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산행기

구룡령 - 갈전곡봉 - 왕승골 (상) - 원없이 러셀을 즐긴 대간길

열린생각 2011. 12. 31. 23:08

 

연말에는 마음이 바빠지는 달이다

한 해를 정리하는 마음에 괜시리 이곳 저곳을 다니다 보면

나 자신은 저 멀리 보내고 허우적 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올 해는 특이한 체험을 하였다

 

12월 15일부터 18일까지 지하철 혜화역에서 있었던

제1회 야생화 전시회가 있었는데 블러그방을 통해 교류하였던

바람꽃의 자운영님을 만나 말씀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도 좋았다

지금도 거실 벽면에는 님의 작품인 복주머니란이 싱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산행 전날에는 손위 동서인 형님 내외분의 도움으로 이전해갈 사무소 청소를 마칠 수 있어

마음 편히 대간에 들수 있었다

 

 

** 가평휴게소 얼음 빙벽 **

 

대간 산행일이 성탄절인지라

많은 자리가 비워 편하게 구룡령에 왔다

 

차 안에서 오고 가는 말들이

눈이 많이 왔다는데 이곳까지 산을 찾은 사람들은 비 정상적인 사람들이라고 하며

은근히 자신을 추켜 세운다

그리고

 

눈이 많이 왔다는데 다들 선두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항상 선두를 하던 님들마저 뒤에서 걷겠다고 한다

그런 무리중에 한사람이었는데 막상 차에서 내려 눈 쌓인 산들을 바라보니

마음은 벌써 앞으로 달린다

 

 

약수산에서 내려온 발자욱은 그 어디에도 없다

오늘 갈 대간길은 어떨까?

 

군에서 생일을 맞은 영주가 그립다

추운날에 이렇게 눈 쌓인 철책에서 주야로 경계근무중이겠지

영주야 생일 축하하며 건강하게 보내렴

 

산 행 일 : 20111년 12월 25일

진행방향 : 구룔령(10:30) - 갈전곡봉 (12:35) - 점심(12:55~13:15) - 1016봉(14:15)

 - 왕승골 사거리(15:21) - 왕승골(16:05)

대간거리 : 8.5km   지선거리 : 2.6km         계 : 11.1km

특징 : 2011년 마지막 산행으로 설악을 보면서 원없이 눈과 함께 함

 

오늘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군

그럼 먼저 올라볼까

 

키 큰 이정목이 눈에 파묻여 거센 바람과 씨름하고 있었다

 

고산에 흔한 상고대마저 바람이 어찌나 센지 붙어있지 않고

앙상한 가지만이 애처러이 울어댄다

 

다들 올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그냥 천천히 가보기로 한다

아니 하얀 눈이 걸음을 옮기게 하였다

 

 

 우와~~~

초장부터 진행방향 우측에 중청 대청이 보인다

 

양양에서 홍천군으로 연결하는 56번 국도가 보이고

좌측에 양양 서면의 암산이 보인다

 

사거리에서 정상방향으로 직진한다

 

벌써 몇개의 잔봉을 지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뒤에 오고 있을 일행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바람이 지나가는 하얀 숲 속에 홀로 주인이 되어 마음껏 웅지를 들어내며

사박사박 걷는다

산의 주인인 나무와 바람과 공기와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 ...

 

아무도 가지 않은 맑고 순백한 눈길을 처음으로 족적을 남기려니

마음이 경건해짐을 느낄 수 있다

 

야~~!  아름답다

이런 맛에 눈 쌓인 겨울산을 나는 좋아하고 사랑한다

 

멀리 점봉산과 서북능선 그리고 대청이

왕승골(약수골)이 지척에 보인다

 

대청을 불러보니 한걸음에 갈수 있을것 같다

 

가리능선의 가리산 뒤로 안산이 빼꼼이 보이고

우측의 점봉산 뒤로 삼각뿔 모양의 귀때기청이 보인다

 

오늘 산행은 설악의 연봉들과 함께 하는 심설 산행이다

깊은 계곡은 갈천리로 이어지고 그 옆 자리에 약수골이 있다

** 지도상의 왕승골을 현지인은 약수골로 부르고 있다 **

 

대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얼마나 많은 고산 준봉을 지나야 점봉산에 들 수 있는지를

 

그러고 보니 시야를 가린 조침령에서 한계령 구간이 떠 오른다

이렇게 좋은 날에 걸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겨울산의 매력은 무엇이길래

이렇게 내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대는가?

