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산행기

진고개 - 노인봉 - 소황병산 - 매봉 - 동해전망대 (눈, 그 한판의 러셀)

열린생각 2012. 2. 3. 23:33

 

 

겨울산!

눈 쌓인 겨울산!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띤다

 

 

 

 

둠에 쌓인 산행?

아! 그건 답답하다

 

 

 

 

산 행 일  : 2012.1.29

진행경로 : 진고개 출발(2:34) - 노인봉(4:04) - 소황병산(6:29~7:25) - 아침(9:27~10:12) - 첫목책(11:19)

               - 1110봉(12:02) - 매봉(12:55) - 동해전망대(13:47)

대간거리 : 14.3km

 

*** 특징  : 소황병산 감시초소 지나서 알바

               소황병산 지나면서 임도와 만나는 첫 목책까지 죽어서도 잊지 않을  러셀

               대간중 일출 감상 (7:37~7:45)

 

 

 

 

산행의 목적중에 하나가 숲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 교감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 여행이다

그러나 사방이 조용한 숲을 밤에 걷는다는건 사치다

숲의 생태계를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밤은 갑갑한 공간의 시간 낭비로 여겨진다

 

 

 

                   

                      숲은 내게 말을 걸어오지만 그 말을 알아듣기에는 나는 귀머거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물의 분간이 가능한 시간에 산에들어가는 걸 선호한다

 

 

 

 

대간중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이렇게 적막한 밤에 산에 들어야 하는 경우가 원치 않아도 찾아온다

발아래 보이는 눈을 보면서 머리는 자동으로 지면을 향한다

보이는 크기 만큼 나의 생각도 그만큼 작아져 있음을 느낀다

 

수년전에 찾았던 기억을 떠 올리려 해도 이내 한계에 부딛혀 메아리 없는 노래만 부르다 지쳐 버린다

그래도 시간이 가니 노인봉에 도착하였다

 

바람은  쉬러 고향에 갔는지 조용한데 밤 하늘에는 수 많은 뭇별들이 머리위에 쏱아져 내 가슴에 부서져 내린다

 

 

 

 

 

 

 

갈수 없는 황병산의 불빛을 바라보며

진고개에서 소황병산 감시초소까지는 별 탈없이 가게 되었다

전날 어느 단체 산행객이 러셀을 잘 해 주어 그 족적을 따라가는 편한 산행이 되었다

 

 

 

 

노인봉 대피소를 지나 노란 비표와 또 식물 유전자 보호 입간판 등이 중간 중간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b-4 지점을 지나면서 등로는 고추 서서 다리 근력을 시험하는 소황병산 오름길로 들어선다

출발부터 모자의 챙이 길어 시야의 방해를 받다보니자꾸만 나무가지에 걸리어 랜턴. 모자를 떨어뜨리거나 이마를 박는 등 장애가 많더니

결국에 나무 옹이에 정수리를 받치고서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할수 없이  챙 없는 모자로 바꿔 쓰니 머리가 조용하다

숲의 대화를 듣지 못하고 생 고생을 한 후 깨달음이랄까

 

 

 

 

순한 눈으로 보이지만  무릎 위에까지 눈이 차 오른다

 

예전에 없었던 소황병산 감시초소에 들어가 습이 찬 카메라 렌즈를 닦아 손질한 후

알싸한 밤공기를 마시며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어 별을 헤어본다

 

 

 

 

소황병산 감시초소에 5시54분에 도착하였는데

이곳 소황병산에 6시 29분에 도착하였다

5분정도의 거리차이지만 (안테나 같은 시설물이 있는데서) 후미를 기다리면서 등로를 찾다가 시간을 허비하니

몸이 추위를 타기 시작한다

 

