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다
유장한 능선을 벗어나 계곡을 대표하는 뱀사골과 피아골을 연계하는 장거리 산행이다
뱀사골 입구인 반선에 내리니 싸늘한 공기가 당혹하게 하지만 배낭을 챙기고 어둠에 싸인 공간을 가른다 / 4시 38분
칠흑같이 어둡지만 뭇별들이 쏱아져 내리는 무게를 등에 지고서 걷는다
보이지 않은 물소리가 들려 뱀사골에 랜턴을 비추면 파리하게 말라버린 단풍잎들이 전설을 얘기하고 집채만 한 바위 덩어리들이 깊은 계곡에서 하얗게 빛을 낸다 어떤 곳은 청정한 옥수가 빤히 보이고 여기는 지리산이야 라고 말한다
계곡변에 설치한 데크목길과 완만한 낙엽길도 걷다 보니 천년송과 하늘 아래 첫 동네라고도 하는 와운마을 분기점을 5시 03분에 지나고
5시 46분에 병풍소를 지나면서 목을 축인다
계곡이 멀어진거 같으면 어느새 옆에 따라오고 돌돌돌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더니 어느덧 어둠도 시간 앞에 기를 펴지 못하고 밝은 세상에 문을 연다
주 능선인 화개재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쉬어가는 장소라는 뜻의 막차가 유혹하니 떡과 고구마를 비롯한 간식을 먹으며
쉬는데 손끝이 아려온다 / 7시
막차를 밀어내는 계단길을 지나니 바람이 예사롭지 않고 돌길에 자작나무도 지나치고
이제는 계곡과 이별인줄 알았더니
몇 번을 더 건너게 되더라
해발 1200 언저리가 될 듯싶은데도 물이 보이는 뱀사골 상부는 가을이 아니라 초겨울 분위기였다
역사의 뒤안길로 남은 화개재 대피소 / 7시43분
드디어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해발 1316m인 화개재이다 / 7시 49분
남원시 산내면과 하동군 화개면을 이어주는 고개로 시장이 섰던 장소에서 우측의 반야봉을 올려다본다
너른 화개재는 전에 없었던 울타리가 있어 식물들이 점령했고 화개면 방향인 목통골 입구쪽에 쉬어가는 시설물이 있어서
젊은 탐방객들이 무리지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화개재에 서니 광양의 백운산이 힘차게 세를 과시하고 있었다
내 기억속의 화개재는 식물의 차지가 되었다
지리산 종주시 늘 가장 힘들게 느껴졌던 토끼봉을 본다
암만 봐도 부드럽게 보이는데 왜 힘이 든 코스였나 아직도 의문이 드는 토끼봉이다
거리 1.25km에 고도차 210m인 토끼봉
삼도봉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550 계단 입구이다 / 7시58분
숨은 차지 않게 쉬지 않고 오르는데 우측으로 익숙한 산 덕유산이 보였다
바래봉과 백운산 삼봉산이 보이고 덕유산군 금원산 기백산 그리고 수도산도 보이는 그야말로 산너울의 연속이었다
누군가 매직으로 기록한 551계단을 지나 목통골이 잘 보이는 지점에서 오랜만에 보는 지리의 갈비살을 본다
밤새 떨었을 계곡에 부드러운 생명의 빛이 마른 숲을 찾아들고 있다
이후 돌길을 오르니 삼도봉에 젊은이들이 모여서 인증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 8시 15분
천왕봉을 비롯한 남부능선의 삼신봉께도 안부 묻고
육중한 불무장등의 산세에 가린 백운산과 우측의 쪼그라져 보이는 왕시루봉을 오랜만에 안부를 묻는다
수많은 가닥의 골들은 능선을 일으켜 위 로위로 오르고
그것들은 뭉치고 뭉쳐 산줄기를 만들고 생명의 물줄기를 이루었다
양해를 구하고서 전북 전남 경남의 도계를 이루는 삼도봉을 인증한다
불무장등의 초입에서 천왕봉을 보고서 반야봉으로 향한다
도중에 반야봉에서 노고단으로 흐르는 유순한 능성에서 피아골 입구를 짚어본다
묘지를 지나고서 노루목고개로 바로 가려던 당초의 계획은 여유 있는 시간 속에 반야봉을 오른다 / 8시 43분
반야봉 오르막은 엣날 그대로 힘이 드는 코스로 계단이 많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변한 것은 무엇보다 주변에 자라는 식생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서서 말라버린 나목들 이제는 고사목이 되었다
암릉에 올라 가야산과 오도산 황매산 등을 보며 그 뒤로 보이는 대구의 팔공산과 비슬산은 추정한다
지리산의 조망처인 법화산을 보고 제법 넙데데하게 보였던 감악산이 여기서는 삼각뿔처럼 보였다
오랜만에 지리산의 주요 봉우리들을 보니 맥박이 띈다
지난날의 추억들이 아련히 떠 오른다
산천의 와룡산과 하동의 금오산 그리고 남해의 금산 망운산은 아슴아슴해
노고단에서 보는것과 달리 여기서는 왕시루봉보다 불무장등이 갑이고 그 끝에 백운산이 받쳐주어서 지리산이 더 빛난다
두 개의 능선 사이가 하산할 피아골이다
노고단 뒤로 보이는 모후산과 무등산
상처가 보이는지 않은 산은 그저 이렇게 아름답게 보이지만
지구의 온난화와 겨울 가뭄에 힘겨운 나목들을 목격하니 그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거 같다
잘 알수는 없지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기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로서 안타깝다
상대적으로 철쭉은 더 왕성한 세를 불리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속에 걷다 보니 반야봉 정상이다 / 9시 22분
마주하는 천왕봉을 보게 되는 반야봉에는 젊은이들이 대세였다
