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말띠해 갑오년 새 아침에
모든 일이 순조로우면서 활기차게 잘 돌아가길 소망했었다
그러나 이젠
어서 한해가 저물어 가길 바라는 마음과
그래도 뭔가가 속 시원히 풀리길 바라는 마음이 교차하는 날이 반복된다
안전사고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갑오년
연말의 분위기는 예년과 같지 않고
그렇게 쓰러져 가는 길목에서
새 희망이라는 단어를 붙잡고
올 한해 마지막 송년 산행길을 나선다
산 행 일 : 2014년 12월 28일
진행 경로 : 대관령(9시30분) 1.8 - 능경봉(10시12분) 5.2 - 골폭산(12시05분) 6.4 - 닭목령(14시17분) * 소요시간 : 4시간 47분(휴식 등 포함)
진행 거리 : 13.4km (275.9km) ** 대간거리 : 13.4km (204.8km) ** 접속거리 : 없음 (71.1km)
산행 특징 : 대간 중 첫 눈 산행
두번의 오르막과 잘게 오르내리는 잔봉이 많은 단순한 등로로 육산임
오름길보다 내림길이 아주 긴 구간임
아름다운 미인송이 눈길을 잡음
구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하여 드넓은 세멘트 포장 운동장에는 몇대의 승용차만이
휑한 공간을 더더욱 쓸쓸하게 한다
지난 9월 네째주에 진고개에서 출발하여 날머리인 국사성황당 입구쪽을 바라보는데
사진상의 따사로운 느낌보다 제법 찬 기운을 동반한 바람으로 체감기온은 낮았다
구 대관령 휴게소에서 영동 고속도로 기념비가 있는 방향이 오늘의 들머리로 을씨년한 광경이
해 놓은것 없이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는 한해 같아 더 춥게 느껴진다
춥다보니 단체 기념사진에도 별 관심이 없어
대충 서둘러 찍고 길을 나선다
넓은 땅에 자리한 영동고속도로 개통(75년) 기념비를
이번에는 슬쩍 보고 지나친다
능경봉과 골폭산 안내지도를 보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도중에 예전의 추억 사진 한장을 떠올리며
노박넝쿨이 이쁘게 피었던 그 자리에는 흔적도 없고
콸콸 쏱아지는 물맛좋은 용천 샘터에는 여전히 물이 시원차게 솟아나고 있었다
이후 곧바로 비포장로 우측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는바
계속되는 임도길은 제왕산 가는 길이며
대간길은 산방초소를 지나 우측의 숲길로 들어선다
그 지점에는 착실한 안내 이정목이 있다
초반
부드럽게 오르는중에 좌측으로 보이는 제왕산 방향을 바라보고
계속되는 부드러운 오르막길을 탄다
일주일전에 내렸던 눈 등로는 많이 다져져 있고
헐벗은 나목가지 사이로 쌩한 바람이 휘젖고 지나갈적마다 정상의 바람을 가늠하며
쾌청한 조망을 주실걸 소망햇다
부드럽던 등로가 어느새 발딱 일어선다는걸 느끼며 뒤를 보고 오른다
손질 하지 않았지만
하늘을 향한 정겨움이 묻어나는
나무가지들의 손짓이 아름답다
북서쪽의 찬공기를 직접 부대끼는 방향은 튼실한데
따스한 빛을 받는 방향은 속이 상했어도
3년전과 다름없이 그 모습 그대로 잘 자라고 있는 신갈나무와 그 아래의 의자 하나가 따뜻하다
능경봉 정상 직전에 있는 헬기장에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능경봉 정상에서
다시 또 비슷한 사진을 찍는다
보이는 제왕산에서 오봉산으로 이어지며 그 아래에 강릉이 보일법도 한데
파란 하늘빛과 달리 사진은 이렇다
박무가 심하다 보니
사진 밖의 칠봉산과 사진안의 매봉산 그리고 칠성대로 이어지는 저 산줄기도 흐리멍텅하지만
칠성산 주변을 억지로 가까이 불러도 보지만
산기를 쓰며 보는 사진에
속은 타들어 간다
아쉬운 조망을 즐긴 후에 능경봉 정상석을 담는다
능경봉
"신동국여지승람"에는 산 속에 샘이 있고 날씨가 가물어 비를 빌면 영험이 있다고 하고
산의 유래는 세가지 속설이 있는 바 그 중에 하나가
산의 모양이 둥그스럼하여 마치 큰 왕릉처럼 생겼다 하여 능정봉(凌頂峰)이라 한게 오늘의 능경봉이라 한다
지명유래집에 쓰여 있다
강릉시 왕산면과 평창군 대관령면 횡게리 사이에 위치한 산으로
제왕산의 모산이며
한 겨울에는 폭설이 잦아 설경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바닥에 쌓인 눈만 조금 있을 뿐이다
정상에서 이정목이 가르키는 전망대 방향으로 내려서는 등로를 따른다
정성스레 닦아 놓은 돌길에는 남서 방향이라 그런지 일찍 눈이 녹았다
많지 않는 눈이지만 선답자들이 러셀한 덕을 보며 걷지만 눈이 없을때는 아이젠을 착용한 발이
노출된 나무 뿌리를 건들까봐 신경도 쓴다
평창과 강릉을 이어주는 험한 고갯길을 넘을때마다
행운를 빌면서 나약한 마음도 달래며 탄생한 돌탑에
작은 돌 하나를 보탠다
여름철에는 쉬어 가라며 의자까지...
