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안산의 성골 단풍과 옥녀탕휴게소 "하" (0221015)

열린생각 2022. 10. 19. 19:13

만산홍엽으로 채색 중인 가을날. 성골이 궁금한 것은 단풍이 있기 때문이다 

 

해발 1365m인 안부에서 남쪽인 성골로 하산한다 / 13시 14분 

계획보다 45분 이른 시간이지만 협곡의 빛이 일찍 지기때문에 빠른 것도 아니었다 

 

안산 서벽과 가리봉과 

 

서벽을 다시 올려다 보고서 

 

 

그저 안전하게 무탈하니 구 옥녀탕휴게소에 도착하기를 소망하며 안정되지 않은 비탈을 천천히 걸어간다 

 

 

나뭇가지도 잘 자라지 않은 상부를 지나니 어느덧 단풍나무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억척스러운 토양에 사는 나무이기에 아직 깨끗하지는 않아도  기대를 한다 

 

단풍보다는 내림길 발디딤에 주의를 해야 하는 게 성골이다  

 

부석대는 토질과 안정되지 않은 돌은 자칫 위험하기에 이런 단풍들이 보이면 

 

발판을 신경쓰며 제 나름대로 이쁘게 핀 가을나무 꽃을 담는다 

 

일반적인 단풍과 

 

복자기 단풍이 혼재되어 자라는 계곡으로

 

터의 좋고 나쁨을 탓하지 아니하며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연두빛에서 녹색의 색으로 생의 환희를 구가했을 단풍나무 

 

 

이제는 인생의 절정기를 향해 마지막 몸부림일까 

붉은 색감이 기쁨보다 처절한 몸부림으로도 느껴지기도 해 

 

비록 색이 바랬어도 내게도 영화는 있었으리니  

 

"오줌싸게 달샘이의 대궐 입성기"에서 하찮은 것도 귀하다고 김정숙 작가는 말했다 

 

또한 반상의 고하를 막론하지 않고 차별을 하지 않으려 했던 정조 임금도 계셨는데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속세에 잔뜩 때가 묻은 난 알면서도 그게 잘 되지 않아 

 

 

단풍아 그런 나의 맘을 이해할 수 있겠니 

 

이왕지사 사는 거 조금은 더 편하게 살고 싶은 욕심을... 

 

 

한발 두발 세발 걷는 길에 속도는 느려도 앞으로 가듯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꽃은 피고 지길 반복하는데

이 몸도 마음과 달리 변하는 걸 인정하고 싶지가 않아  

 

 

육순의 중반 고개를 오르려니 그게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었음을 몸속에 숨겨 간직하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리 남아 있으니

어쩌면

좋은 기회는 또  찾아오겠지 하는 소망은 사치일까 

 

바람도 숨죽이고 새소리도 없는 조용한 골짜기 

 

척박한 땅에도

따사로운 햇빛만이 상처를 감추고

모든것을 환하게 비쳐주네 

 

 

그러다 문득 귓속을

파고드는 노랫소리가 있다 

 

보이지 않은 마른 계곡에

 

 

옥수가 나직이 흐른다 

생명수가 흐르고 있었다 

 

 

우기철에도 보지 못했던 물이

흐른다니 신기해 

 

 

 

인연이란 게 뭘까 

소망한다고 내 앞에 나타나는 게 아니고

기대하지 않아도 느닷없이 보여주다니 

 

 

그런데 지금은 목이 타지 않아

생명수를 보고도 물맛도 보지 않고

간단한 세수를 하며 쉬어간다 

 

그저 빛이 되어주는 단풍에 내려앉은

햇빛이 지금은 좋다 

 

아이 좋아라 

 

집채만 한 산돌 위에서 햇빛이 없어 그냥 내려간다 

 

집에서는 장시간 타지 말라 하고

친구들은 혼자 산에 가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다 

 

 

근데 그게 함산 하려 해도  속도와 여건이 

같은 방향을 지향할  산우는 다 어디에 있을까   

 

 

그게 다 뜻대로 되지 않은 삶도 

가다 보면 인연은 이어지고  

 

아직은 육신을 믿고 두발의 튼실에

자연이 주는 선물의 경탄에   

 

과욕을 경계하며 몸 살리기를

멈추고 싶지 않다  

 

 

성골에서 이런 물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다음을

기약한다는 게 부질없는 짓이기에 지금 소중한 물줄기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데 

 

난 그저 그걸 조금이라도 더 늦추고 싶은 욕심이다 

 

