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려는 가을이 아쉬운 시점에 집을 나선다
천주사와 대승사를 둘러볼적마다 마음에 두고 있었던 산을 만나기로 한 여정인데
하필이면 반갑지 않은 미세먼지가 많으니 실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예보다
산 행 일 : 2018년 11월 10일
진행 경로 : 천주사 - 천주산 - 서낭댕재 - 공덕산 - 묘봉 - 윤필암 - 사불암 - 대승사 - 윤필암
윤필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택시가 올 시간을 이용해 윤필암을 둘러본다
계절을 무색하게 하는 꽃이 날 희롱한다
분명히 11월인데 이찌하여 너는 이리도 곱게 피었니
줄기에 솜털이 밀생한 솔체가 반갑기 그지없다
설악에서 만나던 솔체는 아니지만
그 존제 자체만으로도 아주 기분좋게 한다
윤필암
고려우왕 6년 승려 각관과 찬성 김득배의 부인 김씨가 창건하였다 한다
각관과 김씨는 나옹화상이 입적하자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윤필암을 짓고 이색에게 기문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색은 나옹의 문도들이 마련한 기문의 집필료를 받지 않고 그 돈으로 사찰수리비용에 사용한 암자라 하여 그 이름의 유래라 한다
윤필의 뜻은 글을 지어주는 대가로 받는 일종의 사례금으로 집필료를 말한다
윤필암의 사불전
그 뒤로 석탑이 있는바 이번에도 가보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대승사와 이어지는 삼거리를 향해 간다
일주일 전만 해도 울긋불긋한 숲길이었을 이곳에
낙엽만 숲을 뒤덮고
바람도 자는지 주변은 고요해 썰렁한 기운이 감도는 적막한 공간이다
늦게까지 자리를 보전하려는 솔체처럼
떠나가려는 가을을 꼭 붙잡고 싶은 단풍의 몸부림이
오는 길에 스쳐간 붉게 물든 단풍의 아름다움까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느껴지더라
택시로 이동하는데 소야리를 지나 수평리의 고샅길을 경유하여
경천호를 지나 불당골에서 내릴까 생각하다가 낙엽을 떨군 나목들의 언덕길을 외면하고
천주사 입구까지 편하게 오른다
해발고도 약 200미터를 무임승차한 기분이지만 내심 산에 온 사람이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해발고도 약 450미터지점인 절 주차장에서
푸근한 인상을 간직한 포대화상의 곁을 지나
아직까지 건재한 단풍의 끝물을 보며
입간판 뒤로 진행해도 되지만 불상을 보기 위해 경내를 지나기로 한다
조용한 경내를 조심스레 지나간다
천주사는 처가집 식구들과 함께 여러번 다녀갔었다
어떤날은 비 오는날에도 왔었는데
그날처럼 시야가 좋지 않다
미세먼지가 많으니 숨 차지 않게 천천히 걸어야 겠다는 생각이다
날씨만 좋으면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그림이 괜찮은데 ... ..
