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설악산에 간다
산방해제가 풀리는 날 이후로 3일 연속 비가 온다는 예보는
주말산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코스는 길지 않고 조망좋고 야생화가 다양했던 서북능선 귀때기청봉이다
3시경에 한계령에 도착하니 예상과 달리 짙은 연무가 자리하고 공기가 써늘하다
먼저 온 산객들은 머리에 불 달고 출발하지만 장시간 운전으로 눈이 아파 잠도 청하고
식사 후 5시에 출발을 한다
시작부터 기를 죽인다
계단의 높이가 이렇게 높았었나 싶다
불편한 몸은 참 부담스럽다
낮설지 않은 주변을 보면서 서둘지 않고 한발 한발 꾸준하게 걷는다
첫 무명봉에서 목을 축이고
박새가 많이 번식한 풀섶을 보며 아무래도 야생화가 이를거 같은 예감이 들고
계단길에서 만난 귀룽나무
이게 있었나 싶다
다시 게단길을 앞두고
과거에는 샘터 자리다
안개에 쌓인 풍경중에 이런 그림도 참 좋다
한계삼거리가는 길의 마지막 계단길을 오른다
오호라!
하늘이 열렸다
고도가 좀 높아졌나 했더니 이런 그림이 펼쳐질 줄...
예상했던 운해가 한계령을 지나 가리능선으로 치닫고 있어
마음이 다급해진다
2.3km를 걸어 한계삼거리에 도착하니
휘감기는 바람처럼 가슴이 뛴다
눈에 익은 용아장성능과 공룡능선이
지지개를 켜고 있다
지금쯤 저항령계곡에도 천불동에도
운해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거 같고
백담과 구곡담은 조용한가 보다
대청으로 귀청으로 가도
오늘 산행은 대박일거같은데 한팀은 대청
난 귀청으로
과거의 기억으로 야생화를 찾지만
흔적이 없어 이르다 한다
그러나 운해가 꽃을 피운다
한무리의 진사님들이 이른 아침 풍경을 맞고 있는 너덜경에서
전망좋아 보이는 바우에서 풍경을 담으려 치니
불어오는 강풍에
휘청 놀라기도 하지만
이렇게 유혹하는 그림에 발을 뺄 수는 없었고
헬기가 출동하는 염려를 피하기 위해 조심
또 조심하게 되더라
얼마나 멋진 풍경을 담았는지
흡족한 표정들의 진사님들은 삼거리로 내려서는데
늦은 산행객은 이제야 시작이다
삼형제봉 뒤로 보이는 저 산봉우리는
무슨 산일까?
휴게소에서 만난 연무는
고산에서는 운해다
그 연무는 도둑바위골을 넘어설듯 하다가 물러서고
그 반복을 수차례 진행중이다
백담사와 구곡담계곡은 아직 태평하기 이를데 없고
외설악의 운해는 공룡을 집어 삼키고 가야동계곡으로 침입중이다
점봉산을 일찌감치 먹은 운해는 한계령을 지나 장수대 방향으로
무섭게 기운을 모으고 있다
천불동 계곡 깊은 곳에서 발달한 운해는
1275봉을 넘어 가야동 계곡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중에도
설악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대.중.소청은 고고하기 이를데 없다
침공하는 운해에 맞서는 가리산의
위용도 만만치 않아 보이고
점봉산은 이미 운해에 먹혀
백색의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필례약수터 방향으로 뻗은 줄기만이 보여
점봉산의 줄기임을 가늠하게 한다
시시각각 비슷비슷한 동종의 풍경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감흥은 매 순간마다 새롭고 새로웠다
숨었던 점봉이가 잠시
나 여기 있다 하고 소리친다
3년이라는 긴 목마름 탓일까
보고 또 보아도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보고 있어도 계속 더 보고 싶다
끝간데 없이 치고 오르는 욕심은
귀청 오르는 것보다 더 높아만 간다
3일 연장 내린 비와 추위에 시달린
털진달래가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은 커
귀청의 고사목은 시커멓게 변해
안타깝게 한다
다행히 조망이 받쳐주니
그나마 쉬이 잊여지고
가리산이 높긴 높나 보다
몇번을 침입하지만
기세등등한 운해가 전위봉 앞에서 주저앉는다
대승령을 집어삼킨 운해는 대한민국봉을 휘몰더니
안산 접수도 시간문제일거 같은데 ....
