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전날 "호우주의보가 내렸다는데 가실 거예요"
저녁밥때에 또 전화가 온다
"비가 많이 오는데 가는 겁니까" 라고 걱정어린 기사 아저씨의 문의 전화였다
할 수 없이 저희는 정해지면 일기와 관계없이 진행합니다
......
후두둑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래 비야 많이 내릴거면 지금 다 내리고 내일은 조그만 와라
밤 11시가 넘어서 최초로 이탈자가 생긴다
어둠속을 가르는 빗줄기를 보며 여러가지로 상념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산 행 일 : 2013년 7월 14일
진행 경로 : 빛고개(9시15분) - 주발봉(11시5분) - 발전소고개(11시 20분) - 장자터고개(13시 12분0 - 호명산(14시40분) - 청평대교(16시15분)
산행 거리 : 약 15km
산행 특징 : 전형적인 육산으로 부드러운 등로이며 야생화는 귀했다
산정에 호명호수라고 하는 양수발전소가 있다
올들어 처음 접한 우중산행으로 조망이 좋은 산의 분위기를 놓침
이른 아침의 산뜻한 하늘에 마음이 조금 놓이는가 싶더니
외곽순환도로를 달리는 차창밖 풍경은 갈수록 짙어지는 구름층 두께로 걱정이 되었다
차라리 저 구름층이 이동중에 쏱아졌으면 하는 바램이 강했다
태릉에 사시는 분이 대성리역에서 합류한 직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빗고개에 도착하여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라도 뚫린 듯 폭포수처럼 쏱아 부었다
채비를 갖춘 사람부터 차례로 주발봉 들머리로 오르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가져온 모자를 찾고 찾아봐도 도통 보이지 않아 이 빗속에 참으로 난감했어
하는 수 없이 우비로 대신하고 후미에서 흔적없이 사라진 빗물길로 변해가는 등로 따라 나섰다
산행 몇일 전부터 우중산행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였지만 이정도로 쏱아질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생애 최고의 우중산행이었던
2011년 6월26일 건의령에서 덕항산을 지나 귀네미골까지의 대간산행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종일 400mm의 비가 왔었지만 오늘은 얼마나 쏱아질까
머리에 닿은 얇은 막위로 투투~툭~! 쏱아지는 비는
정신이 없었으나 차츰 두피 맛사지 받는 기분이었다
반면에 챙있는 모자가 없을때 얼마나 불편한지 이번에 알았다
우비모자가 내려와 사면을 가리니 주변을 제대로 살필수도 없어 정말 답답했다
소나무가 심어진 철탑에서 우측으로 꺽어 진행 햇어야 하는데 일행의 꽁무늬만 쫒아가다 보니 알바를 하게 되었다
왔던 길 되돌아가 쉽게 수습되어 바로 제 등로를 찾아가게 되니 다행이었다 - 첫사진이 알바한 무명봉임 (15분정도)
선두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우중에 잘 보이지도 않는데 노란 꼬리표가 있고 등로의 모습을 갖추었기에 가게 되었다고 - 내가 선두에 섰다고 해도 그럴수 있겠다 싶었다
나오면서 보니 꼬리표의 정체는 한전에서 달아논 광고성 멘트였다