천주사의 마애불
오래된 불사로 보이지 않고 현대적인 느낌이 강했다
마애불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 등로를 탄다
낙엽이 다 진 나목의 헐벗은 모습보다
이제는 땅을 두텁게 감싸 않은 낙엽이 정겹게 느껴진다
게단을 오르다 뒤를 보지만 풍경은 흐릿한 먼지속에 갇여 요지부동
깨끗한 모습을 보여줄 기미는 없다
돌탑이다
천개의 돌탑을 쌓으려나
계속된 가풀막을 타다가
여기서부터는 등로가 완만해지면서 자연스레 계단길로 이어지고
머리위로는 깍아지른 단애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편안히 걷게 해 주는 계단길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
대슬랩의 암릉길을 타는 긴장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거대한 하나의 암벽 사면에도
생명은 무진풍파를 이겨내며 굳건히 자라고 있다
사부령 너머에 사부리란 오지 마을이 있는바
찾아가는 길목은 좁지만 안으로 갈수록 호리병처럼 넓어지며
남쪽으로만 밝게 트여 참으로 안온한 기운을 주던 마을이 생각난다
천길 단애에 자라는 소나무 한점
책으로 읽은 내용은 금새 잊어먹지만
산행은 별 생각없이 오래 묵어도 그 장소를 생각하면 생각이 날까
경천호
1986년 12월 준공된 댐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인공호이다
제방길이 368m 높이 63.5m 총저수량 2822만톤으로
문경시 동로면 산양면 신북면 영순면과 함께 예천군 예천읍 개포면 유천면 용문면 용궁면 등
2개 시군의 9개읍면에 농업용수의 중요 공급처로 이 지역에서는 가뭄 걱정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 댐도 2014년 가뭄때는 저수율이 17%에 달해 극심한 저수율을 보였지만 이 댐이 있어 흉년을 피 할 수 있었다고
장인어른은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씀 하였다
황장산까지는 보여주네
지척에 있는 공덕산이 멀어 보인다
벌재를 기준으로 좌우의 대간길이 삼삼한데
날씨만 좋다면 한 조망할텐데 ... .. 아쉽다
저수령에서 시작하는 국사지맥도 보고
천주산이 손 뻗으면 닿을듯한 거리
정상석이 아담하니 참 좋다
단지 안전 시설물이 있어 안아주지는 못했지만 .. ...
천주사에서 약 380m의 고도를 올렸다 거리는 약 0.8km
천주산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라는데 여기서는 실감이 나질 않아
이 정상석이 있어 인증사진으로 많이들 찍는다고 건장한 산불감시요원은 알려준다
공덕산
택시타고 지나왔던 소야리와 수평리를 본다
저곳으로 길이 있었다니 지난번 황정산에서도 동네 고샅길을 타던데
지역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길이다
쓸쓸히 산야를 지키는 감시요원을 뒤로 하고 공덕산으로 향한다
나뭇잎을 떨군 나목들이 산의 골격을 제대로 보여준다
거무티티한 나무와 누렇게 빛나는 낙엽
그 대비가 얼마 있으면 하얀 눈이 대체 하겠지만
낙엽이 진 스산한 이 계절에는 저런 풍경이 위안이 된다
천주산 정상을 돌아본다
오늘 산 이름을 찾아본다
억지로 읽는듯한 기분이지만 그만큼 간절했다
대단한 단애다
조망을 즐겼던 암봉을 내려와 우회하면서 내려서는 사면을 진행한다
도중에 우측 노은리 방향으로 뚝 떨어지는 갈림길을 조심해야 한다
하늘을 찌릇 솟아 있는 천주봉인지라
내려서는 등로는 급하기 이를데 없지만 이런 시설물에 의해 편하게 진행한다
잔봉을 하나 지나 내려서니 지도상의 서냥당재다
노은리와 수평리를 연결하는 고개다
당재(680m)를 지나서 돌아본 모습
이제 3-4개의 잔 언덕을 지나 고도 약 230m를 치고 오르면 공덕산이다
서냥고개 이후로 등로는 순하게 오르고
참나무에 이어 소나무의 잎갈이 두텁게 쌓여 있는 모습에
소싯적 갈퀴나무하던 시절이 떠 오른다
식사를 마치고 오르는 중에 뒤를 본다
