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부터 흐려지더니 당진을 지나면서 비와 강풍에
차량이 흔들리면서 마음 편히 쉬게 하질 않았다
가을의 끝자락에 가을비가 자주로 오더니 그나마 남아 있는 단풍마저 다 훓고 지날까 싶은 생각과
추위를 성큼 몰고오는 가을비가 추운 겨울일거라는 걱정속에
제대로 눈도 붙이지 못하고 강진군 성전면 성하대학교 부근에 도착했다
군산 지나면서 비가 줄어 다행이다 싶었지만
제안고개에 도착하니 바람이 얼마나 심하게 불어 대는지.....
이러다 비 마저 온다면... 걱정속에 밤길을 나선다
산 행 일 : 2012.11.11
진행경로 : 제안고개(4:18) - 장군봉(6:05) - 당재(7:31) - 서기산(10:30) - 계라리고개(13:49) 산행거리 : 19.9km
산행특징 : 안개와 비 그리고 맑은 날씨 중에 바람이 강함
낙엽이 진 황량한 숲 분위기 중에 새순이 돋은 나무와 봄의 꽃들이 심심찮게 많이 보였다
서기산 지나 405봉을 제외하면 전형적인 육산이었다
끝없이 반복되는 오르내림이 많은 구간임
첫번째 임도부터 등산로는 말끔히 정비되어 참으로 좋았다
바람이 분다
그냥 바람이 아니라 거센 바람이
바람의 세기에 비해 추운 기운을 느끼지 못했는데 그것은 겨울용 외피를 걸쳤기 때문보다
이곳이 따뜻한 남쪽이기 때문임을 알고 있다
제안고개는 차가 다니는 포장로로 고개라 부르기에는 낮아 보였다
들머리는 찾기 쉽지만 이내 등로를 찾아 우왕좌왕 하게 된다
길의 흔적은 태풍에 쓰러진 나무와 숲의 보호본능에 가려 애를 태웠지만 그것은 잠깐이었다
솔잎이 두껍게 깔린 묘지 부근을 지나다 여러 봉분옆에서 좌측으로 난길을 찾으면 철탑이 보이고
밭 가장자리 밭둑길을 지나 세멘 포장로를 곧장 횡단 임도를 따라 오르면 된다
야생 감을 만나 320봉에서 하나씩 먹었는데 어찌나 맛이 좋던지 두고 온 감을 다시 따러 가고 싶을 정도로 꿀맛이었다
정골재(120m)에 들어서면서 길 찾기는 수월해졌다
대나무밭을 지나면서 등로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전날 비에 젖은 낙엽이 쌓인 길은 미끄러워 조심조심 걷는다
밭둑을 걸을때 하얀게 날리더니 이게 눈이었을까
그 증명을 315m인 깃대봉(5시29분) 삼각점에서 확인한다
깃대봉을 지나면서 우측으로 벌뫼산과 그 동봉을 가늠한다
동봉의 우람한 바위가 우뚝 솟아 있음은 어둠속에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
등로 좌우로 급사면을 이루는 듯했고 삼형제봉은 어둠관계상 그냥 지나친다
장군봉이라는 표석도 없고 단지 나무위에 희.준님이 새긴 명찰만이 빛난다
장군봉을 내려서는 길은 내리꽂인다
오른만큼 내려가고 또 그만큼 올라가는 기맥길
길 마저 미끄러우니 조심조심
바람은 얼마나 심하게 부는지
이뻐서 담은 편백나무가 바람에 마구마구 도리질을 한다
6시39분에 임도를 만나 잠깐 쉬어 간다
이제 어둠이 걷이고 있다
임도를 따라가지 않고 바로 산으로 올라 붙으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이불과 의자 그리고 라디오까지 있다 비박 산행시 요긴한 장소를 제공한다
320봉을 내려서면서 지나온 족적을 그려본다
위엄있는 모습보다 자애로운 모습의 장군봉과 깃대봉이 보인다
죄다 떨어진 낙엽만 보다
이런 단풍이 반갑다
제안고개부터 당재까지 5.6km를 걸어왔다
앞으로 서기산까지 그만큼을 또 걸어가야 한다
당재에서 지도를 다시 한번 더 살펴본다
모처럼 조망이 열렸다
328봉을 향해 오르는 중에 구절초를 많이도 만났다
구절초 향이 이렇게 그윽했던가
정말 좋았다
7시51분 328봉에 올랐다
힘들게 올랐다
우측의 날등을 타고 서기산으로 이어 가게 되는데
서기산의 정상은 안개에 쌓여 있었다
우측으로 빙 돌아서 서기산을 찾아간다는 기분이다
막혀 있다 뚫린 광경을 보니 시원하다
땅끝 기맥중 가장 적은 인원이 참여 했다
이래저래 사정이 있어 빠지고 일기가 좋지 않다는 예보와 오가는 길이 멀어 많이들 외면 했다