우야튼 본 등로에 복귀하여 운동기구와 포장로가 있는곳을 지나면서 빗줄기는 많이 가늘어졌고 통일교 에덴동산 건물들을 보면서
사진기를 작동시키나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아 가슴으로만 보게 되었다
그러다 가평역에서 시작하는 올레길 6코스와 만나는 지점에서 카메라가 마지막 작동을 한 후 멎어 버리게 되어
이후는 사진이 귀한 산악회 까페에서 불러와 작성하게 된다
완만하던 경사길이 제법 일어서는게 정상이 가까워졌음을 말하고
빛고개에서 3.5km 위치에 있는 주발봉에 도착하니 10시46분 - 카메라 시간 맞지 않음 -
후미를 기다리며 주변을 살핀다
조망이 열리는 곳으로 아담하게 꾸며진 바닥데크목과 의자가 운치 있고 정상석의 빗돌도 복스럽게 생겼다
동료분은 여기서 부인과 함께 박을 했는데 참 좋아었다고 말한다
빗줄기의 세력은 많이 약해졌지만 비와 섞인 막초맛은 그대로였다
주발봉에서 남이섬 방향으로만 열린 조망점을 놓치고 2.2km의 발전소 고개로 향하는 길을 도토리님과 둘이서 제법 속도감 있게 진행헀다
잣나무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수영은 끝물인지 끝에 몇개의 꽃을 달고 있고 간혹가다 말나리만이 보이는
꽃이 아주 귀한데 균류인 버섯은 피어나다 비에 녹아내리고 있는 가평의 올레6코스와 겹치는 등로였다
11시 20분에 도착한 발전소 고개에는 97년 여자사이클 선수권대회를 기념하는 물고기 비슷한 모양의 석비와 함께 팔각정자가 있어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쉬어가게 되었다
그 정자는 14명이 모여 앉아 담소 나누며 식사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비도 수그러 들어 우비도 벗고 가벼운 마음으로 1.8km 거리에 있는 호명호수를 향한 오름짓으로 들어간다
오르는중에 2갈래로 갈라져 제법 운치있게 자란 소나무곁을 지나면서 껍질이 벗겨진 굴참나무를 만났다
몸통의 절반이 벗겨질때의 고통을 이겨내고 돋아난 새살은 더 꺼뭇해 안쓰러웠다
굴참나무의 특징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에 의한 무소불위의 힘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발전소고개에서 11시56분에 출발해 호명호수의 둘레길을 12시26분에 만나고 보니 1.8km란 이정목의 거리가 상당한 의심이 들었다
이제는 포장로와 육산의 좋은 호수 둘레길을 따른다
그러다 80년 양수발전소를 기념하는 아름다운 미인이 있는 '자원개발의 기념탑'에서 증명사진을 박고 호명정 앞을 지나간다
오늘도 조망 좋은 호명정은 굳게 문이 닫여 있어 그냥 지나친다
쁘띠프랑스 마을로 가는 갈래치는 등로를 지나면서 호수가로 내려서는 등로에는
빗물이 휩쓸고간 흔적이 선명했다
물봉선이 지천으로 자라는곳에도 물길의 훼손으로 올 가을에 그 자태가 유지될까 걱정될 정도 였고
호수 아랫부분인 공원의 둘레길에 도착하니 물먹은 산수국이 반기더라
여기서 휴식을 취하며 2011년 9월에 다녀간 조망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1시12분 도착한 장자터고개에서 호명산까지 3.3km라는 이정목이 있다
도중에 기차봉(아갈바위봉)을 지나 호명산까지 가는중에 두번에 걸쳐 비님이 우비를 입게 만들더라
매미 비슷한 노래소리가 들려 이제 비 그쳤다 했는데 소낙비가 쏱아지고 ...
