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마지막 밤을 부천필하머닉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테너 이정원 소프라노 박지현님의 오페라와 함께한 제야음악회
상임지휘자인 임헌정님의 지휘속에 때로는 곱고
때로는 격정적인 연주에 뭍혀 계사년을 맞이했다
새해와 함께 춥디 추운 한파는 기세가 등등해
조용하니 숨죽이며 시작되었다
예년과 다른 좋은 해가 되길 기도하는 마음은 예년과 다를바 없다
모두에게 축복과 광영이 빛나길 바라는 마음은 인지상정이지 않을까 싶다
희망찬 새해에 들려오는 소식은 다들 더 힘들거란 소식이고 보니
움츠려들기 쉬운 마음에
힘을 북돋우는 신년산행을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힘들면 밀어주고 댕겨주고 하는 사람 냄새가 풍기는 삶을
저 사진속에 그려본다
갑작스런 번개에 생각보다 많은 이가 계사년 신년산행에 동참해 주었다
찬공기가 얼굴을 때리는 팔당역에서 예봉산을 향한 고도차 620m의 오름짓은 거친 숨을 토해낸다
모두가 다 부푼꿈을 안고 시작한 신년산행
지표면의 기온이 상승하여 뿜어낸 수증기의 박무로 인해 모처럼 쨍한 날씨에도
주위의 조망은 기대이하였지만
그래도 기분은 상쾌했다
다들 표정이 나와 같았다
멀리 보이는 용문산과 백운봉은 갓난애 마냥 하이얀 솜사탕같은 큰 보자기에 안겨
그 형체를 분간할수 있는 모습만 보여준다
강건너에 있는 검단산과 고추봉은 흐릿하게나 보이지만
삼각뿔처럼 솟아 있는 용마산은 박무뒤로 숨었다
율리고개 너머 예빈산
예봉산 정상에 많은 산행인이 몰려 들어 공간이 비좁아져
그나마 보여주는 조망마저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웠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인적이 드물었던 이 산이 전철이 계통된 이후로 각광을 받게 되어 산행객이 넘쳐난다
들머리에 없던 상가도 많이 들어섰고 하산하게 될 운길산역에도 많은 상가가 들어서 지역경제에 한 몫 하면서
고단한 산행인을 이끈다
부동산이란게 교통따라 움직임을 실감하는 현장이었다
철문봉 오르기전 안부에서 각자 가져온 먹거리를 풀어 놓으니 진수성찬이 되어
동료들과 함께 꿀맛같은 성찬을 즐겼다
오늘 산행은 느림보 산행으로 정했다
가는 세월은 유수와 같지만 지난해 조급한 마음으로 살았던 날을 보면서
급하다 하여 바뀌는건 없어
신년초부터 조급해 하지 말자는 모토를 실행하는 산행이다
마음 갑갑하면 마제 마을을 출발 승원 예빈 예봉산을 거쳐 철문봉에 오르내리며
마음을 다잡았을 다산선생님과 그형제분들을 떠올리면서
안됐다는 생각과 부러움이 교차하는 철문봉을 내려선다
그곳에 하남시와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활공장이 있다
궁궐과 한양의 사람들께 땔감 역활을 했다는 예봉산
그 나무는 배에 실려 저 한강물길 따라 도성으로 갔을텐데
그때의 다산선생님깨서 님(정조)을 그리면 사무쳤을 저 강은 지금도 유유히 흐르고 있다
세월은 흘러 사람의 영화는 흥과망이 반복되지만 자연은 이렇게 사계절을 겪으며 끈임없이 살아남아
역사를 비춰준다
오늘 가야할 마루금
새우젖고개에서 운길산까지의 여정이 들어온다
한때는 이산이 조용하고 한적해 즐겨 찾았다
설악권보다 멀지 않고 왕복산행 하면 길이도 적당해 성취감을 주었던 산이었다
오늘은 짧게 편도로 종주한다
욕심이란게 부질없는줄 알면서 그것을 부여잡고 안간힘을 다하며 용쓰는게 본능적이라
그걸 탓하기도 어려운 일
그래도 비워진 항아리여야 물이 가득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비워내고 걸러내며 낮은곳을 향한다
예봉산의 철쭉 터널을 지나며 적갑산을 향해 가는 등로는 평이하다
다소간의 오르내림이 있지만 그건 어느산에나 있는 현상이다
우리네 삶이 그러 하듯이
한때는 지도상에만 존재했던 적갑산이 정상석을 꽤차고 나름 운치있게 자리잡았다
적갑산
와부읍 도곡리로 가는 좌측길을 보면서 새우젖고개로 향한다
내려가는 길에 따뜻한 빛이 드는 곳은 녹아 약간의 질퍽거림이 있다
동토의 땅에도 약간의 온기가 이렇게 차이를 보여준다
새우젓고개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운길산 방향으로 간다