안개가 낄려면 좀더 진해야 운치가 있는데... 어정쩡하다
가을과 봄의 공존
철쭉
이번 산행에 혹시나 기대한 단풍 대신에
이상기온의 영향으로 피어난 철쭉과 때죽나무을 만났다
가다보면 심심치 않게 보이는 꽃이 참 당혹스럽기도 하고 벌 나비가 사라진 숲에 수정은 어이할까 싶기도 하고
이러다 50년 후에는 베트남처럼 벼 농사도 2모작이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아닌 걱정이다
아스라이 보이는 저 능선이 남도의 공룡 덕룡 주작산으로 보인다
좁은 공터에 풀이 무성했음을 증명하는 구석에 이런 숫자가 보인다
헬기장의 고유 번호처럼 보인다
오늘 산행에 인원이 단출(10명)하다 보니 가족같은 분위기에 함께 걷고 함께 식사하고 휴식도 함께 한다
서기산을 400미터 남겨둔 지점이다
이 이정목을 보면서 4시 방향으로 기맥길은 이어지고
서기산 정상은 30미터쯤 더 오르면 된다
때죽나무의 잎과 꽃
걷다보니 하얀꽃이 우수수 떨어져 있길래 주위를 살펴봐도 꽃의 주인을 알지 못했다
잎도 없이 무슨 나무에 꽃이 피었을까 했는데
안개로 인해 시야가 가리고 잎은 성치 않으면서 그나마 달린 꽃들은 거센 바람에 다 져 보이지 않았던 현상이었다
서기산이다 - 511m (10시30분)
오르고 또 오르길 수십차례
이렇게 하여 오늘 산행에 가장 높은 산에 올랐다
조망이 사방팔방으로 보이는 장소인데
오늘은 짙은 안개만이 자리하고 가을을 보내는 억새의 울음을 감싼다
서기산 조망
영암군과 강진군을 가르는 군의 경게선이 월출산 월각산 별뫼산이었다면
별뫼산부터 서기산까지 해남군과 강진군을 구분하는 군계선을 걸어왔다
서기산부터 계라리고개지나 복덕산까지는 강진땅을 걷게 된다
서기산의 산불감시탑과 피뢰침
날씨 좋은날 서기산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땅끝과 앞으로 가여 할 주작산 두륜산 등의 조망을 굽어 볼 수 있는 요처다
특히 오늘 같이 어둔 새벽길을 밝고 왔을때는 족적이 무척이나 그리운데
그것이 참 아쉽다
청미래넝쿨을 이곳에서는 맹감(망개)나무라 하는데 새순이다
별 볼일 없는 풍경도 뒷 배경이 좋으니 나름 봐줄만해
아직도 서울부근의 산에는 단풍이 있는데
이곳은 어인 까닭인지 해남 강진의 단풍이 다 져 이런 모습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이번 여름 3회에 걸친 태풍으로 나뭇잎이 몸살을 앓은 영향일까
그리고 이렇게 일찍 잎을 떨어뜨린 나무에 새순이 돋아나고
바람이 다시 거세게 몰아친다
몸의 중심을 잡기가 버겁다
바위손 또는 부처손이라 한다
가야 할 기맥 길
405암봉에 올라 안개에 쌓인 찰라의 조망을 즐긴다
전면 우측방향 만덕산이 보여야 하는데...
임천저수지가 흐릿하다
바람이 거세어 납작 엎드려서
해남군 도암면 덕년리 방향
강진군 영파리 방향
지도에 표기된 암봉이 있어 뭐 대단할 것 같지만 별로임
405 암봉에 바람이 거세 조심해야 했다
분재 한점 - 마삭줄
잔대
이 계절에도 이렇게 꽃을 볼 수 있다니 ...
이게 정상인지 잘 모르겠다
무채색으로 변하는 숲을 환하게 밝혀주는 단풍
마삭줄
무리지어 자란다
마삭줄
이렇게 풍성한 밭을 보고서 수십장을 담았지만 맘에 든 사진이 없다
오늘 걷는 길 참으로 좋다
비록 가을 분위기라 하기엔 바람 소리가 꼭 한 겨울 같아 그 흥취가 사라졌지만
그래도 좋다
잎에 윤기가 흘러 담아본 동백나무
윤기가 흐르는 사스레피나무도 많았다
오늘 산행에서 많은 호기심을 준 식물
그런데 이름을 불러주지 못해 참 안타까웠다
줄기에 섬모가 밀생하며 지면에 가까운 잎은 잎자루가 조금 있으나 위로 가면서 없어지고
꽃대 부근은 연두색이지만 뿌리 부근의 줄기는 자주색을 띄고 있다
각시취처럼 꽃대는 잎겨드랑이에서 나기도 하며 많은 가지를 친다
꽃이 피고 진 모습
녹색의 꽃 받침은 선홍색의 꽃을 단단히 붙들고 있다가... 꽃이 날아가면 꽃받침은 지면을 향한다
꽃이 날아간 흔적은 해바라기 씨앗이 여문것처럼 보였다
바람이 거세어 손으로 붙잡고 찍었지만 ....
