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하루 앞두고 강원 영동지방의 폭설로 인해 회원들의 문의가 이어져
예정지인 정선지역의 상황을 파악하니 폭설보다도 2월1일부터 산방기간이라며 입산금지라고 한다
2월달이 언제 건조했나 싶어 떠 올려봐도 딱히 생각나는게 없다
단지 눈이 많이 와 걱정이었다는 생각뿐
이런 폭설에도 산불이 날리야 없겠지만 우리네 공조직의 특징을 잘 아는지라
여기저기 장소를 물색하게 된다
설경을 볼 후보지는 강원도권을 제외하고 나니 딱히 떠오르는 산행지는 정해지게 된다
그러나 이동 거리와 일기상황 그리고 복잡하지 않는 산행지를 선택하기에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그래 맞어
등잔밑이 어둡다고 했지
산 행 일 : 2014년 2월 9일 일요일
진행 경로 : 백둔리(9시50분) - 아재비고개(11시34분) - 명지3봉(12시50분~13시51분) - 명지2봉분기점(14시02분) - 명지1봉(15시10분) - 익근리(17시45분)
도상 거리 : 15.4km
산행 특징 : 조망은 미미했지만 설경은 좋았음
부드러운 표면의 눈 밑으로는 빙판의 육산임
산행시간이 예상보다 너무 길어짐(후미기준)
선두팀이 러셀 해준 덕분에 편한 진행이 되었음
그래서 찾아든 곳이 경기도 가평의 명지산이다
맑은 지혜를 배워 오면 금상첨화겠지
어둠이 가시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설경에 회원들의 입이 올라가는 중에 버스는 폐교된 백둔분교앞에 회원들을 내려준다
버스 종점에서 시작하려는 산행이 어긋나 포장로를 따라 걷게 되는데
까만 포장로가 보이는 포근한 날씨에 진행 방향으로는 흰 눈이 어서 오라고 부른다
사시사철 푸르며 곧은 기개를 펼치는 소나무의 기상을 좋아하고
수형이 점잖고 기품있게 보이는 느티나무과의 나무들은 헐벗어도 아름답다
가지를 따라 흰 선이 도드라져 보이는 느티나무 모습도 좋고
양버즘나무의 열매가 흰 분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이 계절이 좋다
하차 지점인 백둔리 버스 종점에서 내렸다면 보지 못했을 풍경 몇점 건지니 그것도 낙이다
어제의 예보는 오전에는 흐리고 오후에 해가 뜬다고 했는데
아침부터 해가 떠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선다
예상외로 포근한 날씨에 연무가 발달할까봐 또 오후에 흐려질까봐 서둘러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이다
양지말을 지나서 그물망 철 울타리가 있는 곳에서 쪽문을 이용해 아재비고개를 향한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선다
오르는 길은 초반은 아주 순탄하고 표면의 눈은 새벽에 내렸는지 보드랍기 그지 없다
그러나 착지면은 녹아 내린 물이 얼어 빙판인지라 느린 걸음이 된다
이제는 숲길에 이르러 아재비를 향한 대골을 끼고 설경을 구경하며 자연에 몸을 의지하게 된다
쓰러진 나무가 등로를 막는 곳이 여러곳데 있어 머리를 조심하게 되고
나무가지를 건들기라도 하면 함박눈이 목돌미를 여지없이 강타한다
사람이 걸어가는 길은 수없이 많다
그중에 하얀 설원위를 걷는 기분은 아주 기분 좋은 흥취를 붇돋운다
그것도 누구도 밝지 않은 눈길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황벽나무
오늘 산행은 나무에 조예가 깊은 분이 도장산 이후로 오랜만에 함께 하게 되어 한가지를 배운다
만져보니 촉감이 아주 부드럽고 주변의 여타 나무에 비해 차지가 않아 신기했다
언뜻 보기에는 굴참나무 같지만 자세히 보면 수피의 형태도 다르다
대골에 황벽나무가 더러 많이 보이고 명지산 하산길에도 여러개체를 만났다
사방이 흰색으로 막여 있다가 파란 하늘이 열리는 지점에 도착했다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진 아재비가 목전에 두고서
이런 풍경은
좋아
너무도 슬픈 전설이 전해지는 아재비고개
여기에 이르면 잦아있던 바람도 불어댄다
그러나 오늘은
시원한 바람이다
아무도 가지 않는 순결한 명지산 가는 길
연인산 가는 등로도 순진무구한 애들처럼 깨끗하다
아재비고개에서 잠시 애기를 나누다 우리 일행이 몰려 들기전
서로 러셀하겠다고 선두팀이 먼저 길을 나선다
산우들과 어울려 입맛을 다시고 십여분간 쉰 뒤 선두가 간 그길을 쫓아간다
중간 그룹이 뒤를 이어서 따라오고
진행방향
둔덕을 내려서면서 명지3봉을 향한 본격적인 오르막이 기다린다
뒤를 보니 연인산의 줄기가 훤해 보이고
목책계단이 나타나니
발걸음이 무거워 보이는게 느껴지고
그래도 나타나는 풍경이 그만인지라 아직은 힘든줄 모르겠다
방화선길이 이렇게 변모하여 반길 줄이야
명지지맥때 느꼈던 예상보다도 더 훌륭해
오전에는 흐리지만 오후에 해가 뜬다는 기상청 예보 였는데 일진이 좋으려나
이정도만 보여주다가
정상에서 짠! 하고 나타나 주길 바라는 마음 너는 알겠지
좌측의 칼봉산은 보이지만 구나무산은 박무에 덮여 있지만 이런 풍경도 좋아
상고대가 아닌 보드라운 설화가 반긴다
순록의 뿔은 아니어도
보드라운 이 설화가 녹아 내리기전에 흠뻑 보고 싶어 찍고 찍어댄다
경치가 좋으니 가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눈에 넣어 두기에는 부족해
가슴에도 담아둔다
힘들어 쉬어 가는것 보다
풍경이 좋으니 자꾸자꾸 눈 맞추고
이 순간이 참 행복함을 느낀다
바람이 지나가면 힘이 약한 보드라운 설화는 맥없이 바람이 날려가는데....