그러다 여기까지 러셀을 한 선답자의 발자욱을 찾아  무심코 들어오니 전에 없던 소황병산 이정목을 만났다

그리고 그 선답자의 발길을 따라 봉을 넘어 죽 내려가니 예전에 왔던 기억이 이제서야 생각났다

지나온 봉을 다시 넘어 매봉으로 갔었는데 그 생각은 나지 않으니 선답자의 수 많은 족적을 따라 내려선 것이다

 

 

 

 

 

내려갈때까지 내려서니 그 흔적이 없어지고  그제서야 잘못 들었음을 알았다  

이왕 그런거 일출이나 보자고 다들 서서 동 터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몸이 으슬으슬 춥고 손 발이 시려오니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동료분이 건네준 따끈한 꿀차도 잠시뿐 

춥지 않을것 같은 날씨였는데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려 다들 내려온 소황병산을 오른다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다들 힘겹게 오른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 삼양 목장  목장에 불빛은 아직 남아 있다

다시 올라온 정상에서 동쪽 하늘을 보고

 

 

 

 

찾아 가야 할 오늘의 대간 방향을

 

 

 

 

밤새 별보다 더 반짝였던 황병산이 보인다

 

 

 

 

우측의 고루포기산과 그 옆의 능경봉 등 지난날 찾았던 대간의 산들이 보인다

 

 

 

 

되돌아 가는 길에 좌측 전면에 보이는 오대산 산줄기가 확 들어온다

 

 

 

 

 

소황병산 감시초소 우측으로 대간 입구 찾는데 애를 태웠던 부근의 안테나가 보인다

 

 

 

 

 

모두가 사라져 가는 길을 접어두고 조망을 즐기려고 등로를 이탈한다

 

먼저 우측으로 밤새 걸었던 노인봉이 그 뒤로 억세게 바람부는날 거닐은 두로봉이 보인다 

그 좌측으로 상왕봉과 비로봉이 보이고 그 전면에 동대산 자락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전면은 개자니골에서 올라온 능선이 보인다 

그 뒤로 진고개에서 솟구친 동대산 줄기가 그 뒤로 호령봉과 비로봉이 장엄하게 다가온다

 

 

 

 

 

감시초소

 

 

 

 

 

바람의 흔적

 

 

 

 

일출이 시작될것 같은데 아직도 하늘은 애만 태우고 저러다 사그러 지는게 아니야 라는 걱정도 든다

시간을 확인하려 해도 핸폰은 말을 듣지 않고 ........

 

오늘 가야 할 매봉과 동해 전망대 그리고 곤신봉이 보인다

 

 

 

 

 

날이 밝은 아침이었다면 쉽게 찾아갈 길을 어둡다보니

눈 속에 파 뭍인 출입금지 입간판을 찾지 못하고 90여분을 허비 아닌 허비를 했다

 

그래도 여까지는 아주 편안한 산행이었습을 바로 깨닫게 된다

 

 

 

 

 

눈 속에 뭍인 철조망을  넘어 보이는 광경은 황홀함이었다

 

온통 하얀 백색의 세상

그리고 벌거벗은 나무들 

그 사이를 걷는 기분

 

엉덩이상 허리 춤까지 예사로 부드럽게 빠져드는 눈

눈 밭에 자맥질을 한다

 

그러다 눈앞에 들어오는 붉은 태양

촘촘하게 가려진 나목 사이로 고대하던 일출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붉은 기운을 주체하지 못한 선홍색이 막 토해내고 있다

 

해가 잘 보일만한 곳을 찾아 헐레벌떡 찾아간다

 

 

 

 

 

서둘러서 찾았으나 해는 저 만큼 솟아 올랐다

등로에서 20여m 정도 거리였는데 .....