이곳부터 여러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지금은 좌측으로 우회를 하게 된다
사실 봉우리에 올라보았자 별로 보이는 조망점도 아니고 별 특색이 없으니
사람들이 우회길을 찾다보니 길이 되었다
새우젓고개에서 우측으로 가면 주필거미박물관으로 하여 운길산역으로 가고
좌측으로 가면 보이는 사진에 보이는 갑산으로 오를 수 있다
운길산을 가다보면 우회하지만 네번째 봉은 제대로 올라
급격하게 내리꽃이는 등로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순한듯 이어지는 운길산을 향한 오름짓은 그리 힘든곳은 아니지만
체력이 소진된 분에게는 여간 힘든곳이다
그래봤자 70~80m 고도차다
힘이 부친 동료분은 다 왔다 싶으면 정상이 아니고 다시 내려선다며
내려가는게 너무 싫다고 한다
그건 뭉친 다리 풀고 가시라는 자연의 배려입니다
라는 말에 공감하면서 힘든것은 어찌할 수 없나 보다
이제야 운길산 정상이 지척이다
그렇지만 힘이 부친 분에게는 심리적으로 먼거리
서두르지 말고 사브작 사브작
단 쉬지 말고
기념 사진도 남기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이하는 암릉구간에서
어린애 둘 데리고 산에 든 부부가 있었다
적갑산 방향으로 갈려는데 길을 물어온다
이곳저곳을 자세히 안내해 드리고 애들 나이를 물어보니 쌍둥이로 9살이란다
보기에는 4~5살이었는데 ....헐
여러번 산행했다 하니 잘 이겨내고 목표지점까지 안전하게 갈것이라 믿어본다
마지막 오름짓
정상에서 갑산을 배경으로 한 컷
좌측 적갑산 중앙의 지나온 등로와 우측의 갑산을 살펴본다
예봉산은 허옇다
조망만 받쳐주면 참 좋았을텐데
처음으로 종주한 여성 동료분은 저기를 네가 걸어왔다니 하면서 놀랜다
한걸음이 참 위대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정상부의 풍경
조망이 없으니 바로 헬기장 지나서 수종사로 방향을 튼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산행 내내 아내가 힘들어 하는 오름구간에서 등 밀어주기를 한다거나
내림길이 무서워 중심잡기 힘들어 한다고 새끼줄을 준비하여 도움을 주는 모습
생각도 신선하고
부부애가 참 아름답다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부부의 연을 맺어 저리도 다정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나를 돌아다 본다
수종사
수종사에서 바라본 두물머리
수종사
경기도 유형문화재인 부도와 오층석탑
수종사의 상징물인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한 컷
올 한해도 건강하고
즐거운 산행을 만들어 보자구요
오백년된 은행나무
나는 살면 몇년이나 살까
얼어붙은 북한강 건너 양평의 청계산(흐릿)과 우측의 부용산
남한강 건너 좌측의 백병산에서 치고 오른 양자산과
천주교 성지를 품고 있는 중앙의 앵자봉
그 앞에 해협산과 정암산이 흐릿하니 뭉쳐 보인다
2013년 계사년
뱀의 해다
뱀처럼 지혜롭게 살고 싶다
이른 아침을 뚫고 조안면 예봉산에서 시작한 신년산행
적갑산 운길산을 지나 이제 해는 석양빛을 띄면서 생각보다 포근했던 일상을
정리하라 한다
번개로 찾아든 산이지만
다녀간지 오래되어 한번은 오고 싶었던 산이었다
찾아갈적마다 산은 똑 같으나 보여주는 그림은 그때마다 다르다는게 산이 풍기는 매력이다
오늘은 눈이 쌓여 있는 산중에 동료와 함께 하면서 오가는 이도 많고
적당히 오르내림이 있어 천천히 걸었지만 산행중 지루하지 않았다
참 행복한 산행이었다
'알고도 모르는 척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것
언제나 감사하며' 사는것이 삶의 지혜라 한다
인연으로 만난 사람
'지금 함께 하는 당신이 소중한 사람'
마음을 비우고 일행과 함께 보조를 맞추며 한 신년산행
빨리 가고 싶거든 혼자 가고
멀리 안전하게 가려면 함께 하라는 말의 의미를 새기는 신년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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