혼자여도 괜찮고 

 

오늘 같은 풍광만 있다면 

이 얼마나 행복한 하루의 삶이 아니던가 

 

늘 같을 수가 없겠지만 

 

그런 희망을 안고

살아갈  힘을 준 오늘의 경관이기에 

 

 

내일도 그다음 날도 

 

비록 고된 일상 지라도 

삶을 이겨낼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인생 사는 게 뭐 있어 

 

 

타인에 피해 주지 않고

내 세상에 내 멋대로 사는 거지 

 

지도상의 해발 약 850m 지점은  사진상 우측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땅속에서 합류하는 지점에서 간식을 먹으며  장시간 쉬어간다  / 14시 47분~15시 20분 

 

안산과 고양이바위가 보이는 지점이다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꼬맹이 시절이 생각난다  

 

이렇게 여유롭게 쉬어 보는 게 얼마만인가 싶기도 해 

 

지인들께 보내는 사진 전송이 안 되는 게  계곡이 깊어 그런가 싶었고 

햇빛이 짱짱했던 누웠던 바위에 금세 해님은 사라졌지만

시간이 아직은 너무 일렀다 

 

그러다 정신이 든 게  햇빛이 사라지기 전에

좀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함을 자각하지만 휴식에 적응한 몸은 서두르려 하지 않는다 

 

5년 전에는 우람했던 나무가

망가진 몽골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안쓰럽고  

 

뒤를 보니 안산이 날 보고 잘 내려가라 하며

자길 잊지 말라고 말한다 

 

이리도 멋지게 생긴 널 어찌 잊겠니 

다음에 또 오마 

 

다시 돌멩이를 요리저리로 밟으며 

 

순하게 바뀐 계곡을 단풍이 따라 내려간다 

 

단풍과 주걱봉 그리고 삼형제봉 

 

 

아래로 내려오니 아직 다 들지 않는 나뭇잎과  노란 단풍이 많이 보였다 

 

이정표가 되어주는 우람한 돌 

여기서부터 우측 숲으로 가서 진행한다 

 

숲길에서 돌아봐 주고 큼지막한 케른을 설치한다 / 15시 40분 

 

조금 진행하면 평탄한 숲이 펼쳐져 알쏭달쏭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계곡 가까이 붙어 진행하면 별 무리는 없다 

 

 

케른을 세워둔다 

 

자연의 신비

 

 

 

 

 

 

 

 

 

 구 옥녀탕 휴게소에  5시면 국공파도 퇴근할 거 같아

서두를 일이 없어 봉이 김선달 구경하듯이 걷는다 

 

 

그리도 해찰을 했지만 한계산성 앞에 도착했다 / 16시 07분 

이제 남은 거리는 약 900여 미터다 

 

 

성골 건너 한계산성 릿지로 가는 길목 전경이다 

 

산성 남문까지 탐방로 개설 의지에 측량 말뚝이 있고 안내 코팅지도 있어 그런지 

그 등로는 아주 뚜렷했다  

 

 

물빛에 어린 단풍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는데 

 

어찌 된 게 하류의 수량이 기대치 이하다 

 

역시 단풍은 물이 흐르는 계류와 함께 하여야 하는데 

 

 

올해는 이걸로 만족하고 내년에는 그런 풍경을 담아야겠다 

 

성골 하부의 물줄기가 이런데

성골 상부에 물이 흘렀다니 생각할수록  신기해

 

아름다운 산수 한 점이다 

 

 

 

이 단풍을 뒤로하고 산길로 올라 7분여 걸어

아침에 걸었던 지점과 합류를 하고서 

 

옥녀탕 휴게소 상부에서 동정을 살피니 괜스레 걱정을 많이 했구나 싶었다 

시간을 흘려보냈지만 운이 좋았다고 위로한다 - 16시 33분 산행을 마친다 

 

산행거리 : 옥녀탕 휴게소 - 3.6km - 안산 - 3,0km - 옥녀탕 휴게소        ** 계 : 약 6.6km / 10시간 15분 

 

짧은 거리에 휴식시간을 포함하더라도 10시간이 넘게 걸린 성골 좌릉에서 안산의 여정은 쉬운 코스는 아니었다 

등로의 존재 여부도 불분명하지만 그것보다 암벽을 만났을 때 대처는 조바심 내지 않았고

1곳을 제외하고는 무난한 코스였다 

단 시간은 충분히 배정하고 찾아야 할 코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