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식물의 보고인 설악산 국립공원인 점봉산을 지나게 되는
이번 구간을 꽃 피고 산새 우는 계절을 다 보내고
낙엽이 진 쓸쓸함이 짙게 배는 10월말에 방문하는 관계로 허전함과 아쉬움이 남은것은 어쩔수 없었다.
그런들 어쪄랴
일기만 좋기를 바라며 무거운 몸을 버스에 의탁하게 된다.
어두운 밤에 가는것은 기억에 남은게 없다.
그래도 요약하자면
단속 구간이지만 많은 대간군들이 다녀 그런지 길이 뚜렷하고
어둠속에 양양의 불빛은 계속 쫓아오고
진동리 양수발전소 불빛과 기계음은 결코 잠들지 않았음을 일깨우며 깊은 산중에 있다는걸 잊게 하여 준다.
그리고
조침령에서 점봉산까지의 위치번호목은 정확히 제대로 설치되어 있어 단속구간이란게 약간은 의아심이 들었다.
어둠과 안개로 인해 시야가 방해를 받아 제대로 숲을 살필수 없었다는 아쉬움에
언제 한번 조용히 다녀 오고 싶은 마음을 남겨 둔다.
산행일 :2011.10.30
산행코스 : 진동삼거리(3:20) - 조침령(3:44) - 북암령(6:16) - 북암령(6:16) - 단목령(7:08)
오색사거리(9:06) - 점봉산(10:22) - 망대암산(10:55) - 1158봉(12:30) - 한계령(14:25) 거리 :23.2km
새벽참을 들고 출발전 기념촬영 - 진동삼거리에서
다행히 비는 그쳐 마음 편히 야식을 먹고 출발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런데
사진을 찍고 머리에 불을 밝히는데 먹통이다
어!! 아차
지인의 랜턴에 건전지를.... 손봐주다 착각을 하고 정작 내것은 잊어 먹고 건전지마저 차에 두고 왔다.
다행히 보조 랜턴이 있어 이마에 두르느라 맨 뒤에서 출발하는데 일행의 꽁무니 마저 어둠속으로 사그라 졌다.
하여간 빠르기도 해라
백두대간이란 암각화속에 조침령이란 이정석을 본다.
새도 잠을 청한뒤 넘어간다는 고개라면
사람이란 어쩌랴
직진하는 임도를 버리고 좌측의 숲으로 들어서니 나무데크가 등로를 안내한다.
위치번호목
점봉산을 깃점으로 현재의 위치를 말해준다.
32번목이므로 16km임을 말한다.
약간의 바람이 불고 양양의 불빛이 잘 보여 날이 맑게 개일줄 알았다
그러나 산행 시작 1시간이 지난 뒤로 안개가 찾아오더니 갈수록 짙어만 간다.
낙엽이 등로를 두텁게 덥고 물기를 머금은 길을 찾아가기란 여간 힘이 드는게 아니었다.
그냥 일행 중간에서 편히 걸을걸 하는 후회와 함께 앞에서 길 찾느라 고생하였을 헤글러 대장께도 미안함 마음이 인다.
어둠속에 안개마저 짙어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다.
단지 눈으로 보고 걷는게 아니라 감각으로 등로를 찾아 걷는다는게 맞다.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고 힘이 드는지 눈알이 다 아프고 머리가 띵~~ 하더라
이런때 나무가지에 걸려 있는 꼬리표가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다.
가다보니 속초시에서 92년도 재설한 삼각점이 보인다.
조금 더 가니 위치번호 20번(5시 58분)이 눈에 띈다
1136봉(5시56분)으로 추정 된다.
참으로 힘들게 북암령에 도착하였다.
바로 뒤에서 고생을 김 만종님
북암령을 5~7분여 남기고 내리막길 중간부터 등로 찾기가 수월하였다.
북암령은 양양의 북암리와 인제의 진동리를 연결하는 재로 어둠이 남아 있지만
완만해 보이는 풍경이 참으로 포근해 보였다.
북암령을 지나 1020봉을 향해 오르는 등로가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어두움이 가시고 사물이 보이니 오르막 등로에도 발걸음 가볍게 하더라.
1020봉을 내려서는 중에 한계령에서 오색 방향으로 운무가 꿈틀댄다.
잘 하면 점봉산에서 운해도 보겠는걸 ~~~
조침령에서 시작할때 하얀점들이 보이길래 대청에는 지금쯤 눈이 오지 않으까 생각 했는데
보이는 대청은 하얀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있다.
