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설주의보가 내려 영동지방에 눈이 많이 왔다는 뉴스를 접하고서 산행지의 예보를 보고서 용문산으로 간다
꼭 설경을 맛보지 않았어도 그리 서운한건 아니지만 춘분을 하루 앞둔 날에도 설산을 대할수 있다는 뜻밖의 소식에 찾아온 춘설을 본다는 기대감으로 양평의 사나사 관리사무소 주차장에 애마를 세운다
산 행 일 : 2022년 3월 20일
진행경로 : 사나사주차장 - 1.5km - 봉재산 - 3.9km - 기맥합류점 - 1.5km - 포장로 - 1.1km - 장군봉 - 3.2km - 백운봉 - 4.0km - 사나사 주차장 계 : 15.2km / 8시간 51분
이슬비가 내려 이십여분간 차내에 머물다가 좀 진정 되니 베냥을 챙겨 눈이 내리고 있을 용문산으로 향한다
부지런한 사람은 습을 머금은 밭에서 냉이를 캐느라 여념이 없고 산행객 하나 없는 길을 따라 사나사방향으로 걷는다
계곡에는 맑은 물이 콸콸 흐르고
봄이 왔다고 노래하는 버들강아지를 보며
봉재산으로 뻗은 암과 소나무를 보기도 하고
용개구리가 분출하는 사나사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며
가섭봉 방향으로 진행한다
처음 계획은 날머리였는데 곰탕같은 시계가 들머리로 변경하게 했다
첫 고개마루턱에 오르니 싸락눈이 내리고 좌측에 보이는 암이 호기심 유발하며 어여 오란다
사거리 안부에서 좌틀하여 진행하니
좌로 우회하는 길과 직등하는 암에는 안전줄이 내려와 있었다
홀드가 좋아 그냥 직등하니 340m의 봉재산이라는 표지목이 서 있고
정상에서의 시계는 완전 맹탕이고 마루턱에서 본 바위를 찾아 내려 직진해 보지만 보이지 않고
우회하는 길에 올려다 보니 봉재산 정상에 있는 바위였다
다시 지척에 있는 안부에 돌아와 (약45분 소요) 베냥 커버를 씌우고 복장도 갈아 입고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이정목에는 설봉 2.5km 가섭봉 6.5km 사나사 0.4km 용천리 2.4km
초반은 서서히 시작하다 중반부터 고도를 세우고 후반부는 오지길 같은 느낌도 드는 봉재산 능선으로서 설산이 아니라면 하산루트(걷는재미)로 아주 좋을것 같은 육산의 능선이었다
두개의 잔봉을 지나고 헬기장을 지나니 소나무 그늘 밑에 쉬어가기 좋은 장소도 지나고
눈이 길을 덮었어도 느낌으로는 육산의 등로가 주였으며 소나무가 더러 자라는 숲길로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눈도 깊어져 가는데 산중은 고요하기 이를데 없었다
오늘은 숨차게 걷지말고 최대한 여유롭게 백운봉애서 조망을 누릴수 있게 하는 코드에 맞추기로 한다
눈에 덮힌 삼각점이 있는 해발 490m 지점을 지나 내려서는데 눈이 신발등을 넘치고
아침에 쓸고간 멧돼지의 흔적을 보며
사진과 달리 경사도가 있고 미끄럽고 발목을 덮는 눈길에 스패츠를 두고 와 애를 써 가며 오른 모습을 돌아보고
설봉이라는 이정목은 용천리 소죽골 방향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고 정상은 좀 더 오르면
이런 소나무가 4-5그루가 있는 지점이 설봉으로 추정되었다
해발 약 635봉인 설봉에는 시그널이 빛난다
설봉을 지나 조금더 진행하면
개성있고 우람한 소나무가 이 시기에 운치를 더하고
밀가루보다 더 부드럽고 순백의 명징한 눈위에
흔적을 남기기가 아까워 섣불리 발길을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종아리를 넘어서는 눈에 한발 옮기려면 적어도 3-4번의 발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게 되고
그런 수고로움도 춘설에 맞이하는 진객이기에 불평하나 생기지 않았다
어떤곳은 무릎 밑에까지 파고드니 6-7번을 들렀다 놨다 하여 한발 옮기게 되는 형국인데
오르막일지라도 바위가 보이면 그리 반갑기까지 하게 되고
고목이 막아서는 곳은 밑으로 통과하고