털 많은 곤충도 비를 피해 나무 껍질에 철썩같이 달라붙은 모습도 보이고 짝을 찾는지 새들의 다급한 소리도 숲의 공기를 가른다
어릴적 기억으로 장마기간이라도 조용히 일정한 량으로 몇일씩 오는 비를 툇마루에 걸쳐 앉아 떨어지는 낙수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생각이 있는데
지금은 국지성 소나기를 동반한 폭우로 변해 참으로 당혹스럽게 만든다
더구나 그 폭우가 한나절이나 하루만 계속 되어도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되니 문제다
특히 도심지가 넓어지면서 땅이 소화하던 저장고를 잃고 빗물 저장능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니 옛날 설계된 하수 처리능력으로 한계점에 봉착했다
4대강 개발비용으로 도심지의 하수관로 확장 및 정비 사업으로 쓰였다면 얼마나 생산적이고 좋았을까
기차봉의 대금산 방향의 조망처도 소나무가 자람에 따라 가려질것 같고 기차봉 내려서는 목책 계단 길에는 제법 예쁜 소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
2시40분에 도착한 호명산
전철이 개통된 이후로 많은 탐방객이 찾는 산이었지만 오늘은 호명호수를 비롯해 여기까지 오는 중에 그림자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정상에는 남양주에 산다는 젊은 산객이 한분 있었다
조금전에는 운악산까지 보였다며 그걸 보여주지 못한게 못내 미안하듯이 말을 건네며
남은 막초를 건넨다
산꾼의 마음은 다 그런가보다
하여 우리들이 남은것과 나누며 말을 섞는다
오늘은 회장님이 컨디션 장애로 고생이 많다
첫 구간때도 그러더니 마지막 구간때도 힘들어 해
다행히 이제는 줄창 내려가면(약3.5km) 끝이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청평댐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깃대봉과 은두봉 그리고 천마산이 쏙 들어 오는 지점이지만 오늘은 수문을 개방한 청평댐의 모습뿐이었다
보기 좋게 꾸며진 운동시설이 있는 약수터에서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몸을 갈무리 하며 후미를 기다려
오대골 방향으로 가다가 바로 구청평 방향으로 오르는 등로를 따르면(181봉)서 노랗게 피기 시작한 원추리를 본다
얕은 정상을 지나니 간단한 운동시설을 갖춘 라파엘 천사공원이 있어
그곳에서 우측으로 부드럽게 내려서는 길을 따르며 잣나무를 숲을 보게 된다
그리고 청평공고가 우측에 보이는 고개 지점에서 우측으로 편히 내려서도 되고
직진하면 (본 지맥길이나) 수풀이 무성한곳에 집단을 이루고 살고 있는 개집을 만난다
그곳에서 우측으로 보이는 개집을 보고 수풀을 헤쳐가면 지맥길이 연결된다 -좌측은 폐가된 주택이 있으나 그곳으로 가지 말자
포장로에서 통신탑 방향으로 오르면 되지만 아파트 공사로 인해 마지막 하산로가 좋지 않아
포장로 따라 잠깐 내려오면 북한강과 귀목봉에서 발원한 조정천이 합류하는 지점 날머리로 연결된다
원래는 두물머리가 합류하는 지점까지 가볼려고 했는데 일기상 여기서 정리하게 된다 (4시15분)
에버그린모텔옆에서 기다리는 버스를 만나 청평공고 앞으로 하산한 동료들과 함께 명지지맥의 대미를 장식한다
우리나라 척추에 해당하는 산줄기인 백두대간에서 발원한 13개의 정맥중 남한 구간에 8정맥이 있다
그중에 명지지맥은 한북정맥에서 갈래친 8개 지맥중의 하나이지만 산세가 웅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기자기하기도 한 산이다
귀목봉에서 대금산까지는 많은 야생화가 자라며 우리몸에 이로운 식물도 많이 보았다
나무는 대체적으로 참나무 종류가 많은 가운데 연인산부터는 소나무보다 소나무과인 잣나무가 많다는게 특징이었다
아쉬운 점으로 매봉에서 깃대봉 사이의 등로에 버려진 쓰레기는 두고두고 눈에 거슬렸다
산꾼이 버렸을까
아니면 나물꾼이 버렸을까
산에 들면 자기가 가져온 물건은 무조건 되가져 갔으면 하는 소망이다
요즈음 팬션이네 주말 주택이네 또는 기타 건축물이 계곡으로 파고 든 모습속에
76년도 화전민정리사업으로 갈곳 없던 토착민을 몰아내야 했던 시절과 판이하게 달라진 광경속에
이것이 자연과 인간이 새롭게 공존하는 모습일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궂은 날에도 불구하고 함께 해 주신 동료분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즐겁게 안산함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하며
산이 좋아 산을 매개로 만난 산친구이자 형님들이기에 안보면 그립고 보면 반가운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길 소망해 본다
항상 기분 좋은 날 되시길 기원하면서 화악지맥때 뵙기를 청합니다
추신 ; 행불된 모자는 동료분의 베냥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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