육중한 몸매에 기운차게 뻗은 능선을 보니 숨어 있었던 지리산에 대한 그리움이 살아난다
해발 1732m인 반야봉에서 보는 산줄기들은 각별해
비록 오는길 방향 외에는 울타리를 쳐 놓아 갇힌 느낌이 들었다
견두지맥 너머로 곡성의 동악산과 남원의 문덕산과 고리봉이 아련했다
왕시루봉 뒤로는 고흥의 팔영산이 보일 것도 같았는데 아쉽고 조계산 좌 뒤에 존재산으로 추정한다
얼마만인가 반야봉
10년도 더 지났겠지
예전에는 연장자분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젊은이들이 더 많이 보였다
세월이 그렇게 많들었나 싶었다
내려가는 분도 ㅇ오르는 분도 여태 지나치는 분도 젊어 ...... 그렇게 변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하던데
나의 생각과 달리 몸은 그렇게 알게 모르게 사위어 가고 있나 보다
1480M인 노루목고개다 / 9시 54분
그러고 보니 여기를 지나칠적마다 반야봉은 꼭 방문했다
노루목고개에서 조망
약 2km 거리에 있는 피아골 삼거리 방향의 능선을 본다
86계단을 내려가고
임걸령 쉼터를 지나고
임걸령 샘터에서 물 보충하고 점심 식사를 한다 / 10시 24분 ~49분
과거에는 등로에서 바로 보였는데 지금의 샘터는 저 표지판 뒤에 있다
편안한 등로를 걷다가 잠시 오르막을 조금 타면
피아골 삼거리라(해발 1336m)는 이정목이 노고단을 버리라 말한다 / 10시 57분
거기에서 보는 왕시루봉 능선
살아서도 그렇듯이 죽어서도 그 올곧은 기개를 저버리지 않은 분비나무
피아골 입구에 서니 신갈나무 대신에 소나무가 반긴다
주야장천 내려가는 피아골
어둠 속에 걸었던 뱀사골에 비해 여기는 훤한 대낮이기에 막판에는 단풍을 조금 기대한다
귀한 녀석이 눈을 뜨게 한다 꼬리겨우살이
불무장등
중부지방으로는 제법 비가 내렸지만 남부지방에는 가물었는지 단풍나무 잎마다 죄다 말랐다
진행방향 좌측으로는 불무장등
처음 만난 단풍
진행방향 우측에 왕시루봉 능선
진짜 오래된 발판인 아나방 철다리다 / 11시 47분
서어나무
피아골 대피소다
피아골 대피소에서 보는 불무장등 / 12시 05분
단풍이 진 피아골 대피소에 많은 탐방객이 몰렸다
대피소에서 직전마을까지 4km
단풍은 다 말라 버렸거나 떨어졌고 그 흔적만 남은 몇 개체로 만족해야 했다
피아골 계곡의 수량도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돌길이 많은 등로였고 계곡 인근에 붙어 진행하는 형태다
대피소로부터 1200여미터 내려오니 구계 폭포(해발 645m)가 있었는바 사진처럼 옹색한 물줄기다 / 12시 49분
피아골 산행기에 단골 손님 / 12시 51분
명줄만 유지중인 피아골
단풍다운 단풍을 만났다
귀한 녀석인지라 카메라가 바쁘다
작살나무
단풍도 물도 사람도 붉게 물든다는 그 유명한 삼홍소다 / 13시 08분
그러나 오늘은 볼게 없다
물푸레나무 군락지가 건너에 보인다
뱀사골에 비해 너무도 배고픈 피아골이다
다리를 건너니 표고막터( 496)가 있고 삼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 13시 40분
이후로 평탄하고 너른 길을 따라 마을로 향한다
피아골에서 처음으로 들리는 물소리
직전마을이다 / 13시57분
불무장등과 왕시루봉 사이에 발달한 피아골 계곡 편평한 곳을 따라 조막만 한 터에 형성된 직전마을이다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문순태의 피아골에서 상징되던 마을 유래에 따라 아픔이 남아 있을 피아골은
포장로 따라 상가가 따닥따닥 늘어졌고 그것도 조금이었고
포장로변에는 차들이 쉴 새 없이 몰려오고 있었고 골 주변으로는 이제껏 보지 못한 단풍들이
그래도 여기는 피아골이야 말을 전한다
제법 이쁜 녀석들을 보면서 리더였다면 무조건 들 날머리를 바꾸었으리라
북쪽인 뱀사골이 하산길에도 좋고 단풍도 더 있을 거 같고 모든 조건이 유리하다고 생각되었다
드디어 연곡사다 / 14시 36분
마감시간 16시 남은 거리는 약 150m
무얼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나
진행거리 : 반선 -9.2km - 화개재 - 0.8km - 삼도봉 - 1.0km - 반야봉 - 3km - 피아골 삼거리 - 2.0km - 대피소 - 4.0km -
직전마을 - 2.2km - 주차장(이정목 거리기준임) 계 : 22.2km / 10시간
백제 성왕때 연기조사가 와서 보니
연못이 있었는데 물이 소용돌이치고 제비가 노는 모습을 보고서 절을 짓고 연곡사라 칭했다고 한다
지리산의 화엄사 대원사는 이분의 작품이라고 한다
역사의 골곡을 피하지 않았던 연곡사
지금은 석탑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연곡사 동 승탑비
고려시대때 유물이고 보물이라고 한다
거북이 발이 통통하고 등 뒤에는 날개가 달려 있는 게 특징이다
연곡사 동 승탑 - 국보다
도선국사의 사리가 안치된 탑으로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탑이다
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예사작품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연곡사 차집에서 차를 마시며 느긋하니 시간을 보내고서 탑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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