안산 뒤로 보이는 대암산
삼형제봉 뒤로 멀리 보이는 산이
화악산이지 않나 싶다
너널경 초입에서 보니는 봉우리인
귀청의 전위봉이 아직도 저기 코앞에 있고
정상은 아직도 저 멀리서 기다리고 있다
설악의 골도 깊고 깊지만
서 있는 너널경도 깊고 깊어
한번 빠트리면 찾기가 불가능하다
외설악의 어지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설악의 깊은 골은 아직도 평온하기 그지 없고
귀청방향 좌측은 바람이 거세지만
우측 안쪽으로 잔잔하듯이
하얀 옷 입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가리산아
한번 입어 보면 안되니
부탁하고 싶다
성체를 이룬 공룡과 서북능선의 안체 깊은 곳에 자리한
용아릉은 세상물정과 달리
평온한 아침빛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고
백운동 계곡은 벌써 빛을 발하고 있다
마음 같아선 저 너널경을 쫓아
쭈욱 내려가보고 싶지만 ...
아직까지 한계천에 피어 있는걸 보니
북천과 백담계곡에도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
불난 연기처럼 마구마구 번지네
홍천의 가리산은 어디에
가리산과 양평의 용문산도 보이네
용문상 앞 좌측으로는 소뿔산과 가마봉일까 싶은데...
오색천과 주전골에서 거병한 운해는
점봉산과 한계령은 쉬이 넘기고
아직까지도
상투바위와 가리능선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고 씨름중이다
구경꾼은 그 틈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달음에 달려 갈 정상을 미적미적 거리며 구경하는 삼매경에
헤메이게 되더라
삼거리에서 1.6km 거리에 있는 귀청 정상이다
여태 혼자 설레이면서 북치고 장구치고 노래했나
정상석은 변함없이 그대로 서 있었다
정상에 서면 가야 할 방향을 먼저 살피고
기세등등했던 운해가
공룡의 높은 산세에 힘이 부치는지
서서히 물러서는 눈치고
저 멀리 마산쪽 병풍바위에도 운해가 걸려 있으나
기세가 풀려있는 느낌이다
오호라!
구름속에 잠긴 향로봉 뒤로
북녁의 땅 금강산이 대화 해빙기처럼 밝게 인사한다
힘든 산에 왜 오르냐고 친구가 묻곤 한다
그러면 되묻곤 하지
뭐하러 아등바등 사니 언제가는 죽을텐데
힘들어도 재미있어도 살아야 하는 것처럼
산에 가지 않아도 볼게 많고 즐길게 많겠지만
오르지 않으면 머리의 휴식과 저런 자연의 풍경을 직접 체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5년전 만개한 털진달래의 향연에 푹 젖어 산행 한 추억때문에
봄이면 오지 않아도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털진달래
간밤에 언 꽃잎 꽃봉우리도
소중하고 반갑다
정상부터 우측 능선으로 가는 흔적이 있나
살피며 진행하지만
성긴 나무의 얼키고 설킴이 사람의 욕심을 막는다
끈질기게 엉겨 붙고 있다
그냥 한번 눈감아 주면 좋으련만
가리능선의 고집도 대단해
금강산 상공으로 검은 먹구름이
부지불식간에 덮으려 하네
그라면 안되는데
숨은폭포가 있는 작은귀때기골과 그 주변의 암벽을 보고