명지3봉이 지척인 지점에 도착해 전방을 주시하니
간밤의 풍속이 1m이하임을 말한다
상고대가 필려면 습도80%이상 풍속3m는 불어줘야 하는게 경험칙이다
봉긋이 솟아 있는 귀목봉 방향
상판리 방향을 보면서 운악산을 찾으나 숨어 들었고 우측의 한복정맥의 청계산만이 보인다
간밤에 눈은 내렸지만 아주 얌전하게 왔나 보다
예정된 명지3봉 아래에 식사터를 잡고 후미를 쫓아 왔던 길을 내려선다
설 준비한다고 치악산 산행을 하지 못한게 너무도 원통하다는 그미네님
오늘 산행에서 많이 즐기시길 바랍니다
예전보다 한결 체력이 좋아진것 같아 흐뭇햇다
다시 식사터에 와서 일행들과 삼삼오오 나뉘어 꿀맛같은 식사를 함께 했다
여성이 귀한 산악회에 여성도 부부산객이다 보니
그래도 먹을 것은 여성회원분들 곁에 있어야 미각을 더 느끼게 된다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식사를 마치고
복적대며 먹었던 자리는 말끔하게 정돈하고 일어선다
오늘 산행에 연인산 방향도 귀목봉 방향도 흔적이 없다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지만 느낌상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일까 싶다
아무런 흔적이 없는 3봉에 올라 홀로 보이지 않는 조망을 찾아본다
먼저 2봉 방향
들머리인 백둔리방향
아재비고개 방향
3봉밑에 귀목과 아재비가 만나는 방향
다시 눈이 몰려오나
일행이 사라진 족적따라 쫓아간다
백둔리 방향의 조망처이자 바람이 시원했던 장소인데
뒤에서 걷지만 참나무에 기이한 모습을 보고
참 아쉽다
오래전 1봉에서 3봉까지의 상고대가 참 아름다웠는데....
조망이 없으니 중간그룹부터 빠른 하산로를 찾아 무전을 치지만 2봉의 하산로를 자제 시키고
1봉을 권유한다
3봉에서 2봉까지는 거리도 가깝고 등로상태도 괜찮은데
후미에서 몇분이 힘들어 한다
초반에 쉬지않고 오름질이 이어지다보니 체력이 소진한것 같다
2봉에서 익근리방향으로 하산하려고 하나 말린다
내리막길이 워낙에 심해 다리 힘이 빠졌을때는 부상의 위험이 너무 높아
힘들겠지만 돌아가는 길이 안전하다고 판단되어 1봉으로 유도한다
힘이 들겠지만 다들 따라주니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이제 짧은 계단을 지나면서
눈꽃을 맞이하기 위한 수형 밑에 도착했는데 빛이 없으니 아쉬움이 들고
치악산의 눈꽃이 기운차고 힘있게 생겼다면
이곳은 솜사탕처럼 부드럽기 그지없다
치악산과는 다르지만 같은 모습의 눈꽃이 아니기에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이다
한북정맥 방향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질 장소이지만
뿌옇게 가라앉은 모습만 보여준다
힘이 들면 이런 풍경이 눈에 들어올까 궁금해
물어도 보고 싶은데 차마 그러질 못했다
후미의 걸음이 느려질수록 하는 일은 사방으로 시선을 날리는 일이 전부라
이곳 저곳 보이는대로 카메라질이다
아! 여기는 기억이 난다
오래전 겨울에 왔을때 바람이 모질게 불고 엄청 추웠지만 상고대가 환상적이었고
조망도 그런대로 훌륭해 위태로운 저 암봉에 올라 1봉과 한북정맥 산군을 조망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오늘은 그냥 통과하고
그 바위 옆으로는
눈밑으로 빙판이 보이듯 죄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내려간는 코스다
참나무의 수형이 상고대에 적당한 나무들이 많았는데
오늘 보니 많은 나무들이 부러지거나 쓰러져 예전 같지가 않아 서글펐다
동료는 힘들어 하는데 주위의 풍경이 좋아 드러내놓고 웃을 수도 없어
그저 속으로 웃고 사진을 담는다
편히 내려가는 등로에서 오르는 등로가 나타나면 왠지 미안한 마음이고
그렇지만 짧으니 서둘지 말고 힘을 내시라고 격려하는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그중에도 본인의 속도를 한결같이 유지하며 걷는분은 마음이 놓이고
명지1봉을 지척에 두고 하산로를 외면하고 정상으로 후미 모두를 유도한다
비록 예상 시간보다 많이 지체되고 있지만 힘들게 걸어온 과정에서
정상점에 섰다는 의미는 산꾼보다도 더 강한게 이분들인지라 곧 죽을것 같아도 잘 견디어주고 있다
명지2봉 방향 조망처
이곳도 쨍한 겨울의 설경이 아주 일품인 장소인데....