이렇게 보니 마치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천주산
좌측이 공덕산인거 같고
조금 더 진행하면 의자가 있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진행하니
삼각점이 있는 공덕산 연화봉이라고 하는 정상석이 있는 공덕산이다
천주산을 다시 한번 더 보고서
이 지역에서는 여기를 공덕산이라고 하는가 보다
그렇다면 공덕산이 있고
대승사에서 보이는 산은 공덕산 연화봉이라고 따로 구분해 불러야 하는가
대승재방향으로 진행하면 관리되고 있는 헬기장을 만난다
여기서 좌측으로 난 등로를 따른다
진행방향
초반의 목계단과 사면을 내려서면
낙엽이 두터운 등로가 기다리고 있다
옛고개를 향해 걷는 등로는 낙엽밝는 재미가 쏠쏘ㄹ한 길이다
좌측으로는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산림인지
흉하지 않는 시설물이 줄곧 따라온다
쉬어가라는 옛고개에서 목을 축이고
오르막을 지나 편한 곳에서 지나온 공덕산을 보고
순한 오르막을 조금 타니 지도에도 없는 대승봉(820m)이 있어
그냥 펑퍼짐하고 특징이 없다
역시 같은 분위기의 쌍연봉(828m)에 도착하니
바람소리가 쉬이익 들려온다
이후 우측에서 발달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좌측으로는 진입을 불허하는 시설물을 보며 편안한 등로를 탄다
쉬어가기 좋은 너른 암반에서 공덕 반야봉의 산줄기와 사불암으로 이어진 능선을 보며
점촌에서 온 산님으로부터 보이차 한잔을 건네받고서 갈길을 진행한다
이제 바위가 나오려나
등로 좌측의 조망바위에 올라 사불암을 짚어보고
조금 더 진행하니
묘봉(810m)에 이른다
묘한 봉우리에 도착하니
대미산에서 시작하여 여우목고개를 지나 운달산으로 이어지는
운달지맥의 산들이 보인다
이런 풍경을 보니
목이 까칠한 이유가 잇었다
윤필암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보니
숨어 있는 바위와 소나무가 있을거 같기는 했다
여기를 내려서면서
여태 보이지 않았던 차갓재와 대미산을 짚어본다
묘봉을 내려서는 로프구간
암질은 까칠해
부부바위
부부바위
그렇게 보이나요
안장바위는 아니게ㅆ죠
안장바위가 저기에 있나 본데
응
이게 안장바위구나
안장바위와 묘봉
ㅈ저 바위는 뭐라 부르지
넘어 가야 한다
생기발랄한 소나무
저런 그림도 좋아!!
살아도 산거 같지 않은 사람이 있는 반면에
죽어도 살아 있는 사람처럼
저 고목은 죽어도 살아 있는 소나무 같다
죽음과 삶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어디까지
이후 편안한 등로를 내려서니 좌측으로 묘적암이다
본 건물과 다른 이질재료를 사용하여 덧댄 건축물이 눈살에 거슬려 생략하고
이렇게 묘봉과 함께 어울려 담아본다
묘적암
이색은 윤필암에 이르기를 사불산에 묘적암이 있는데
이곳에 묘연선사가 머물적에 나옹이 출가 했으므로
나옹의 본 고향이라 하였다
푸근한 낙엽길은 7시 방향으로 급격하게 꺽어져 내려선다
으리으리한 팽나무가 반갑고
묘적암으로 오르는 길을 만나
ㅇ우측으로 내려선다
숲을 가득 채워던 잎을 떨구고
가벼운 몸으로 겨울을 기다리는 숲 속 전경이 아름답다
대승사 마애불상으로 가는 계단길
늦 가을의 빛이 곱게 내려앉아 쉬고 있다
대승사 마애여래좌상
자연암벽을 이용하여 음각한 불상으로 이중연화좌대위에 몸과 머리에 빛을 조각하였으며
흰머리카락과 살상투(육계)는 편평하며 그 양편에 두 뿔처럼 연꽃무늬를 조각한 것이 특징이다
불상의 높이는 6m로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한다
대승사 마애여래좌상
윤필암과 묘적암와의 사이에 있는 불상으로
대승사로부터 약 2.0km 거리에 있다
불상의 머리위에 빗물받이는 누가 설치 했을까 싶어
그 마음도 갸륵하지 않나 싶다
윤필암은 좌측으로 진행해야 하고
윤필암의 사불전을 다시 만나고
사불암을 보기 위해 대승사 방향으로 진행한다
이름모를 부도
대승사는 우측으로 600여미터
사불암은 좌측으로 400여미터를 오르면 된다
오우
대단한 바위다