등산화가 젖지 않게끔 최대한 신경쓰며 걷다보니 어느덧 어여쁜 설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푹푹 파뭍이는 가운데 이런 선경을 홀로 누리다니 감동이다
언제가는 춘사월에 서락의 눈을 여럿이서 본적이 있었는데
설매재 휴양림이란 입간판이 보이더니 (해발 약 880m)
좌측으로 한강기맥의 임도길이 나타났다
무시하고 저기로 계속 걸을수도 있겠지만 한정된 시간과 등산화로 인해 저런 풍경을 외면하게 된다
역주행시에 저 이정목과 고사목이 키잡이가 될것이고 이정목에는 배너미1.2km. 용천리 5.7km. 설매재휴양림0.8km로 표시목에서 설매재 방향이 봉재산 가는 등로다 (안부에서 2시간 37분소요)
봉재산 이후로 주구장창 오르막을 걸었더니 갈증도 나지만 조금 가서 포장로에서 쉬기로 하고 진행한다
봉제능선에 비해서 기맥길 임도라 그런지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한분이 지나간 흔적이 보이는
러셀된 등로이기에 쉬이 도착할줄 알았는데 그거리가 1.5km라 그런지 예상보다 많은 42분이나 걸리더라
지금도 시계는 막혔지만 눈꽃은 제대로 보겠구나 싶었고
오후에 도착할 백운봉에서의 조망도 예보상 좋을거 같은 희망에 웬 행재이가 싶은 마음이다
도중에 오늘 러셀 주인공인 지나친 젊은 산객이 장군봉 가려다 미끄러워서 중단하고
안전을 위해 배너미고개로 백 하는 뒷모습이 그림같다
이정목과 산행지도가 있는 포장로에 접속하니 군부대에서 도로 제설작업을 하였다
군부대 방향은 아직은 곰탕인데 여기서 식사를 하기로 한다
7사 공병2중대 생활중에 한겨울에 폭설이 내린날 새벽에 강제 기상하여 차량에 올라 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캄캄한 산악임도에서 재설작업하고 자대에 복귀하여 연병장을 비롯한 재설작업한 추억이 생각난다
군 훈련보다 더 힘든 재설작업이 생각난다
식사중에 하늘이 벗겨졌다 잠기길 반복한다
그래 그래야지 그러고 보면 요즘 예보가 잘 맞아
식사를 마치고 아이젠을 착용하고서 이정목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장군봉(1.1km)을 향해 간다
두번째로 만난 분은 대전에서 온 여성분으로 홀로 내려오면서 너무나 힘든 산이라고 한다
데크 전망대에서 봉재산 능선을 걸었던 구간을 바라본다
가섭봉에서 백운봉으로 흐는 남서 방향의 산줄기끝에 백운봉이 있고 골이 깊은 사나사계곡을 함께 본다
사면에는 눈꽃이 만발해 보이지만
서둘지 않기로 한다
진행 할 백운봉 능선길
봉제능선을 본다
드디어 가섭봉과 백운봉 방향 삼거리 능선(13시57분)에 이르니 눈길에 골이 발달했다. 가섭봉까지 일천미터
삼거리에서 장군봉 가는 길에 하늘도 조금 열리면서 상고대가 아닌 눈송이들이 빛을 낸다
빛이 아쉽기는 하지만
춘삼월에 만난 눈꽃인데
하늘이 조금 열리면 이렇게 눈도 부시고
한무리의 젊은 단체 탐방객들도 연신 싱글벙글이다
숨차지 않게 걷기를 잘했구나 싶고
고향에 아버지 뵈러 갈려고 했었는데 오지 말라고 한사코 말씀하셔서
이런 호사를 누린다
마유산과 중미산
해발 1065m인 장군봉 정상석이다
전에는 없었는데 쉬어가라는 조망용 데크까지 시설되어 있고 연수리 상원사(2.1km)에서 많이들 올라 오는지 족적이 많다
오늘은 시계가 이렇다
장군봉에서 구름재까지는 두번의 긴 내리막과 짧은 내리막이 여러번 반복되고 도중에는 암봉도 넘어가게 된다
장군봉 지나면서 족적은 현저히 줄어들어 오늘은 한 두분의 족적만이 백운봉까지 이어진다
함께 하면서 걸었던 순간도 소중하지만 요즘처럼 홀로 걷는 산행의 재미도 나름대로 여러 의미가 있다
숲의 자연도 새순이 돋울때의 기지개 켜는 봄의 숲은 운기생동한 풍경에 기운을 얻고
무성한 잎들이 뜨거운 태양을 가려 줄때는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삶이 힘이 됨을 알게 해 주고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질때는 비워야 함을 배우고
천둥벌거숭이가 된 나목에서는 혼자서도 꿋꿋하게 이겨 내야 하는 의지력을 배운다
사계절 숲의 모습은 다양해
