) - 봉복산(11시37분) - 한강기맥 분기점<1038봉>(12시45분) - 1094봉(13시20분) - 덕고산(14시21분)
- 삼계봉(14시56분) - 1106봉(15시16분) - 신대리(17시40분)
산행 특징 : 춘사월에 雪경을 만나다
전형적인 육산이며 계곡의 물이 좋다
호젓한 산행지로 조망은 나무에 가렸다
봉복사에서 헬기장까지는 산불방지 기간임
오는 길은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둔내lc를 빠져 나와 6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서석면 이정표의 안내를 받고 오는 등
길 안내는 이정표만 잘 봐도 별 무리가 없었다
산이 그윽하고 깊어지는게 강원도에 들어섰음을 말한다
직진하는 봉복사 방향을 버리고 좌측으로 내려서서 한남교를 건너
좌측 밭 한켠에 주차를 한 후 산행채비를 갖춘다
참 날씨 좋네
역시 예보는 정확해
세멘트 포장로를 따라 걷다가 삼거리에서 좌측 비포장로를 선택한다
여기서 정상까지 5.3km라고 하는 이정목을 지나친다
그림좋고
전면 중앙의 능선을 치고 오르면 정상 지름길로 봉복산 10번이라는 이정목 지점으로 연결하는 능선임을 산행중 알게 되었다
첫번째 계곡을 지나
임도를 따라 쭈욱 걸어가는 여정이 기다린다
일본잎갈나무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맑고 시원한 청정수가 흐르는 계류를 몇번 건너게 되는데 <계곡정비공사중>
골인지라 주변을 살피지만 남산제비꽃과 현호색이 한창임을 확인한다
피나물도
금낭화도 몇일 후면 바로 필것 같고
씨방을 달고 있는 너도바람꽃
이제부터 계곡길을 외면하고 본격적인 빡센 오름길에 들어선다 <10시30분경>
지도상은 계곡이지만 능선을 탄다
바위와 작은 조릿대가 눈에 띤다
뒤를 보고
가야 할 정상부근에는 입구에서 본대로 눈이 쌓여 있고
주봉산과 봉복산을 연결하는 능선 안부에 도착하니 바람이 시원하다
주봉산 방향은 가지 말라고
들머리인 신대분교에서 4km라고 한다
능선에 접어드니 철쭉 나무가 제법 많고 오늘 종일 함께 하게 되는 조릿대도 다시 등장한다
한강기맥길의 운무산 방향의 조망은 나무에 가려 신통치가 않다
조릿대와 참나무 군락지에서 드물게 보이는 소나무 5형제를 지나고
저봉이 봉복산인가 했는데
들머리에서 봤던 능선이 여기로 연결됨을 말한다 <11시29분>
봉복산 정상에 도착하니
산세가 봉황을 닮았다고 안내하는데
오르면서 보기에는 우뚝 솟아 있는 듯 했는데 가까이 가니 둥그런게 복스럽게 느껴졌다
정상에 도착하기 전부터 눈발이 날리는가 싶더니 급기야 시야를 가릴 정도가 된다
가까이 불러본 태기산
눈마저 나리니 기대한 조망은 버리고 서둘러 내려서는 산죽길을 따른다
눈길이 여간 미끄러운게 아니다
아주 춥지도 않아 신발에 딱 달라붙는 눈은 여간 신경 쓰인다
그래도 기분은 오지게 좋다
한남대 4.3km라는 이정목앞에 서니 봉복산에서 500m 왔다고 한다
한남대 방향은 신대리로 내려서는 계곡이다
키 작은 산죽의 환영을 받으며 걷기 좋은 육산의 등로를 호젓하니 걷는다
지도상의 지루매재는 어찌 지났는지 기억이 없고
밥때가 되어 북서풍을 막아주는 양지바른 저 지점에서 천천히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아름드리 자란 신갈나무을 보면서
사면을 오르니 삼거리인 1038봉 한강기맥 분기점이다 <운무산까지 4.2km지점>
여기에 도착하니
잠시 잠잠했던 눈발이 다시 거세지고
사람의 흔적이라곤 예전에 다녀간 꼬리표만 각 지점 방향에서 바람에 나부낀다
처음에 올린 지도에 비해 덕고산의 위치가 정확함
진행방향으로는 하늘이 눈부시게 빛이 나
잠깐 오다 말 눈으로 생각했다
신대리 방향
한강기맥길이기에 이정목이 흔적없는 사람의 족적을 대신한다
구목령에서 먼드래재까지 16km
순한 등로가 조금은 까칠한 능선이지만 좀전에 내렸던 눈이 보여준 경치와 더불어 발길을 잡는다
암봉을 칠까 하다가 안전하게 내려서니 예상대로 다시 오르는 사면에 밧줄이 걸려 있다
사진보다 상당하고 물이 촉촉히 스며 여간 미끄러운게 아니다
4월에도 아이젠을 준비하고 강원도산을 찾아야 하는가 싶다
3월에 괴산 신선봉에서 만난 눈이 마지막일줄 알았는데
아파트 화단에 철쭉꽃이 피는 계절에 이런 눈꽃를 보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13시 20분 1094봉에 도착하니 햇빛이 눈부시다
정상에 도착하면 눈이 나리더니 이제야 얌전해
주변을 보려해도
나무에 가려 메마른 나무뿐이다
신대리로 하산하는 등로를 살피곤
덕고산 방향으로 접어든다
흔적하나 없는 순백의 설원위를 걷는다
가뭄에 콩 나듯 짐승들의 발자국이 간혹 뵈일뿐이다
다시 내려서고