쉰길폭포가 있는 좌측의 큰귀때기골과
우측의 작은귀때기골
저기 안산을 대승령에서 왕복(4.8km)한 후 귀청으로 갈까 했지만
쉬이 자신감이 없어 이렇게 진행하는데
결론으로 잘 선택했다
명지산 1봉과 2봉이 여기서는 이렇게 보인다
너덜이 잠시 끈어지고 숲길을 걷는다
나도옥잠화
금강애기나리도 없어 기대밖이었다
메발톱나무
다시 너덜을 내려서는 길에
과거에는 터벅터벅 걸었는데
오늘은 조심해서 걷는다
가리산의 고집도 대단하다
한번 입어보면 멋질텐데
그거 한번 들어주기가 그리 어렵나
삼형제봉이 이렇게 왜소하게 보였었나 싶다
산악구보하는 이가 지나치더니
5명의 산우들이 올라온다
모란골에서 시작해 설태종주라 한다
그들의 뒷모습을 왕 부럽게 처다본다
요강나물인지 검정덩굴인지
확실한 구별법을 모른다
나대로 해석하자면 곧추 서 있으면 요강나물이다
지나온 귀청을 보니 참 평온하다
사람 소리도 없었고 새 소리만이 간간히 노래하던 길이었다
황철봉과 마산봉 방향
이제부터
상투바위골과 장군바위골의 풍경을 감상하며
쉬업쉬엄 걷는다
저기도 한번 다녀 가야 할텐데
몸이 따라 줄려나
저항봉을 걸례봉이라고도 하는데
저항봉이 어감이 좋아
당장은 무리기에
이렇게 멀리서라도 이름을 불러본다
이제야 병풍바위에 가려진 마산이 보인다
서북능선중에 귀청을 지나면
늘 그랬던것처럼
이곳 바위들의 기세를 감상하는 즐거움이 쏠쏠해
오늘 같은 날은 더더욱 카메라 셔터가 바빠져
아직까지도 사그러질 줄 모르는 운해
다른때보다 유난히 맑고 청정한 공기의 도움으로
설악의 깊은 골을 드려다 본다
갈 수 없는 길이기에
연모하는 마음이 더 깊어지는 듯
안산 우측으로 뾰족한 대암산
저기 뒤쪽의 바위를 상투바위라고 하고
상투바위골에 있는게 상투바위이지 싶어
어떤 지도에는
소승폭포와 가까이 있는
저 바위를 상투바위라고 한다
두루미꽃의 군락지에 풀솜대 하나 찍고
상투바위골의 기암들
대승령이 지척에 있는 듯
착각이 들게 한다
밋밋한 육산보다
이런 근육질도 가끔은 있어야 보기 좋다
병풍바위와 마산봉 그 우측은 대간령으로 이어지는 암봉(890봉)
예전보다 개체수가 엄청 많아진게 두루미와 박새였다
사진을 찍고 가다보면 자연 휴식시간이 된다
그러다 보니 간식이나 식사시간 이외에는 베냥을 내려놓을 틈이 없다
이후 과거보다 변경된 등로를 따리 우측으로 진행한다
아직도 신선봉과 상봉은 황철봉 능선에 가려 볼 수가 없다
저기 뒷줄은 방태산 줄기로 보인다
연영초
백합과로 다년초다
박새의 개체수가 몰라보게 많이 늘었다
도깨비부채
보행에 편안한 등로를 걷는다
도중에 만나는 야생화들이 반갑다
그렇지만 소망하던 그 꽃은 아직 보이지 않아 두리번 거리며 길섶에 눈을 떼지 못한다
서북능선에서 처음 만난
구슬봉이
백작약
하얀꽃을 피우기전의 개체를 본 후 백작약을 찍은 후
더 이상 카메라로는 주변 풍경을 담지 못했다
금강애기나리를 찍으려다 카메라 작동을 실수 하여 모든 사진을 다 날렸다가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재생시켜 그날의 감동을 되 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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