낙엽이 두텁게 쌓여 있는 등로를 밝으며 이곳이 자연보호 구역인지 실감이 잘 나지 않은 중에
이런 입간판을 보니 양심이 저려 온다.
우측의 1020봉에서 좌측으로 반호를 그리며 걷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침령에서 시작한 산행은 한쌍의 장승이 반기는 단(檀)목령에 도착하였다.
이름만으로도 비경으로 설레이게 하는 설악의 오색에서 인제의 진동리를 잇는 대간의 고갯마루인 단목령은
박달나무가 많다하여 박달령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박달나무는 잘 보이지 않고 참나무가 주종이다.
두타와 청옥을 잇는 박달령보다 시원함과 운치는 작지만 418번 도로가 개통되기전 동해의 임산물이 인제로 넘어가는 중요한 요충지임을 말해준다.
이곳은 진동리보다 오색에서 접근하는게 지리적으로 훨씬 가깝다.
국립공원 단속원은 아직 출근전이다.
백두대장군과 백두여장군
산림유전자원 보호림 입간판이 북암령에 있는것과 동일한데
이곳에 있는 간판의 보존상태가 훨씬 양호하다.
보이는 곳에 있어 손때가 덜 탄게 분명해 보인다.
단목령을 지나 오르는 등로는 곧추 서 있는 길이라 상당한 다리힘을 요구한다.
위치번호목이 12번을 가르킨다.
856봉을 올라서니 키 작은 산죽 속에 철쭉나무가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조금 더 진행하여 느긋하게 아침상을 편다.
약 12킬로 걷고서 처음으로 엉덩이를 땅에 붙인 것이다.
26명이 산행을 시작하여 17명이 둘러 앉아 먹은 풍경이 좋았다.
식사후 산행중에 한계령에서 출발한 대간군들이 자주로 스쳐간다.
인천에서 서울에서 단체로 오신 분 또는 홀로 대간중인 분
각기 출발은 달라도 목적은 같지 않을까 싶다.
만물이 생기를 잃어가는 중에도 생명력으로 충만함을 뽐내는 이끼!!
녹색의 상큼함이 썰렁한 이 숲에 내가 정녕 사랑스럽다.
다 떨어져 내린 황량한 이 숲에
뭐가 미련이 남아 아직도 가는 세월을 붙잡고 있는지
보는 내가 안쓰럽기까지 한다.
숲의 청소부 간버섯이 아직도 활동적으로 움직이고
쓰러진 나무가 서북능선의 개선문처럼 치장을 하고 있기에
뒤에 오는 일행분들의 모습을 넣어 담아 왔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고 하던데 흑백의 간결미가 주위를 압도한다.
대체적으로 버섯은 찬바람이 불면 사그러 드는게 순리이지만
찬 바람에도 자라는 버섯도 있고
찬란한 꽃을 피우던 단풍취도 세월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데
8000m급14좌와 7대륙의 최고봉 그리고 3극의 최고봉까지 섭렵한 박영석 대장을 비롯한
신동민 강기섭 대원의 무사함을 기원하였지만
이제는 영원한 산의 품안에 잠들었음을 받아들여하는게 순리이다.
점봉산을 3킬로 남겨두는 지점에서 좌측으로 가면 진동리 꽃님이내 팬션이 나오는 너른이골이다.
오기전에 자운영님 블방에서 보았던 꼬리 겨우살이는 보이지 않아도
수 많은 참나무에는 겨우살이가 덩그러이 자라고 있다.
카메라가 저급하니 있어도 지대로 담을수는 없을 것 같다.
지도상의 오색 삼거리가 이제는 오색 사거리로 수정되어야 할 듯 싶다.
이정목 한번 잘 되어 있다.
적어도 점봉산까지는 통제구간이 무색할 정도로
오색 사거리에서
입간판에 의하면 마대등이 있어야 하는데
왠걸 정신이 나가서 그런가 밟은 기억이 통 나지 않고
입 간판 위를 처다 보아도 복구전 모습 그대로다.
마대가 폭우에 다 쓸려 내려갔나...
오색 사거리에서부터 본격적인 오름 등로는 쉬임없이 길게 이어지는데
짙어오는 안개는 숲의 분위기를 몽환적으로 바꾸어 놓은다.
심한 오름길도 힘들었는지 순한 마사토길 짧은 내리막으로 바뀌고
이내 다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치 오른다.
그러는 중에도
나무가지 끝의 세계를 본다.
몽환적인 숲의 연출을
자연이 노래하는 선율은 이처럼 심금을 울린다.