나보다 해가 더 급했나 보다

 

 

 

잡목이 우거진 나무들 틈새로 하얀 길이 나 있어 카메라를 들이민다

잡목이 가려 줌을 사용하였다

 

지금와 생각해 보니 묘지 오는 길로 간벌을 하여 툭 터진 신작로가 운 좋게 있었던것 같다

 

 

 

생각해 보니 설악 대청에서 일출을 보고

올 1월 화대종주시 노고단에서 일출을 보고

그리고 이렇게 또 일출을 보니 기운이 솟고 마음이 다 배부르다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위로 붉은색이 연하게 퍼지는 저 색감이아름답고 마음에 와 닿은다

 

 

 

 

 

 

 

일출을 자꾸 대하다 보니 친근감이 느껴진다

 

 

 

일출 시간은 허망하다

즐길만 하면 끝이다

 

그래도 좋았다

 

 

본진에 합류하니 등로를 찾느라 여기저기 살피고 있다

 

온통 새하얀 설원에서 아무런 표식도 없는 상황에서 등로를 찾은다는 건 쉽지가 않다

그리고 배짱좋게 믿고 따라오시오 하기에는 더더욱 어렵다

 

 

 

 

아직도 망설이는 동료분들

 

 

 

 

 

무릎이상 빠져 드는 눈이지만

다행히 눈이 부드럽게 감기는 맛이 있어 선두에서 러셀 하는 재미에 서서히 빠져든다

 

 

 

 

어디가 등산로일까?

숲에 물어 가르쳐 주는대로 걷는다

 

 

 

 

 

 

숲의 주인이 나무인지

눈이 숲의 주인인지 구분이 안되게 쌓여 있는 심산

 

 

 

여기까지는 그래도 순하게 왔다

 

이제부터 악전고투가 시작된다

산 옆구리를 타고 걷는 구간인데 눈의 깊이가 허리 이상부터 가슴까지 예사로 넘나 든다

그런 와중에 북서쪽의 찬 공기를 맞아 눈의 표면이 살포시 얼어 있는 상태인지라  러셀은  최악의 조건이였다

다행히 구간이 짧았기에 망정이지

하여간 원 없이 무릎 끓이고 엎어지고 허우적 대고 .....

 

그래도 왜 그리 재미 있었는지

 

 

 

 

늦 가을에  보았던 저 그림이 지금은 하얗게 바뀌었지만 기억이 난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일렬 종대로 걷는 동료들

 

배꼽 시계가 말을 걸어오니 적당한 장소를 찾게 된다

적당한 장소라 하여도 무릎까지 빠지는 눈 밭이다

그곳에서 늦은 아침을 먹는다

 

 

 

 

마음이 급한 몇몇은 서둘러 눈길을 헤쳐가게 되고

그러나 얼마 못가 빨리 오라는 무전이 날아든다

 

먼저간 일행들의 발자욱 따라 걸으니 참 편안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전날 소황병산까지 러셀 해준 분들 덕택에 산행을 할 수 있었고 편히 왔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가지 않은 저 길위에 먼저 자국을 남긴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렇지만 새로운 마음이 자꾸드니 앞장서서 걷게 된다

 

 

 

 

 

 

모처럼 한가로운 발길에 마음마져 여유로워 지며 느긋하게 걷는다

 

 

 

 

등산로 옆에 서 있는 거제수 나무

수피가 아름답다

 

 

 

 

등로 우측으로 삼양 목장이 보인다

 

 

 

 

디어 눈속에 뭍여 있지만 낮익은 목책이 보인다

눈부시게 빛나는 저 빛은

 

 

 

 

힘겹게 찾아온 이곳에는

순백의 바다가 기다리고 있었다

잔잔한 은파가 일렁이고 있다

 

 

 

 

눈이 깊다는것을 직감으로 느끼고 몸을 던져 구른다

 

눈의 품 속으로 몸을 던지니 보드랍게 포근히 감싸 주는 눈

양털 속에 맡기면 이런 기분일까

 

 

 

 

 

 

 

 

190여분을  심설속에 갇여서 걷는 기분 그 맛이 쥑여 주었다

이제는 좀 느긋한 마음으로 풍광을 즐기며 느그작 느그작 걷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