 

흰색과 회색 그 중심곁에 연녹색

그리고 빛의 어울림일까

 

 

러셀을 하는 기분은 짜릿하다

예전에 두타 청옥산에서 이틀간에 걸친 설 산행중

허리까지 차오르는 학등8부능선 이상에서의 묘미를 잊을수가 없다

 

배꼽시계는 식사시간을 알리지만

좌측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피하기에는 우측 능선은 급 사면인지라

 마땅한 장소를 찾지를 못하고 걷게 된다

 

뒤에 오는 선두팀을 기다리면서 사브작 사브작 걸으며 풍광을 즐긴다

그래도 오르막은

푹 빠지는 눈길과 미끄러움에 힘이 순간적으로 빠짐을 이겨내야 한다

 

드디어 오늘의 처녀산  갈전곡봉(1204)에 도착하였다

좌측으로 가면 가칠봉으로 이어지고

대간은 우측으로 내려가는 등로를 따르게 된다

 

이곳에서 일행들과 합류하여 식사 장소 문제를 협의 한 후 더 진행하기로 한다

 

순백의 설원이 마치 나를 반기는 양

소복 소복이 쌓여 반겨준다

얼지 않은 고운 입자에 맨 처음 묻혀드는 맛은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모를것이다

 

깊은 러셀도 얼지 않은 눈길은 그나마 즐기며 걸을 수 있어

마냥 행복함이 밀려온다

 

상품이 귀하면 하찮아 보이는것도 소중한 상품이기에

 

눈속에 누워서 편하게 담아보았다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 보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다

급하게 내려서기전에 결단을 한다

 

오늘은 바람을 피할수만 있다면 서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급 가속으로 배를 채운다

산에서는 먹는 만큼 가게 되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기에

 

 

배 채운 후 바라보는 풍광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점봉산에 이르는 산 등성이가 구체적으로 길을 보여준다

 

급박하게 떨어지는 등로는 정체를 빗어내고

조망을 즐기는 나는 더 여유를 갖고서

 느긋하니 자연이 주는 선물을 흠뻑 받는다

 

바람이 눈을 쓸고간 남쪽 사면에 햇빛이 따뜻하게 내리고 있다

한번쯤 그 빛을 받고 싶은 유혹이 인다

 

너무 늦은 시간에 점심을 즐기는 동료분들을 뒤로 하고

다시 선두에 복귀한다

 

1107봉에 오르니 눈을 덮어쓰고 있는 목책 의자가 있다

 

대간등로는 우측에서 좌측으로 가 점봉산을 찍고 다시 우측으로 서북능선을 타고 대청으로 이어지는

S라인 대간등로

 

1107봉을 내려가는 눈 길은 부드러워 걷기에 좋았다

그러나 내림길이 안정화 되자

눈의 표면이 얼어붙은 무릎까지 빠지는 구간은 참으로 힘이 들었다

발 디딤이 불안정하다 보니 자꾸만 몸이 앞으로 박히고 다시 일어서려 해도 중심 잡기가 쉽지 않다

이럴때는 한 사람 앞세우고 걷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뒤에 오는 청안님이 어떻게 그렇게 잘 찾아 내려 왔느냐고 묻는다

등로 찾은것 보다 살포시 얼은 눈길 걷는게 힘이 드는데

 

좌측으로 보이는 구룡덕봉을 보면서 오르다 보니

밝게 빛이 나는 산정에 도착하였다

 

1016봉이다

조망이 그만이다

이곳에서 10분 넘게 조망을 즐기면서 일행분들의 기념 사진도 담아본다

 

양양 서면의 조봉(1182봉)과 암산(1153봉)이 우측 대간으로 내달리고 있다

 

암산에서 아미봉 그리고 약수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56번 국도가 구절양장을 이루고 있다

 

오늘 지나온 대간길

 

 

여름 명산 산행으로 유명한 중앙의 방태산(1444봉)과 그 좌측의 구룡덕봉(1388봉)이 보인다

 

산행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고 체력 소모가 커 연가리골을 피하여

단축된 왕승골로 내려서기로 한다

 

촬영 - 조규학 대장님

눈에 묻혔던 삼각점이 보인다

 

드디어 대청과 인사를 나누고 내리막 등로를 들어선다

 

도상 고갯길 안부인 왕승골 사거리로 가는 마지막 하산길에서 즐겁게 내려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