곧추선 등로가 힘들어 쉬어가고 싶다는 곳에
작은 새와 이끼가 노래를 한다.
한참을 이끼와 놀아본다.
잘려진 그루터기에 자라고 있는
황금색의 이끼
어쩜 이리도 화려한 빛이 날까.
나무에도 돌덩이 위에도
이끼는 습기를 가득 안고 생명의 찬가를 노래한다.
심지어 살아있는 나무뿌리에도
이끼와 노는 중에 산림청의 보호 주목이 보인다.
저기 보이는 주목 좀 보소
커다란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겠노라고 세상을 향해 애기하는 주목을
세월이 흘러 다시 찾거든 저 주목을 잊지 않고 찾아보리다.
혹여 이 사진을 보고 여길 지나치는 인사가 있거든 좀 알려주소
바위가 쪼개지는지 아니면 주목이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해서 부탁합니다.
마디와 마디 사이가 짧은 철쭉이 있는걸 보니 정상이 지척임을 짐작할 수 있다.
예상대로 앞서 가는 일행들이 정상이라고 한다.
저 가녀리게 보이는 수리취가 한 겨울을 어찌 날까 걱정이 된다.
드디어 남설악의 중심인 점봉산(1424봉) 정상에 도착하였다.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서로 공존하는 장소로서 약864종의 식물이 서식하기에 환경 생태의 보고라 한다.
아직도 종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봉산
그러나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은 백색의 세계뿐이다.
설악의 장엄한 풍경도
어머니 품같은 느낌의 곰배령도 보이지 않은다.
정상의 소나무 한 그루
사방의 조망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한계령을 향하여 발길을 옮긴다.
북쪽의 찬 바람이 얼마나 매서웠는지
나무의 가지가 그렇게 억샐수가 없다.
키 작은 철쭉이 대표적인 수종이며
철쭉이 필적에 그 화려한 모습이 눈앞에 환하게 그려진다.
세상사는데 있어 꼭 돌연변이 같은 친구가 있듯이
이 철쭉이 그랬다.
그래 그런지 보는 구경꾼은 흥미롭게 구경하게 된다.
1236봉인 망대암산에 도착하였으나 이곳도 백색의 세상뿐이다.
위조 동전을 만들던 주전골의 위조범들이 이곳 산에 올라 망을 보았다 하여 망대암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하는데
그건 굉장한 뻥이라 믿고 싶다.
예날에는 숲이 더 우거져 있을테고 주전골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시야확보와 긴급 연락할 방법이 곤궁하기에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망대암산 암릉 밑에서
26명이 함께 모여 같이 하산하기로 한다.
망대암산에서 내려서면서 흘림골로 연결되는 십이담계곡으로 가는 길을 찾아보기로 하고
지도를 다시 한번 더 본다.
겨울에는 산죽이 참 운치 있는데
나무잎이 다 떨어져 내린 가을 숲에도 그 운치는 장관이었다.
흩어져 있지 않고 모여 있는 군락지의 힘이 느껴진다.
산죽의 위대함을 느끼며 걷다가 약간의 내리막길에서
산죽의 틈새에 우측으로 빠지는 등로를 보았으나 사진을 남겨두지 않은게 후회가 된다.
이곳이 하산로로 보이는데 십이담 가는길 아니야 하고 선답자에게 자문을 구했으나 좀더 가야 한다는 말씀에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친게 분기점을 확인 하고도 남기지 못 하였다.
우주선 바위라고 하는 곳에 이르러 자문을 주신 분이 아마 그곳이 십이담가는 분기점 같다고 하였을때는
돌아가 사진을 남긴다는게 먼 거리였다.
우주선 바위 또는 외계인 바위에서 마지막 오름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끝이 1158봉이었다.
모든 허물도 덮고 사랑하는 품속 같이 포근히 감싸줄것 같은 안개
그러나
너무 농도가 심할 적에는 갈길을 잃게 마는 마력을 숨기는 안개
그래서 안개속에 몽환적인 풍취를 느끼는가
느끼되 빠지지 말아야 하는게 안개가 아닌가 싶다.
나 빠짜져들고 있는게 맞는거야
1158봉을 지나 편하게 등로는 이어지다 두번째 1158봉에서 우측으로 약간 오르면서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반전을 맞게 되더라.
설악의 진면목은 장엄한 바위 아닌가?
그 바위가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뿌연 안개속에 느닷없이 눈앞에 펼쳐진다.
야 장관이다.
기암이 드디어 쨘 하고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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