능경봉에서 횡계치 지나 샘터까지 2.6km 가는 길에도 이렇게
잘게 오르내리는 잔봉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이번에는 부드럽게 내려서는 등로가 이쁘고
지도상의 그림보다 현장에서 굴곡진 자태는 더 많다
이 계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봉우리가 보이지만 흐릿한게 성에 차질 않지만
좌측에 보이는 화란봉과 가운데의 서득봉을 못본체 할 수는 없었다
지나온 능경봉을 보고
지나게 될 골폭산(고루포기산)을 바라본다
이후 집어보고 싶었지만 고개 마루가 비슷한게 여러개 있어 횡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구절양장을 이룬 대관령 고개길도 직선화 되어
겨울철마다 폭설로 교통 장애을 이루던 고속도로가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
골폭산에서 왕산골로 이어지는 능선미
가지런히 이발한거처럼 나무끝의 정렬미를 이 겨울에만 볼수 있는 매력이다
이 지점이 횡계치 같은데 단정할 수 없다
그 지점 우측에는 이렇게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고 왕산골로 이어지는거 같은
희미한 길이 느껴진다
10시56분 샘터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오늘의 가장 힘든 코스지만 골폭산까지 3번에 걸쳐 나누어 오르게 되는 바
그 이후로는 등로는 하산길인지라 거저 날로 먹는 생선회 맛 같은 구간이다
샘터는 고도차 약 300여미터를 오르는 등로는 시작되는 첫번째 지점을 오르면
다리 쉼 하라고 등로는 이렇게 편하게 내려간다
그 끝에는 이런 이정목이 있고 다시 두번째 오르막이 기다린다
키 작은 산죽인지라 작은 적설량에도
이파리만 보여주는 길을 부드럽게 시작하다가
바짝 고도를 치지만
다시 조금 느슨해지면서
너덜경에 자라는 신갈나무인 연리지나무가 반긴다
똑 같이 산에 들었지만 같이 가는 경우도 있지만 홀로 걷기도 하고 함께 걷기도 하는게 산행이듯이
우리네 인생도 같이 가는거 같지만 종국에는 혼자인 삶이다
그런데 저 나무를 보면 한번 맞잡은 인연으로 한 나무가 되어 붙어 지내게 되니
자연이 삶의 교과서이다
바짝 일어선 등로는 그 끝이 멀지 않았다고 말하고
말잔등 같은 등로를 지나면
정상 1000여미터 아래에 위치한 전망대가 기다린다
목책으로 만들어진 전망대에 서면 대관령면 너머로 황병산을 비롯한 주변 산들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오늘은 생각외로 시계가 불량했다
눈에는 보였던 발왕산 황병산도 렌즈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
그나나 대충 힘들게 보이는 좌측부터 선자령 매봉을 가늠만 하고
지나온 능경봉은 확실하지만... 부족하다
예전에는 평창군 도암면이었는데
지금은 대관령면으로 바뀌었다
이제 마지막 3단계 오름길이지만 순하다
다시 500미터를 진행하니 오목골로 이어지는 안내 이정목이 있다
명산 산행팀은 보통 대관령에서 시작해 능경봉을 경유하여 골폭산을 찍고 돌아와
여기서 오목골로 하산하는 산행을 많이 한다
좀더 길게 명산 산행을 한다면 오목골을 들머리로 하여 골폭산 그리곤 능경봉 제왕산 오봉산을 지나 박물관으로 하산하는
루트도 좋은 코스다
이제는 정상이 지척에 있다
중간에 임도를 만나 조금 가다 보면
골폭산 정상이다 (12시05분)
강릉시 왕산면과 평창군 대관령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오늘의 최고봉이다
과거에는 없었는데 모 산악회에서 정상석이 없어 안타까웠는지
올 6월 말경에 세웠다
정상석 뒤로 가는 길은 피덕령으로 이어진다
골폭산
보통 이정목과 지도에는 고루포기산으로 명기 되어 있으나 여기를 다녀 가시는 분은 바로 알고 가야 한다
고루포기산은 평창군에서 고시한 것으로
과거에 명주군(95년 왕산면과 통합됨) 왕산면에 고루포기라는 마을이 있어 산 이름을 고루포기라 했다고 유래를 밝히고 있는 반면에