무슨 꽃일까
위로 갈수록 잎은 폭이 좁고 길게 가늘어 지며 잎 주변에 불규칙한 톱니가 보인다
구절초
메마른 가지로 변신하는 숲의 동정
저게 만덕산인가
다산초당을 품고 있어 더 유명해진 산
빛이 없으니 사진이 영 신통치가 않다
지도상 283봉인 삼각점이다
부근 나무에 희.준님은 284.4M라 적어 놓은 명찰이 달려 있다
283봉 바로 아래에 헬기장에 도착하니 계라리고개(참샘입구로 표기됨)까지 4.3km
서기산에서 4.4km 왔다고 이정목은 말을 한다
임도를 횡단하여 전면에 보이는 야산으로 들어선다
월출산 등의 명산을 제외한 땅끝 구간은 대체로 등로가 가시덤불의 방해 그리고 길의 흔적이 모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격게 되는데 이 구간은 해남군 도암면 발전협의회에서 등로를 좋게 정비하였다
그 덕분에 오르고 내림이 많은 산이지만 편하게 산행을 하고 있다
아이비넝쿨과 참나무 새순
때죽나무
잎은 몇장 달려 있지만 꽃은 많이 피었었나 보다
흰 꽃이 주변 멀리까지 흩뿌려져 있다
자귀나무 새순
무슨 꽃이 피어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며느리밥풀도 피었고
나뭇잎 마저 다 떨어져가고 있는데 이렇게 꽃이 피다니
12시 50분 293m봉에 도착하여 남아 있는 간식을 죄다 꺼내어 목을 추이고 배를 채운다
그리고 조망을 보면서 도암면민께 고마움 마음을 서로 칭송한다
제일 높은 봉이 서기산으로 지나온 괘적을 그려본다
내려서는 등로가 내리꽂여있다
자연의 작품
만량금
백량금이라는 나무인데 꽃이 피면 천량금이라 부르고
열매가 맺이면 만량금이라 부른다
9월에 맺은 빨간 이 열매는 이듬해 꽃이 필때까지 달려 있다고 한다
몸이 불편한 동료를 맛사지 하다가 낙옆 사이에 숨은 만량금 한송이를 발견한 행운을 얻었다
덕룡산의 위세
다음 구간에 눈으로 실컷 즐기리라
전방 철탑 아래가 계라리고개다
이제 해가 뜨고 있다
미역취
빛은 생명의 원동력
푹신하고 향긋한 솔내음을 맡을 준비는 되었고
얕으막한 두봉을 지나면 산행 끝이다
향~~~ 좋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용담
만덕산 줄기
신기한 버섯
용담
활짝 핀 모습보다 이때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꽃이다
소나무 많은 숲에 자라고 있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엥 다 왔네
해는 중천에 떠 있는데.....
이렇게 용담을 구경하다 뜻밖에 꽃을 만났다
쓴풀
해남 대둔산에서 억새가 흐드러지게 필때 만난뒤 첫 대면이다
주위를 둘어 보아도 딱 한송이였다
청미래덩굴
땅끝 산행중 딸기덩굴과 함께 큰 장애물이었다
그렇지만 이 열매는 멋지다
찬란한 가을의 마지막 단풍이랄까
월각산 월출산 그리고 서기산까지 이곳 남도의 산행중 이렇다 할 단풍을 만나지 못하고 올 가을을 마감하게 되었다
단풍나무가 많지는 않지만 없는것도 아닌데 3회에 걸친 태풍의 영향으로 생잎이 몸살을 앓다가 다 떨어진 결과로 추정해 본다
오늘의 종착지인 계라리고개(참샘입구)에 도착했다
차나무 꽃
참샘주위에 차밭이 있으나 지금 관리를 하지 않은 밭에 핀 꽃이다
숲은 황량하게 변해가는데 때를 거역하고 핀 꽃들과 봄인줄 알고 새잎을 내민 나무들을 만났다
자연의 기온에 예민하게 적응한 결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살기 위한 식물의 고된 생존투쟁이랄까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호랑이한테 덤벼든다고 그러던데
서로가 사이좋게 공존공생하는게 참 좋은데
세상살이가 어디 맘대로 되지 않으니 ....
계라리 고개에는 정자도 있고 샘물 대신에 수도물이 있어 여러모로 좋았다
달리는 차창 너머로 월출산의 전경을 담아 보았다
오늘 산행에 30~40봉을 넘나들지 않았느냐며 낮은 산이라고 깔보면 안된다고 다들 한마디 한다
월각산 동봉이 스쳐간다
이제 땅끝도 거의 끝나간다
아쉬움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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