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능선을 수차례 다녔지만 이렇게 야생화가 많은지 예전에는 몰랐다
항상 조망과 숲 그늘에 취해 걸었던 그 등로에서 새 세상을 경험한 하루였다
이제부터 등로는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우회를 따르며 거리에 비해 긴 산행을 하게 된다
정상에서 181m가량 내려온 안부에서 의미 있는 이정목을 남기고
그 주변에 피어있는 큰산장대를 필두로
앞으로 가면서 숲개별꽃(가는잎개별꽃)과
큰개별꽃을 감상하며
윤기나는 너른 잎의 두루미꽃을 만난다
귀때기청봉의 자태
저 돌산에 털진달래가 만발한다는게 신기해
전에 없었던 낙석 방지망
계단 발디딤판이 좌측으로 기울어졌음을 느끼며 오른다
여태까지 본것 중 가장 작았던 구슬봉이
정상에서 흘러내린 너덜 사면의 흔적이 재미있어서 보니
상투바위골로 이어져 있다
상투바위골의 경관
상투바위골과 가리능선의 대비된 경관
한계령에서 쉬임없이 오르는 저 능선이 오늘은 유달리 가깝게 느껴진다
상투바위
길은 좁고 너덜을 이루어 몸이 느린 사람이 앞서가는 경우나 마주오는 사람이 있으면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그러는 순간에 더 주변을 살필수가 있다
서북능선에 만나는 사진 포인트
전면의 가운데 봉우리(1408봉)와 그 우측의 도상 큰감투봉(1409봉)
시각의 차이라 하기에는 어딘지 고저차가 이상하죠
장군바위골 뒤로 가리봉과 주걱봉
주봉인 가리봉보다 더 도드라져 보이는 주걱봉이 있는 가리능선에서 시야를 뗄 수가 없는게 서북능선이다
꿩의다리아재비
꿩의 다리처럼 뺴빼하지만 무척 키가 커 한번에 담기엔 역부족이다
이번 산행중에 꼭 만나고 싶은 야생화중의 하나인 연령초
순백의 화피와 풍성한 잎이 매력적인 꽃으로 대간중에 만났던 아쉬움을 오늘 다 해결했다
앵초도 원없이 만나고 금강애기나리와 벌깨덩굴도 수없이 만났다
삿갓나물
나물이지만 독성이 있어 식용불가함
요강나물인지 검정덩굴인지 모호하지만
줄기가 곧추서 있어 요강나물로 부르고 싶다
13시58분에 지나고
어허
다른 녀석들은 씨방을 달고 있던데 늦둥이를 만나네
홀아비꽃대도
노루삼
깊고 깊은 산중에 누가 길을 냈을까
선각자가 걷던 길을 너나할것 없이 따라가는 우리들
등로 주변으로 자란 꽃들은 많지만 깊은 산중에 비해
아름다운 새소리는 듣기가 귀하다
새는 인간을 싫어해 떠나간걸까
이제 1408봉이 지척이다
그렇지만 상당히 힘을 쏱아야 한다
귀때기에서 북서쪽으로 흐러내린
쉰길폭포가 있는 큰뀌때기골을 감상하고
그 뒤로 황철봉이 흐릿하여 매우 가깝게 보인다
좌측의 1408봉과 우측의 큰감투봉
그냥 등로상에 있는 봉을 감투봉이라 하면 안될까
어느 겨울에 이곳을 내려오면서 부상 아니면 까무라치는 줄 알았다
지금은 완전 좋아졌어
새삼 다시 보이는 서북능선
1408봉
조망처에서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잠깐 쉬어간다
양지꽃
꽃처럼 이쁜 새 눈
여름에 피는 바람꽃이 무성했던 자리가 오늘 보니 예전 같지가 않다
그리고 못보던 삼각점이 다 있고
오늘 많이도 많났다
나도옥잠화
반그늘진 비탈사면에 수를 놓고 있어
그 모습이 장관이더라
가야 할 등로
언제나 이 구간을 마치고 후회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오늘은 잊지 않고 담은다
처음 만났을때 굳건해 보이는 뒷모습과 달리 지금 보이는 남쪽의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다
오늘에야 네 모습을 제대로 잊지 않고 담아간다
내려서는 길 주변 여기저기에 다시 꽃밭이 펼쳐져있었다
여름에는 원시림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곳이
현호색과 큰두루미꽃과 앵초 는쟁이냉이 괭이눈 큰산장대 그리고 연영초 ...
는쟁이냉이
생각지도 않은 괭이눈
이런 너덜길 돌틈 사이에도 생명은 피어나고 있어
나도개감채
백작약
단아한 화피와 화려하고 자잘한 수술에 비해 암술의 생김새가 특이해
큰개별꽃
많은 풀꽃과 눈맞추다 보니 조망처는 들리지도 않고
이제는 걷자 하다가 또다시 발목이 잡히게 되더라
살아있는 고목에 기댄 산괴불주머니의 삶
이제는 그냥 걷자고 다짐한다
더불어 살아가는가 싶어도 혼자인 도시인의 삶처럼
숲에서의 걸음도 혼자가 되었다
어쩌면 그게 익숙해져버린것은 아닌지
길이 있기에 이길 따라 쭈욱 가면 되는것을
무슨 걱정이라고 서두르게 되는걸까
한 공간에서 자라는 참나무나 철쭉 그리고 박새들의 모습에서
자유로운 마음을 배우고 싶다
좋았으니 이제는 떨어진다
괭이눈과 현호색을 보면서
대승령 가기전 마지막 철계단 앞에서 일행을 만나고
- 암봉에 올라 박무에 가렸지만 주변을 살펴본다
백담사로 이어지는 흑선동계곡
진행 할 방향 대승령
가리능선의 3봉우리
보조암골
철계단을 내려서 평이하게 진행하다 조금 다리에 힘이 든가 싶으면 대승령이다
회리바람꽃
벌깨덩굴
대승령에서 대한민국봉을 향해 눈 인사를 보네고
노랗게 핀 민들레와도 인사를 나누며
일행들과 함께 모여서 막초와 간식거리를 함께 한다
장수대를 향하면서 대승령의 전경
장수대까지2.7km의 거리이지만 돌계단과 목책계단 등이 있어
여유를 갖고 하산해야 하는 코스이다
물참대
개성의 박연폭포 금강산의 구룡폭포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폭포인 대승폭포다
높이가 88m에 이르며 신라 경순왕이 피서까지 왔던 폭포로서
나물과 버섯을 채취하는 대승청년과 그 어머니 그리고 지네가 얽힌 전설이 있다
언젠가 우기철에 방문했을때 폭포의 웅장한 굉음과 포연속에 핀 무지개의 광경은 잊을 수 없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십이연봉이 가리봉으로 치닫고 상어 지느러미처럼 솟아 있는 주걱봉 그 우측의 삼형제봉을 본다
그리고 느아우골을 보면서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가리능선을 꿈꾸며 내려선다
조망은 부족했지만 수 많은 야생화가 그 빈자리를 채워준 산행에서
시기가 참 중요함을 새삼 알게 되었다
털진달래를 만나려고 한 목적 산행에서 아무 탈없이 안전한 산행을 한 산우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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