강릉시는 예전에 골폭이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그 마을 뒷편에 잇는 산이라 하여 골폭산이라고 고시 하였다
이렇게 하나의 산을 두고서 행정구역에 따라 각각 이름이 두개인것을 이상히 여긴 사람이 있었다
'신산경표'의 저자인 박성태님으로 국토해양부에 올바른 지명 사용을 요구한바 국토부의 답변이
"산 이름은 해당지역의 마을 이름을 유래로 하는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서
고루포기산은 일제강점기에 골폭산이라는 한자가 없고 일본식 발음으로 이어져 왔다고 한다
하여 2011년 이후로 발행되는 지도에는 바르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 출처 월간 산 2010.6
이후 국토부에서 제작하는 지도에 골폭산으로 명기하겠다고 하고선
어찌 되었는지는 각자가 잘 아시리라 봅니다
고루포기산(골폭산)은 다복솔이 많아서 라고
다복솔과 고루포기산이라는 명칭의 유사점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제는 룰루랄라 하는 등로만 남았다
그러나 눈이 쌓여 있어 장애가 된다
그런들 어떠하리
이거라도 족하게 받아들여야지
바람이 잠자는 적당한 지점에서 가볍게 요기를 한 후
본격적인 하산의 길목인 35번 철탑이 있는 지점에서
주변의 산군을 살핀다
렌즈의 눈이 발달해도 안경 쓴 눈보다는 못한게 실감이 나고
돌 계단 폭이 좁아 눈이 녹으며 미끄러운 길을 지나
왕산 2쉼터를 지나고
도중에 이런 구조물을 두군데 지나면 1쉼터에 도착한다
가는길에 대간에 벗어난 서득봉을 보고
잘게 오르내리는 등로를 반복한다
우측에 드넓은 고랭지채소밭인 안반덕
순한 내림길에
좌측에 화란봉
조금은 흉물스럽게 보이는 땅은 서득봉 아래의 농장 개간지이다
왕산1쉼터 (13시22분)
다시 양순한 등로따라 산죽을 보며
오늘 산행의 백미인 미인송 구간과 다시 조우했다
여름같으면 그윽한 솔향이 가슴을 파고들텐데 ....
오늘은 그저 느낌으로 만족한다
미인송 건너편에 자작나무도 멋진데
계절탓인지 도드라져 보이지 않았다
골폭산은 숨었고
지도상의 955봉을 향한 아주 짧은 오름길
도중에 화란봉과 한우목장이 그림같다
임야를 개간하면서
아름다운 소나무을 살린 주인의 마음씀씀이가 느껴진다
우측의 서득봉이 보이고 그 좌측에 오늘 걸었는데 머리만 조금 보이는 능경봉이 있고
맨 좌측에 골폭산이 이제야 보이며 그 우측에 35번 철탑 아래로 이어지는
여기까지의 대간 경로를 살핀다
955봉을 내려서면서
시멘트 포장로를 따라 30미터 우측으로 진행하면
우측으로 굽어지는 지점에서 좌측 숲길로 들어선다
그 옆에는 백두대간이라는 인식판도 있었다
예전보다 싱싱함이 떨어진 조릿대 숲길을 보며
꼬리겨우살이를 다시 만날까 기대했지만
그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닭목령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전봇대 나무도 보고
수확이 끝난 밭을 만나니 산행을 마칠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조고봉과 노추산을 확인하며 닭목령에서 산행을 마친다
대지를 박차며 힘차게 달리는 말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상상하며
갑오년 한해의 소망을 간구하면서 시작했는데
성취한 일보다 다사다난한 해가 저문다니 반갑다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도
나름대로 우리의 산을 찾게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가족의 이해와
함께 한 산우가 큰 힘이 되었기에 감사한 마음이다
아울러 허접한 산기를 함께 공감해주시고 격려해준 여러 블친님께 감사드립니다
개인으론 참으로 미약한 존재임을 자각하며
이젠 새로운 기운으로 다가오는 양띠해가 기다려진다
을미년 새해에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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