그 중에서도 겨울산의 매력은 뭘까
장군봉 이후로 한번은 길게 두번은 짧게 4번째는 길게 내려서는데
돌들이 있는 비탈이라 더 조심하게 되는 길이다
천도 되지 않은 백운봉의 위세가 대단하다
소나무가 있는 암봉도 건너고
두번째 사나사 갈림길도 지난다
우측의 암봉 전망대를 지나야 하고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봉재산 능선을 복기하다가 설봉 이후 기맥합류지점을 짚어도 본다
설봉 뒤로 보이는 대부산과 마유산(용문산은 오기임)
이쪽 마을 도로에 마유산로가 있었다 유명산의 원래 이름은 마유산이다 축령산은 흐릿해
장군봉과 용문산 가섭봉 방향
아직도 백운봉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잔봉을 넘나들어야 하고
우두산 고래산 옥녀봉 코스는 언제 가보나
추읍산의 남쪽 하산길의 급사면도 아주 대단하던 기억이 새롭게 난다
청계산 뒤로 검단산과 예봉산 갑산의 산릉이 가물가물하니 보이고
마유산과 어비산 그리고 입구지계곡의 청정수도 생각난다
봉재산과 사나사
불러본 사나사
구름재를 지나 잔봉을 넘고 철계단을 오르길 반복하면
오늘의 산행 종착지인 해발 940m인 용문산 백운봉이다 (16시16분)
3.7km거리를 2시간 19분이나 걸렸다
백운봉에서의 조망은 일망무제이나 오늘은 제한적으로 보였다
조망이 좋은 도일봉과 갈기산이 보이고
미끄러지며 걸어온 꿈결같은 능선길을 본다
육안으로는 대략 보였는데 카메라 눈으로 확인하려니 가뭇한 금물산과 성주봉
줄기차게 오르던 봉재능선 솜사탕보다 더 부드러운 눈길에 몇번인가 미끄러졌다
기억속에 아련한 추억이 많은 뾰루봉과 화야산 고동산 구간 언제 한번 걸어볼까 넘 오래됐다
청계산 앞의 편전산에서 대부산 그리고 봉재능선 타는 산행도 의미가 있을거 같다
형제봉과 청계산 뒤로 보이는 산군들
계절과 관계없이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과 양평 시가지
여기 오는 도중에 시계가 너무 흐려 정암산 해협산을 다시 갈까 고민한 산이다
한때는 백병 양자산을 왕복으로 꿈꾸다기 이제는 시들해진 산이다
겨울산의 매력은 이름이 있든 없든 골산의 속살이 숨김없이 여지없이 드러내
서로가 품어주고 앵겨주는 조화미다
겨울산의 색은 단순한데 그게 매력이다
번잡하지도 혼란스럽지 않고
흑과 백의 절묘한 앙상블 그 조화미에 흠뻑 젖게 된 오늘의 산행에서 이제는 하산할 시간이다
해발 약 725m인 구름재에서 사나사를 목적으로 내려가는데
초반의 그 길은 부드럽다가 이내 갈지자를 무수히 그리면서 고도를 낮추는데
서향빛을 온전히 받은 눈은 지면을 붙잡지 못해 조심해도 자빠링을 반복하더니
조심한 등산화는 기어이 올챙이를 키운다
6부능선임을 알게 하는 이정목 언저리부터 너덜이 계속 나타나더니 우람한 팽나무를 지나게 되면서 아이젠을 벗는다
계류를 지나니 이정목이 있고 다시 계류를 건너니 사나사길 흑길을 만나 타박타박 걷게 된다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에도 봄물이 올랐다
산지가람 배치를 한 사나사 경내의 대웅전
3형제송
사나사 일주문을 통과하니 어린이를 데리고 봄맞이 나온 가족들이 더러 보였고 정상에서 주차장까지 84분이 걸렸다
한 겨울에 오는 눈이야 당연한 거지만 봄꽃이 움트는 춘삼월에 맞이하는 눈은 늘 설레임을 준다
오늘은 일기예보를 참고하여 들 날머리를 바꾼게 딱 들어맞아
춘설이 전하는 희망의 메세지를 잘 받았다
'명산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도 일번지 해남 강진의 공룡능선인 덕룡산 (1구간) (0) | 2022.04.06 |
---|---|
홍천의 고양산 아미산은 단순했다 (0) | 2022.03.28 |
거창의 보해산 금귀봉 조망이 좋더라 (0) | 2022.03.21 |
남해의 응봉산 설흘산 다랭이마을 (0220309) (0) | 2022.03.15 |
횡성군의 발교산 병무산 오지길 (0) | 2022.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