면의 문양이 덕주능선의 왕관바위와 비슷한 문양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불암의 사면석불을 떠 받치고 있는 바위였다
바위아래에서 배너미산 뒤로 오정산까지 보인다
대승사 사면석불
석불의 모양이 잘 보이지 않아
대신에 윤필암과 묘적암은 잘 보인다
댕겨본 윤필암
묘봉
사불암과 묘봉이라
왠지 어울리는 조합처럼 느껴진다
사면석불
장구한 세월속에 모진풍파를 피할 길이 없는 석불은
양각으로 새겨져 있어
너무도 많이 닳아 그 진면목을 확인 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대승사 사면석불
삼국유사의 기록에 신라 진평왕9년 사방에 여래의 상을 새기고 붉은 비단에 싸여서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서 왕이 보고서 그 곁에 절을 세우고 대승사라 했다고 한다 ... ..라는 내용이 기술된 설명서가 있어
예사바위같지는 않아 보였다
대승사를 향해 간다
예상외로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사면석불을 만났기에 둘러보기로 했다
도중에 유무유라는 바위도 만난다
속인에게는 알쏭달쏭한 말이다
무심히 서 있는 바위에 삶의 번뇌를 새겨 넣었나 싶은데 어려운 말이다
있어도 없고 없어도 있다는 말인가
돈 명예를 말하는가
거참 뭔 말이지 유무유
대승사 경내를 한바퀴 돌아본다
대승사 대웅전
화려한 공포 사이에
용이 여의주 대신에 잉어를 물고 있다
여간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대승사 노주석과 대웅전
노주석 야간의 불교행사시 석등을 밝히는 용처로 쓰인다고 한다
대웅전 화려한 공포를 자랑하는 다포식 양식으로
정면과 측면 3칸의 합각지붕으로 8교구 직지사의 말사이다
평화의 불
해와 달이 다 하고
중생업이 다 해도
우리는 둘이 아닌
不二의 진리 ,,, 이하 중략
에전에 대승사에 와서 귀한 말을 듣고서 적어둔게 있어 남겨둔다
나쁜 말을 전하지 말며
언쟁으로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말며
듣지 않은 것을 들었다고 하지 말며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고 하지 말라
고요한 산사에 계곡의 물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모욕을 참지 못하는 것이 번뇌의 원인이다
나에게 집착하는 온갖 번뇌는 남의 잘못때문이 아니라
내 잘못 때문에 생긴것이다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참지 않는다면
이는 곧 스스로 죄업을 짓는 것이 되고
그 죄업은 다시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
믿음은 깨달음을 이루는 씨앗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믿음을 가까이 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하는쪽으로 기울어지기 쉽다
탐욕을 생각하면 탐욕의 마음이 생기고
성내는것을 생각하면 성내는 마음이 일어나고
어리석음을 생각하면 어리석은 마음이 일어난다
산사의 겨울은 일찍 시작된다
벌써 겨울을 기다리고 있는 대승사였다
대승사로부터 1.0km 낙엽진 산길을 따라
다시 윤필암으로 왔다
사불전에서
산위에는 사불암이 보이고
윤필암의 경내 전경을 담아 본다
윤필암
근래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청담(1902-1971)의 속가 둘째 딸이며
조계종 정종을 역임한 성철(1912-1993)의 비구니 제자였던 묘엄(1931-2011)이 출가 수행하면서
유명세를 떨쳤던 암자이다
윤필암
언제가 봄에 다녀 간적이 있는데
그때도 기화요초가 만발했는데 겨울로 가는 산사에는
아직까지 이렇게 꽃들이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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