명지산 정상을 위해 가는 여정속의 아름다운 설경
참 좋다
명지산 정상에 도착하니 몇분의 탐방객이 정상 증명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러는중에 주변 조망도 즐기고
익근리 방향
명지2봉 방향
적목리 방향
화악산 다음으로 경기 최고봉인 명지산(1267m)
예전에 봤던 정상석이 아니다
너무도 오랜만에 왔으니 바뀔만 하는데 에전것도 볼 품 없었지만 이것도 둔탁한게 영 그렇다
주목이 있었나 싶은데 많이도 자랐다
주목은 성장속도가 느려 1년에 굵기가 약2~3mm정도 자란다고 하니
명지산은 가평군 군립공원이지만 그 옆에 있는 연인산(과거 우목봉)은 도립공원인지라
곳곳에 이정목이 설치되어 있으나 이정목마다 거리가 맞지를 않는다
이정목간의 거리도 차이가 있고 5만분의1 지도상의 도상 거리를 합하니
이날 산행 거리는 15km를 상회하더라
정상 옆 이정목은 5.3km
새롭게 세운 이정목은 7.5km
정상 직전의 직선 이정목은 5.9km
백둔리에서 아재비까지의 거리는 지도상 4.9km정도 되던데 .....
진행 경로 개략지도
정상에서 사향봉 방향으로 내려서는 경로도 경사도가 있어 상당히 미끄럽다
그게 유년시절로 보내는 추억의 장소가 된다
2봉에서 내려서는 경사도는 이보다 더 심하지 않나 싶어
이에 반해 북쪽 사면은 조금 완만해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양쪽 사면이 급 비탈이다
도상 화채바위부근에서 우측으로 내려서는 등로를 타게 되지만 여기는
더 미끄러워
진행 속도가 갈수록 느려진다
당초 빠른 진행을 예상했던 구간에서 더 느려진다
산행 구력이 짧은 분에게 속도를 요청할 수 없고
그저 안전하게 마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건너편 백둔봉 라인이 손짓한다
그 언제부턴가 익근리 원점 산행을 그려만 보고 실행하지 못한 저 봉우리
갈수록 먼지만 쌓여간다
명지1.2봉과 화채바위 방향의 분기점에 도착하니 그럴듯한 목책 다리도 놓여 있다
이 지점부터 임도길을 따라 편히 내려서면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발은 거세지고
속속들이 산행을 마쳤다는 무전은 날아드는데 후미는 아직도 먼 거리다
하산한 산우들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먼저 식사하시라 한 후
승천사 경내는 주마간산격으로 둘러본다
그래도 볼 것은 다 보고 간다
누가 만들었는지 눈사람까지도
함박눈이 세차가 뿌려대는 늦은 시간에 도착하니
회원들이 박수로 맞아준다
가리왕산은
2018년 동계올림픽 남여 활강 스키장 후보지로 선정되어
남한 내륙지방에 유일하게 세대별로 주목이 자생하는 서식처가 훼손될 위험해 처해 있는 산
일주일간의 행사를 위해 수백억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행사 이후로는 활용계획이 전무인 스키장
환경조사보다 월등히 많은 거대 나무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산
환경단체는 아우성이지만 일반인은 관심이 없어 세계적의로 희귀종인 꼬리겨우살이 서식지도 위험해 처해 있는 산
산림유전자 보호구역의 면적만 해도 여의도 면적의 8배가 넘는 산의
대체지로 찾아든 명지산
회원들의 이해와 배려로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나름대로 설경도 좋았으니 겨울산행 한 맛이 난 하루였다