모처럼 맑은 시계를 선사해준다
덕고산에서 봉덕사를 향하는 지 능선
우측이 덕고산 방향
한강기맥길과 영춘지맥길 능선이 빛을 낸다
전면의 급사면을 통과하여 등로가 이어진줄 알았는데
우측으로 가란다
아주 급한 깔끄막인지라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조금은 오지 같은 분위기다
된비알을 오르는 지점에서
목요일 미시령에 15센치미터의 적설을 보였다는 뉴스를 접하고도
별다른 대비가 없이 왔는데
춥지도 않고 풍경은 좋다
지나온 구간을 보고
바람을 타고 오는 눈만이 덕고산 정상을 밝힌다
1125m의 덕고산
홍천군 서석면과 횡성군 청일면의 군계를 이루는 산이다
여기서 준비한 간식을 눈 맞으며 먹으며 지도를 살핀다
봉복사 방향으로 갈까 아니면 청량님이 걸었던 등로를 선택할까 망설이며 시간을 본다
2시21분
산방으로 출금하는 구간도 찜찜하고 시간도 괜찮아 보여
가다가 여의치 않으면 큰성골로 하산 하기로 하고 삼계봉까지는 진행해 본다
시간이 갈수록 사위는 어두워 지면서 숲은 더 깊어만 가는 느낌이다
여전히 산죽과 여러 참나무에 좋은 터전을 잃고 고산 능선에 주로 자라는 신갈나무가 숲의 주인이기에 맘이 놓이고
태기산
진한 태기왕의 전설이 깃들어 있으며 풍력발전기가 있고 일반인의 출입을 할 수 없는 태기산 정상일대 모습이다
산행 내내
태기산 한번 제대로 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이 장면이 마지막이었다
다시 내려섰다가 오르는 중에 우측의 산죽 사이를 유심히 살핀다
그러나 내리는 눈에 뭍여 그런지 등로의 흔적을 보지 못하고 삼계봉 지점까지 왔다
삼계봉(1070봉)
강원도 횡성군 평창군 홍천군의 군계점이지만
정상석 하나 없어
그럼에도 산악회를 비롯한 산꾼들의 표식은 중요 지점임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3시가 다 되어 좌측의 기맥길을 버리고 우측의 태기산 방향으로 걷는다
이제까지 걸어왔던 등로와 확연히 구분되는게 있다
갈수록 산죽길은 애매모호한데
눈은 설상가상으로 짙게 뿌린다
장갑도 물에 젖고 내리는 눈에 렌즈마저 물을 머금고
시야는 어두워져 갈길을 염려하게 만든다
청량님이 갔던 태기산 능선 지점 전까지 두번의 하산로가 지도에 있어
그걸 믿고서 강행한다
삼계봉에서 편한 등로는 우측으로 내려셨다가 1060봉을 지나 평탄하게 올라 1106봉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는 이정목이 반긴다 <3시16분>
다행히 첫번째에서 하산로가 있어 마음을 놓이게 한다
계획은 1059봉에서 내려서지 않을까 했다
이젠 좀전에 비교하여 산죽 사이로 등산로가 뚜렷햇다
여기 산죽은 색상이 선명하고 싱싱해
짙어져 가는 눈발에 갈수록 태산이 아닌게 다행으로 안심이 되고
그저 이쁘게 변하는 숲의 정취속에
급 사면의 미끄러움에 한발 한발 옮기는데 주의하며 숲의 정취를 즐긴다
아닌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춘사월에 설경을 만끽할 줄 어이 알았으랴
하산중에 우측에 등로 느낌이 있어 다녀가 보니 골짜기로 연결된다
삼계봉 약200여미터 전에 하산했다면 그 골짜기로 내려섰을텐데
그곳보다 여기가 한결 수월한 느낌이 들었다
습을 먹은 카메라에게는 미안해도
욕심을 참기 힘들다
이젠 계곡이 가까워졌는지 제법 물소리가 크게 들린다
겨울에도 물이 많이 흐른가 보다
마지막 로프구간
토질이 미끄러운 오늘같은 날에는 도움이 된다
이 풍경이 겨울 오기전까지 마지막이겠지
산행 하루전 설경보러 미시령갈까 하는 잠깐의 생각도 있었지만
횡성의 높지 않는 산에서
이리도 아름다운 설경을 보게될 줄이야
그저 감탄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계곡에 이르러 흠뻑 젖는 신발과 옷을 정리하고
때 아닌 눈 폭격을 받는 야생화들에게 눈맞춤한다
현호색 미치광이풀 괭이눈 눈괴불주머니 등에게
고도가 낮아진 큰성골에는 비가 왔는지 등로가 물기에 반들 거린다
여름에 조용하니 휴식을 갖기에는 좋은 산행지
여기가 낙수대에서 내려온 지점과 합류점인듯 싶고
인가가 드문드문 팬션이 자리한 지점에 오니 연분홍색의 진달래가 피어 산중에 핀 노란 생강나무와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봉덕산 덕고산 삼계봉을 거쳐 신대리로 하산하는 원점회귀산행의 여정은
긴 하산길의 지루함을 야생화가 달래 주었고 추위에 곤욕도 치뤘지만
좋은 추억으로 길이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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